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창조이야기
facebook twitter


분자계통학의 기본 가설, “공통 조상의 DNA를 물려받아 분자적 상동성이 나타난다.

생물 진화론에서 핵심 개념은 ‘공통 조상’과 ‘상동성’이다. 공통 조상이 가졌던 형질이 그 자손들에게 공통적으로 전해지기 때문에 진화적으로 서로 연관됨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진화의 과정에서 보존되는 그 공통적 형질들은 생물들 사이에서 서로 유사한 특징으로 나타난다는 의미로 상동성이라고 불린다. 앞선 글들에서 우리는 생물의 기관이나 골격 등에서 나타나는 유사성, 즉 형태적 상동성(또는 해부학적 상동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런데 공통 조상으로부터의 진화를 주장하는 또 다른 상동성 개념이 있다. 이른바 분자적 상동성이다.

 박테리아로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생물체들은 모두 DNA, RNA, 단백질을 가지고 있다. DNA는 아데닌(A), 티민(T), 시토신(C), 구아닌(G)이라는 4가지 염기의 다양한 조합으로 이루어지는 긴 사슬 형태의 분자이다. 이 염기들로 이루어진 특정한 서열은 전령 RNA(mRNA)의 염기서열로 복사되고 이 서열이 곧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을 결정짓게 된다. 생물체의 생식 과정에서 DNA 분자의 염기서열은 자손에게 복제되어 전달되지만, 종종 돌연변이나 분자 수준에서의 실수들이 일어나면 부모의 서열과는 약간 다른 서열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 결과, 어떤 생물체의 DNA 또는 단백질 분자들은 그 부모 또는 조상의 것들과 조금씩 달라지게 된다. 이러한 DNA 또는 단백질의 변화가 어떤 종 내에서 다양한 표현형으로 나타나는 것을 유전적 ‘변이’라고 한다. 진화론에서는 이를 두고 굳이 ‘소진화’라고 부르지만, 그것은 진화를 미리 전제하는 데서 비롯된 표현일 뿐이다. 유전적 변이에 의한 종 내 다양성의 증가는 실제 관찰되는 하나의 과학적 사실인 만큼 그냥 ‘변이’라고 부르면 되는 현상이다. (진화론에서는 이 변이들이 축적되어 그 종의 경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종으로의 종분화, 즉 대진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아직까지 관찰된 바 없는 추론적 가설임을 분별해야 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서 진화론에서는, DNA의 염기서열 또는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을 비교함으로써 생물들 사이의 진화적 연관성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DNA가 변화를 거치면서 진화가 진행된다고 했을 때 그중 변하지 않는 부분, 즉 ‘보존된’ 염기서열(또는 아미노산 서열)들이 있을 것이므로, 그 서열 상의 유사성 즉 분자적 상동성이 생물들의 진화적 유연관계를 가르쳐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특정 유전자(단백질)들을 비교할 때 진화적으로 가까운 관계일수록 보존된 염기서열의 비율이 높을 것이고, 서열상의 차이가 클수록 진화적으로 먼 관계라고 볼 수 있다는 논리다. 이렇게 특정 유전자의 염기서열 상의 차이(변이의 정도)를 분석하여 생물 간의 진화 계통을 규정하는 학문을 분자계통학(molecular phylogeny)이라 한다. 계통학(phylogeny)이란 생물들의 진화적 역사를 추정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현대 분자생물학이 발전하기 이전까지는 계통을 추론하기 위해 해부학적(골격의 구조 등), 생리학적(온혈동물 여부 등) 특징들을 주로 사용해왔다. 그러나 현재는 분자생물학적 기법을 사용하여 DNA와 단백질 분자의 비교 데이터로부터 계통을 추론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분자적 상동성에 기초한 ‘분자시계

