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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런스


엔도 슈사쿠의 <침묵>을 읽은 사람이라면 깊은 울림이 있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긴 시간을 두고 소설을 되새기며 자신의 신앙을 들여다보고 돌아보며 진정한 신앙이란, 진정 하나님을 믿는 믿음이란 어떤 것일까, 어떠해야 하는 것일까 천천히 생각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분명 그런 때가 있었다. 습관적인, 타성에 젖은 행동이 아니라 마음 중심을 하나님을 향해 열고 그 분의 뜻을 알고자 묵상하던, 그런 때가 우리에겐 있었다. 그들에게 일본은 멀고 먼, 낯설고 또 낯선 땅이었다. 그들이 나고 자란 유럽과는 모든 것이 판이하게 달랐다. 사람들의 모양새도 가옥의 구조도 공동체의 형태도 언어도 통치체계도 관습도 생각도 상당히 달랐다.

지금처럼 여행이 자유롭고 각 대륙과 나라들의 간극이 좁혀진 때도 아니고 바다 건너 저 쪽 땅에 대한 무지와 그 무지에서 오는 두려움과 호기심이 난무하던 때였다. 그런 때에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맨 손으로 일본을 찾아온 사람들이 있었다. 선교사들이다

하지만 낯선 땅 일본의 지배자들은 선교사들에게 일말의 동정이나 동의를 갖지 않았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국의 선교사들은 일본의 국민들에게, 일본의 땅에 좋지 않은 신앙을 퍼뜨리며 현혹하는 존재일 뿐이다. 일본의 지배자들은 이국의 선교사들과 그들의 신앙을 받아들인 백성들에게 끔찍한 형벌을 내리며 배교를 권한다. 그 와중에서 많은 크리스천들이 엄청난 고통 속에서 목숨을 잃었고 많은 선교사들이 엄청난 눈물 속에서 목숨을 잃었다.

일본으로 선교를 떠난 페레이라 신부는 그 참혹한 광경 앞에서 다리에 힘이 풀리고 만다. 그의 마음은 참상으로 얼룩졌고 그의 손과 발은 기력을 잃고 그의 신앙은 ...


영화 컬럼



그건 아직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이며 소문일 뿐이다. 로드리게스와 가루페 신부는 확고한 신앙과 페레이라 신부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아무런 기약이 없는 일본으로 떠난다. 마카오에서 만난 유일한 일본인 기치지로. 그도 크리스천이라고 하지만 영 미심쩍기만 하다. 하지만 그가 아니면 일본으로 갈 수 없는 상황이니 로드리게스와 가루페는 그에게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그렇게 일본 땅에 발을 디딘 두 신부는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이고 비밀리에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순수하고 감동적인 사람들을 만난다. 하지만 아무리 비밀을 지킨다고는 해도 비밀은 새어나가기 마련이고 로드리게스는 체포되어 형벌보다 더 끔찍한 상황에 놓인다.




겉으로 보기에 아주 쉽게 배교와 회개를 떡 먹듯 하는 기치지로를 보면서 저런, 하고 혀를 차지만 내가 만약 기치지로의 입장이라면 어땠을까 생각하게 되면서 쉽사리 어떤 말로도 그를 정죄할 수 없다. 너무나도 순수하고 확고하게 신앙을 지키며 목숨을 잃는 크리스천들을 보면서 대단하다, 하고 감탄하지만 내가 만약 저들의 입장이라면 어땠을까 생각하게 되면서 누군가의 신앙을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에 다시 한 번 도달한다. 그리고 페레이라와 로드리게스의 대면 이후 우리는 점점 더 깊은 생각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수많은 크리스천들이 핍박을 당할 때, 하나님은 어디에 계시는가, 왜 아무 말씀 없이 침묵하시는가.

영화 컬럼



<사일런스>는 쉽게 질문을 던지고 쉽게 해답을 주는 작품이 아니다.

굳은 신앙을 바탕으로 의지를 가지고 평온함을 유지하는 강인한 로드리게스 신부는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영혼들을 위한 절절함과 뜨거움을 가지고 있다. 신앙을 받아들였지만 두려움과 혼란 속에서 배교와 회개를 반복하는 기치지로는 그 마음을 헤아리기 어렵다. 하지만 극명한 대조를 보이는 이 두 사람과 중간에 서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우리마음의 중심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우리의 마음은 하나님께로 온전히 모아진다.

결국 <사일런스>는 우리가 하나님께서 침묵하고 계시다고 느끼고 칠흑 같은 공포와 절망 속에 빠진다 해도 그는 침묵 가운에서도 우리와 함께 하고 계시며 붙들고 계심을 다시 한 번 고백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인 것이다.



제작

글 : 신지혜 | 시네마토커
제작 : GOD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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