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d

아직 여름은 오지 않았다.
아침과 저녁 사이에 창문을 넘어오는 바람이 차지도 덥지도 않아서 깊은숨으로 단잠을 이룬다.
여름이 뜨거운 열기를 내뿜기 전에 유월은 계절이 잠시 쉬어가는 달인 듯 여름을 재워 놓는다.
유월의 바람이 이토록 차분하니 장맛비가 지나고야 깨어날까? 그래도 유월은 여름을 붙잡지 않고 휑한 바람과 함께 놓아 보낸다.
그 바람에 떨어진 작은 밀알을 생각하며...

백범김구 시작

백범김구

내가 만일 어떤 자의 총에 맞아 죽는다면 이이상 기쁜 일이 없을 것입니다.그것은 다름 아니라 밀 한 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 것 같이 내가 죽은 후 나 이상의 애국자들이 많이 나올 것이기 때문입니다.활천이라는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월간지에 백범 김구선생이 쓴 글의 일부다. 이때가 1949년 봄이었는데 그 해 유월, 김구 선생은 그의 집무실로 사용하던 경교장에서 안두희의 총탄에 쓰러졌다. 그 날이 26일이었다. 일제 식민지시대에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주석으로서 독립운동을 주도하고 독립된 후 통일된 조국을 이루고자 애썼던 그의 손에서 애국을 쓰던 붓이 떨어지고 말았다. 한 알의 밀알같이 썩어간 그의 주검이 서울 효창공원에 안치되어 그의 생을 기념하고 있다.

그를 반대하던 자들의 위협은 늘 끊이지 않았겠지만 그는 초연했다. 어쩌면 바울의 고백처럼 죽음이 그를
더 평안케 하는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스도의 품에서 다시 깨어날 저 얼굴에....... 평안을!

그의 초상화가 유월의 바람처럼 차분하다. 그가 품고 있던 계절은 아름다운 나라를 이루고자 하는 뜻이었다. 남을 침략하지 않고 생활이 풍족하며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한 나라, 무엇보다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그 뜻이 백범(白凡)이라는 호에서 나타나는 듯하다. 백정(白丁)의 ‘백’과 범부(凡夫)의 ‘범’. 가장 미천한 신분이라고 여겨졌던 백정이나 평범한 백성들 누구라도 자신과 같이 지식을 가지고 나라를 사랑하는 정신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 그 뜻이 참으로 어두운 밤에 등불과 같다.

그가 독립운동을 위해 가입한 신민회 사람들의 얼굴들이 보인다. 얼굴과 얼굴, 모두 제각기 다르지만 같은 시대에 다른 꿈들을 포기하고 오직 하나의 목적을 위해 모인 얼굴들이었다. 차분한 바람을 맞으며 단잠에 빠져있기에는 옆에서 들리는 통곡 소리와 비명이 뼈저리게 아팠다. 귀를 닫고 더 시원한 그늘 속에 숨어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기독교 항일단체였던 이들의 마음속에 그리스도의 진리가 달리 무엇을 이들에게 선택하게 했을 것인가! 그리고는 감옥에서 어느 거리에서 그들은 부르심의 때를 받아들이고 사라져갔다.

어느 모퉁이에 한 여인의 동상이 서 있다. 김구 선생의 어머니 곽낙원 여사를 위해 만들어진 동상이었다. 아들이 독립운동을 하다가 감옥에 갇혀 있을 때 하루 종일 품을 팔아 얻은 찬밥 한 덩이를 손에 들고 찾아가던 모습을 담았다고 한다. 어머니는 아들이 경기 감사나 하는 것보다 더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는 설명을 보며 이 나라의 독립을 위해 총을 들고 싸웠던 싸움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음을 생각한다. 의지를 꺾지 않고 편한 것을 찾지 않고 자식이 죽어가는 아픔을 견디었던 어미의 마음으로 그렇게 기도하며 싸워야 했음을. 어디 그 고통을 감내했던 여인이 이 한 몸뿐이랴!

상하이에서 조직된 임시정부는 그 후 항저우,
창사, 류저우 등 여러 곳으로 청사를 옮기다가
마지막 충칭에 자리를 잡는다.

모형은 충칭에서의 모습이다.
비록 남의 땅에 세워진 작은 건물이었지만
세계 여러 나라와 언론을 통해
대한민국의 독립을 외치며 쓰러진 한반도를
지지하는 데에는 결코 작지 않았다.
임시정부의 주석으로 있었던 김구 선생은
대한민국의 태극기가 어느 방 좁은 벽이 아니라
높은 깃대에 달리기를 바라는 그 날을
기대하고 있었으리라.

광복 이후 한국으로 귀국한 김구선생은 자신의 사저인 경교장에서 매일 새벽예배를 드렸다. 기도의 호흡을 멈추지 않고 일상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진리가 자신이 걷고 쓰고 선택하는 모든 일에 굽혀지지 않도록 향기를 발하였던 것, 그의 모든 삶이 그것을 증거 하고 있다. 돌아온 후에도 그는 이념갈등으로 갈라진 남과 북의 통일을 위해 쉬지 않았다. 가지런히 전시되어 있는 그의 유품들은 그가 살아있는 동안 어느 때라도 잠시나마 쉴 틈이 있었을까? 쉬어갈 수 없는 세상에서 그의 평안은 독립이었고 통일이었고 오직 진리였다.

아직 그가 바라던 나라는 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그의 마음속에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계절의 푸름 같이 그리스도의 나라가 있었다. 그는 그 나라를 이루라고 말한다. 백정(白丁)이어도, 범부(凡夫)라도, 가난한 청년이나 쇠약한 노인일지라도 좋으니, 나의 썩음으로 인해 나라를 사랑하여 아름다운 나라를 만드는 애국자의 열매가 가득히 맺어지기를! 누구든지 너의 뒤에는 대한민국의 깃발이 있으니 작은 불이라도 진리를 좇아 나라를 밝히는 빛이 되기를 염원하노라!

공감 캠페인

길을 잃은 이에게..
길을 듣는 이에게 들려주는
감동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