1962년, 미국의 생물학자 에밀 즈커캔들(Emile Zuckerkandl)과 생화학자 라이너스 폴링(Linus Pauling)은 DNA 염기서열과 단백질 아미노산 서열을 비교하면 생물들 간의 유연관계를 알아낼 수 있다고 제안했다(Emile Zuckerkandl and Linus Pauling, 1962. “Molecular Disease, Evolution, and Genetic Heterogeneity,” in ‘Horizons in Biochemistry’ ). 어떤 두 생물의 DNA 또는 단백질의 서열 상 차이가 작을수록 진화적으로 가까운 관계가 된다는 것이다(그림 1). 특히 그들은 “분자시계(molecular clock)” 가설을 제시하면서 공통 조상으로부터 생물들이 얼마나 오래전에 진화되었는지를 계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돌연변이가 축적될수록 생물 간의 서열 상 차이는 늘어나게 될 테니, 이것이 분자시계가 되어 그들의 DNA 또는 단백질 분자가 동일했을 때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분자계통학의 초기 연구에서는 주로 단백질 서열을 비교하였지만, 지금은 DNA 서열을 분석하는 연구가 보다 보편화되었다. 세포 내에서 DNA 서열 정보가 단백질 정보로 변환되기 위해서는 거대분자 복합체인 리보솜이 필요하다. 리보솜을 구성하는 분자 중 리보솜 RNA(rRNA)가 있는데 이 rRNA에 대한 정보 또한 DNA 서열에 포함되어 있다. 1980년 이래 분자계통학에서는, rRNA를 암호화하는 DNA 염기서열이 중요한 데이터로 활용되어 왔다. 그런데 DNA 또는 RNA 서열을 비교하는 일은 이론적으로는 단순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복잡한 작업이다. 실제 분석하게 되는 DNA 조각에는 수천 개의 염기가 포함되는데, 두 DNA 조각을 정렬하여 비교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까다롭다. 서열 중 어디서부터 시작하여 맞추어서 비교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한 어려움에 더하여, 진화 사건의 연대를 추정하는 분자시계 방법은 돌연변이의 속도라는 또 다른 변수가 개입되어 더욱 복잡해진다. 돌연변이 속도의 빠르거나 느림에 대한 가정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진화에 걸린 시간의 추정치가 다르게 나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NA 서열에 대한 비교 작업과 분자시계에 의한 연대 추정에서 얻어진 결론들은 생명의 역사를 설명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어, 그러한 분자생물학적인 분석들로 얻어진 캄브리아기 대폭발 현상(Cambriam explosion, 캄브리아기 지층에 수천 종류의 복잡하게 생긴 다세포 무척추동물 화석들이 폭발적으로 출현하는 현상)의 연대 추정치가 기존의 화석학적 진화 연대와 전혀 다르게 나옴으로써 혼란이 야기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분자시계 개념을 통해 추정해보면 캄브리아기 대폭발은 화석 기록이 보여주는 것처럼 그렇게 급격한 현상이 아닌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그 분자 서열 분석의 결과들을 이용한 연대 추정치들은 일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분자생물학적 분석으로는 올바른 해석을 내릴 수 없다는 문제점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말이다. 캄브리아기 대폭발의 경우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본다.

분자시계는 얼마나 정확할까?

현존하는 대부분의 동물문(animal phylum, 動物門)에 속하는 다세포 무척추동물들의 화석들은 그 조상의 형태가 선캄브리아기 지층에 나타나지 않은 채 캄브리아기 지층에서 갑자기 폭발적으로 나타난다(Godpia 웹진-톡톡 창조 이야기, “화석이 들려주는 생명 역사 이야기(2) - 캄브리아기에 무슨 일이?”참조).이들은 화석 기록이 보여주는 것처럼 갑작스럽게 출현한 것인가, 아니면 다윈의 이론이 주장한 대로 공통 조상으로부터 수백만 년에 걸쳐 서서히 갈라져 나온 것인가? 이 캄브리아기 대폭발 현상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설명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만큼 진화론 학자들에게는 미스터리와 같은 현상이어서 다각적인 방법으로 설명해보려는 노력이 이어져왔다. 그중에는 분자시계 개념을 적용한 시도도 당연히 있었다. 캄브리아기 화석들로부터 DNA, RNA, 단백질과 같은 분자들을 분석해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분자생물학자들은 살아있는 생물종에서 이들 분자들의 서열을 비교할 수는 있다. 주요 동물문 사이에 나타나는 서열 차이들이 돌연변이에 의한 것이며 다양한 동물에서 그 돌연변이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되는 속도가 일정하다고 가정한다면, 분자생물학자들은 그 서열 차이들을 “분자시계”로 사용하여 그 동물문들이 공통 조상으로부터 얼마나 오래전에 갈라져 나왔는지를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으로 얻어진 진화의 연대 결과들은 어땠을까? 진화론 학자들의 예측과는 달리 그 연대들은 서로가 상당히 다르게 나타났다. 1982년 미국의 고생물학자 브루스 러네가(Bruce Runnegar)는 최초로 동물문이 갈라져 나온 시점을 9억~10억 년 전으로 추산하였다(Runnegar, B., 1982. “A molecular clock date for the origin of the animal phyla,” Lethaia 15: 199-205).

