영화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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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곳’이 중심이라고 한다.

가령 새끼손가락에 상처가 나면 온 몸이 거기로 집중하게 마련이고, 가정에서 아픈 가족이 있으면 온 식구들이 모두 그를 주목하듯 ‘아픈 곳’이란 몸의 중심이면서 가정의 중심이다. 어떤 공동체든 이렇게 ‘아픈 곳’ 그러니까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들이 중심이 될 때 그 공동체는 비로소 좋은 공동체가 된다. 이런 세상을 일컬어 우리는 ‘기적’ 같은 세상이라고 한다.

영화 <원더>(Wonder, 2017년, 미국, 스티븐 크보스키 감독, 제이콥 트렘블레이, 줄리아 로버츠, 오웬 윌슨 주연)는 그 중심에 ‘어기 풀먼’이라는 좀 특별한 존재를 장치했다. 태어나면서 유전자 이상으로 남다른 외모를 가지게 된 이 아이는, 스물여덟 번의 성형수술을 거쳐서 겨우 지금의 얼굴을 가졌다. 하지만 사람들은 어기를 처음 보는 순간 ‘괴물’을 떠올릴 만큼 익숙하지 않다. 자신이 타인들로부터 경계의 대상이란 사실을 안 순간부터 어기는 우주인처럼 헬멧을 쓰고 다녔다. 어기가 크리스마스보다 할로윈 축제를 더 좋아하는 까닭 역시 그날이 얼굴을 가리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유일한 날이기 때문이었다.

영화는 어기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아이들로부터 겪는 상처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응의 시간을 넘어서 마침내 학교의 중심에 서 가는 과정을 그려냈다. 어기가 중심이 된 학교는 비로소 다른 학생들에게도 큰 배움을 주는 좋은 학교가 되어 갔다. 원더풀!



나는 이 기적의 순간을 만들어가는 힘에 대해 주목한다. 그것은 ‘친절’이다. 처음 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일러주는 격언 하나가 있었다.

“옳음과 친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친절을 선택하라!”

이 말은 아마도 정의를 세운답시고 타인에게 상처를 남기고 고통을 주는 행위에 대해 경계하는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을까. 옳음도 친절도 그 자체로 세워져야 할 가치들이다. 이것 없이 저것은 무의미하다. 친절 대신 사랑이란 단어를 대입한다면 옳음은 사랑과 함께해야 하고, 사랑도 옳음의 토대 위에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 또는 사랑을 더 앞세우는 듯한 이 격언은 아마도 사람들이 친절의 가치를 옳음보다 가벼이 여기는 경향 때문이 아닐까. 정의를 앞세우고 좌고우면 하는 것은 실은 아름답다. 그러나 그 과정 역시 정의로워야 한다는 게 이 격언의 가르침일 것이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한다는 식의 과정이라면 그것은 이미 정의가 아닐 테니 말이다. 누군가 상처받고 희생된다면 그런 대의명분은 세울 가치가 사라질 것이다.



이야기를 다시 영화에 집중해보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친절’의 중요성을 강조한 까닭은 아마 그 학급에 어기가 있기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어기는 친절한 친구를 누구보다 필요로 하는 아이이기 때문이다. 어기는 지금까지 이런 친절 속에서 행복했다. 가령 특별한 아들을 돌보느라 엄마는 자신의 모든 것을 멈춰버렸다. 아빠는 언제나 따뜻하고 다정하게 어기의 친구가 되었다. 착한 누나 역시 엄마아빠의 관심을 어기에게 뺏기고도 꿋꿋이 견뎌나갔다. 심지어 말없이 어기를 지켜보는 강아지까지 있었다. 그렇게 어기의 행복은 가족들이 어기를 주목하고 돌봄으로써 이뤄졌다. 가족은 어기를 중심에 둠으로써 비로소 ‘원더풀 패밀리’를 만들었다.

어기가 학교에 입학한다는 건, 이제 가정을 넘어 학교로 그 가치가 옮겨가야 할 시점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누구보다 이 새로운 변화는 어기에게 가장 두려운 일이었다.

친절한 가족들에 둘러싸여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낸 어기는 여느 아이들 속에서 자신의 헬멧을 벗어야 한다. 자신을 향해 다가올 수많은 눈들과 그 눈들의 언어를 견뎌내야 한다. 그리고 이 아픔을 이겨낼 유일한 힘은 누군가의 ‘친절’뿐이다. 친절한 친구 한 사람이 슬프게 시든 어기를 비로소 꽃피울 것이다. 그렇게 ‘원더’ 곧 기적은 만들어질 것이다.

영화 컬럼





올해에도 신문사마다 신춘문예 공모를 했다. 새로운 작가들이 잔뜩 기대를 받으며 등장했다. 그중 한 작가의 등장은 참 따뜻했다. 그의 당선소감 덕분이었다.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제게 소설이 무엇인지 가장 많이 알려준 이승우 선생님, 존경합니다. 대학 신입생 시절 제가 쓴 서툰 에세이를 나희덕 선생님께 보여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날 교수님에게 느낀 따뜻한 마음은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장욱 선생님, 작년 가을 신촌에서 선생님의 시 낭독을 들었던 날이 기억납니다.”

이 작가의 수상소감은 이렇게 시작하여 그를 위해 친절을 베풀어준 선생님들과 가족들과 친구들, 선후배 등에게로 감사의 말을 전했다. 기적 같은 오늘의 나를 있게 해준 건 바로 친절하게 돌봐준 당신들 덕분입니다, 라고 작가는 감사하고 있었다.

그는 아마 모든 기적 뒤에 수많은 이들의 크고 작은 친절들이 사랑의 꽃밭을 이루고 있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다. 그 친절한 사랑을 먹고 자라 오늘에 이르렀다는 사실, 이보다 더 큰 기적이 어디 있을까. 알고 보면 그 기적은 멀리만 있지 않을지 모른다. 내 안에도 어쩌면 알고 보면 ‘원더풀’로 가득 한 세상이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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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명철 작가
제작 : GOD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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