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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퀄스


근미래.

고도의 지성을 가졌지만 감정을 갖는 것은 허락되지 않은 그들은 최고의 효율성을 가진 시스템 안에서 최적의 컨디션을 제공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뛰어난 지성은 주어진 일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도록 하고 감정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싸움이나 분쟁도 없다. 일상을 유지하는 모든 시스템은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적용되고 일상을 흐트러뜨리는 것은 오직 감정보균자들일 뿐이어서 감정을 가진 사람들은 분리되어 치료를 받는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돌아가는 시스템, 모든 것이 아름답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시스템, 모든 사람이 동등하고 평화롭게 지내는 시스템.



그리고 바로 그 짧은 시간, 사일러스는 니아의 미묘하게 변하는 표정과 살짝 쥐어버린 주먹을 보게 된다. 스스로도 놀랍게도 사일러스는 그런 니아에게 호기심이 생기고 그녀와 가까워진다. 그리고 두 사람은 감정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고 가장 애틋하며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라는 것에 빠져들고 시스템을 탈출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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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말이지만 인간은 누구나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감정은 눈빛과 표정과 손짓, 제스처, 분위기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더구나 사랑이라는 것은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감정이니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풍기는 분위기는 누구라도 알아챌 수 있는 것. 흔히들 말하지 않는가.

감기와 사랑은 숨길 수 없다고 말이다. 다른 상황, 다른 사회, 다른 공간에서라면 사일러스와 니아의 사랑은 당연하고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것이었으리라. 하지만 그들이 속한 시스템에서 감정 특히 사랑이라는 것은 결코 가질 수 없고 느낄 수 없고 허락되지 않은 것이니 두 사람은 어떻게든 사랑을 숨겨야 한다. 두 사람과 관계를 들키지 않는 것은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하는 것이고 두 사람이 감정이라는 것을 갖고 있다는 것 또한 알려져서는 안되는 것인데 게다가 사랑이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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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실 때 자신의 형상대로 흙으로 빚고 생령을 불어 넣었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 자신의 형상대로 빚었다는 것은 문자적으로 이해한다면 모양을 따라 지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조금 더 깊이 해석한다면 성품, 내면, 성질을 우리에게 부여하셨다는 의미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이 감정을 갖는 것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았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고 우리가 갖는 감정은 곧 하나님의 성품의 일부라는 말인 것이다.

실제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육신을 입고 이 땅에 오셔서 공생애를 사실 때 신의 성품과 인간의 성품을 가지고 계셨고 그가 느낀 감정들은 오롯이 인간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에서 발현된 보다 근본적이고 근원적인 것이라 하겠다. 인간이 갖는 감정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인간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감정, 인간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바로 하나님의 성품에서 비롯된, 인간의 특질 중 하나인 것이다.

사일러스와 니아의 시공간은 그래서 무척이나 위험하고 어이없는 곳이 된다. 고도의 지성은 가졌지만 아무런 감정을 느껴서는 안되는 곳. 감정을 누군가가 통제하고 ‘감정보균자’는 감정을 제거하는 ‘치료’를 받게 하는 곳. 더구나 인간이라면 갖게 되고 가져야 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범죄로 여기는 그런 시스템이 이상향이라면 그 누가 동의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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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


기상시간, 복장, 음식, 일하러 가는 시간, 휴식시간과 공간, 철저하고 정확한 시간과 동선에 따라 움직이는 시스템 ... 이런 것들이야말로 통제하고 규제하기에 최적화된 시스템이며 효율성과 생산성을 극대화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스템이다. 그런데 그 시스템을 유지하는데 가장 장애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

역시 아무래도 감정이 아닐까. 강력한 규제와 통제로 억누르고 끝없이 감시하고 처벌한다 해도 인간이 지성과 감정을 함께 갖고 있는 이상 임계점에서는 분노가 폭발하고 체제를 뒤엎으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고도의 지성은 있지만 감정을 갖고 있지 않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감정을 갖지 않는다는 것은 그래서 시스템을 운용하는 데 가장 유용하고 편리한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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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러스와 니아의 시공간은 바로 그런 곳이다.

그리고 그렇게 인간의 감정을 제거하고 통제하는 것은 결국 하나님의 성품, 하나님의 형상을 받은 인간에게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감정이 사라진 채 기억에 의존해 니아의 손을 꼭 잡은 사일러스의 무표정한 얼굴은, 그래서 더더욱 우리의 마음에 먹먹함을 남긴다.



제작

글 : 신지혜 | 시네마토커
제작 : GOD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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