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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오브크라이스트


최근 수 년 전부터 재개봉되는 영화들이 많아졌다.
한 주에 개봉되는 영화가 평균 열 편이 넘을 정도로 많은 신작들이 소개되는데 10년 전, 20년 전 개봉했던 영화들이 리마스터링, 디렉터스 컷 등으로 새롭게 무장하고 개봉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개봉되는 영화 소식을 들은 관객들은 예전에 보았던 감상을 되찾고자 또는 영화를 보던 당시를 추억하며 영화관을 찾기도 하고 이후 세대들은 그 자신의 입장에서는 새로 개봉되는 영화로서 또는 유명세를 탔던 영화들의 실체와 접하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다. 멜 깁슨 감독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13년 만에 재개봉 되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12시간을 그린 이 영화는 그 사실적이고 극단적인 장면 때문에 영화가 제작될 당시부터 뜨거운 관심 속에 놓일 수밖에 없었고 찬반양론의 반응 속에서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개봉 이후 이 영화는 찬반양론을 넘어 크리스천들의 신앙고백이 되었고 크리스천이든 아니든 그 누구를 막론하고 최고의 종교영화로 꼽히게 되었다.

예수는 12제자를 데리고 다녔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려주었고 자신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알려주었다. 그를 따르는 제자들은 늘 그의 말씀을 듣고 그와 함께 먹고 자며 3년을 지냈지만 정작 그의 말씀이 어떻게 이루어질지는 알지 못했고 어쩌면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날이 찾아오고야 만다. 예수는 제자들을 불러 모아 마지막 만찬을 함께 한다. 떡과 포도주를 나눠주면서 그것이 자신의 살과 피라고 하며 곧 있을 수난을 준비하고 기도를 하러 겟세마네로 올라간다. 그 때 예수 그리스도의 심정은 어땠을까. 앞으로 닥칠 일과 자신이 감내해야 하는 고통을 이미 알고 있기에 더욱 끔찍했을 것이다.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그 일을 행할 자가 찾아와 스승에게 입을 맞춘다. 유다의 밀고로 예수는 끌려가고 십자가에 달려 죽기까지 12시간이 흐른다.

이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바로 그 12시간을 고스란히 그려냈다.

영화 컬럼



성경의 이야기 또는 기독교 신앙인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은 많이 있다. 세실 B. 드밀 감독의 <십계>는 대표적으로 성경 창세기의 이야기를 연대기처럼 만든 영화이고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벤허>, 마빈 르로이 감독의 <쿼바디스> 등 헐리우드 고전영화들은 좋은 영화, 잘 만든 영화로 호평을 받았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들도 가끔씩 만들어지곤 했는데 이 영화들은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 중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은 - (영화의 마지막에서 이 모든 이야기는 십자가에 달린 그리스도의 잠시의 상상임이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다.

아무리 영화라고 해도 예수 그리스도가 그렇게 지극히 인간적인 상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불순하므로 이 영화는 신성모독이라는 주장이 거셌다. 하지만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이 영화는 자신의 신앙고백이라고 밝힌데다 작품의 높은 완성도로 인해 논란이 잦아들었다.




멜 깁슨 감독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또 다른 관점에서 논란이 되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의 시간을 그렇게 사실적으로 끔찍하게 극단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여기에 있다. 이 영화가 단순히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12시간을 소재로 삼아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영상을 만들어냈다면 그것은 당연히 비판을 받아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감독 자신과 제작진이 진정성을 가지고 종교인들을 만나며 디테일 하나하나까지 검증하고 심혈을 기울여 영화를 만들면서 지극히 사실적이어서 참혹한 영상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 장면을 보면서 관객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고 그 은혜에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참회하고 은혜를 받기를 바라는 의도가 전해지면서 영화에 대한 평가는 점차 호평으로 이어졌다.

우리가 관객으로서 영화를 볼 때 어떻게 보느냐는 중요하다. 그 시점과 관점이 바로 자신의 해석으로 이어지고 그 해석은 온전히 자기자신의 감상과 경험으로 남기 때문이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관객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눈을 돌리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성경을 읽으며 기도를 하며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수난을 어느 정도나 느끼는가.

그 고통과 숨막히는 긴장을 조금이나마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나의 감정과 육신을 예수 그리스도에 이입해서 그의 은혜가 얼마나 크고 놀라운 것인지 느끼는가. 이 영화가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12시간을 그토록 농밀하고 치열하게 그려낸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시간 시간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고통에 진정으로 동참하라고 권면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과 아픔과 극한상황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인간의 작은 생각과 치졸한 마음과 미시적인 시선을 버리고 온전히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에 감격하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이 아닐까.

영화 컬럼

우리가 사물을 접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는 우리의 경험과 생각의 잣대와 관점과 가치관이 기준이 된다.


그 기준들은 개인의 취향과도 무관하지 않겠지만 조금은 달라서 책이나 그림, 영화 등 텍스트를 분석하고 받아들이는 근거가 되고 이해와 감상의 근거가 된다. 보편적이고 통상적인 언어로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감상의 범주에 들도록 만들어진 영화는 그래서 크게 다르지 않은 감상을 가져다 주지만 그 범주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영화는 그래서 논란에 휩싸이거나 감상의 층이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 당신이 보고 판단할 차례이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서 당신이 보게 될 것이 무엇인지 문득 궁금해진다.

제작

글 : 신지혜 | 시네마토커
제작 : GOD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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