그러나 1996년 미국의 생화학자 러셀 두리틀(Russell Doolittle) 연구팀은 6억 7천만 년 전이라 주장하였는가 하면(Doolittle, R.F. et al., 1996. “Determining divergence times of the major kingdoms of living organisms with a protein clock,” Science 271: 470-477 ), 미국의 분자발생생물학자 그레고리 레이(Gregory Wray) 연구팀은 12억년 전이라고 발표하였다( Wray, G.A., 1996. “Molecular evidence for deep precambrian divergences among metazoan phyla,” Science 274: 568-573 ). 화석학자들은 캄브리아기가 6억년 전에 시작되었다고 보기 때문에, 6억7천만년이 12억년보다는 화석 기록에 좀 더 맞아들어 보인다. 하지만 9~10억년이나 12억년이라는 연대들도 같은 진화론적 가정 위에 나온 추정치들인데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것이 아닌가.

진화론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분분했다. 1997년 영국의 고생물학자 리처드 포티(Richard Fortey) 연구팀은 오래된(12억 년) 연대를( Fortey, R.A. et al., 1997. “The Cambrian evolutionary ‘explosion’ recalibrated,” BioEssays 19: 429-434), 1998년 프란시스코 아얄라(Francisco Ayala) 연구팀은 짧은(6억 7천만 년) 연대를 지지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하였다(Ayala, F.J. et al., 1998. “Origin of the metazoan phyla: Molecular clocks confirm paleontological estimates,” Proceeding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USA 95: 606-611). 그러나 두 연대값의 차이는 무려 5억3천만년이나 되는데, 그 시간은 캄브리아기가 시작되어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시간과 맞먹는 엄청난 시간이다. 이 정도면 캄브리아기가 6억 년 전쯤에 시작되었다는 진화론의 기본 가정이 과연 맞는 것인지부터 다시 검토해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결국 이 문제의 원인에 대한 학자들의 고민은 분자시계 자체의 한계로 설명하는 선에서 머물고 말았다. 미국의 동물학자 케네스 핼래니치(Kenneth Halanych)는 이렇게 동물문이 갈라져 나온 연대 추정치가 크게 차이가 나는 현상에 대해, “분자생물학적인 방법을 이용해서 그 정도로 오래된 사건에 대한 연대를 측정하는 것은 능력 밖의 일”이라고 결론지었다( Halanych, K.M., 1998. “Considerations for reconstruction metazoan history: Signal, resolution, and hypothesis testing,” American Zoologist 38: 929-941; Morris, S.C., 2000. “Evolution: Bringing molecules into the fold,” Cell 100: 1-11). 미국의 고생물학자 제임스 밸런타인(James Valentine) 연구팀은, “어떤 분석기술을 사용하는지 또는 어떤 분자를 분석하는지에 따라” 추정치가 수억년씩 차이가 나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 동물문의 발생을 추정함에 있어, 분자시계의 정확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평가하기도 하였다.

분자시계를 둘러싼 진화론 학자들의 논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분자시계 개념은 이렇듯 그 정확성이 입증되지 않은 만큼 생물의 역사를 추정하는 도구로서는분명한 한계가 있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돌연변이 속도에 대한 정확한 추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산출되는 연대의 정확성 역시 판단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돌연변이 속도가 시간에 따라 일정하지 않고 변하기 쉽다면 정확성은 더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 진화론 학자들 사이에서는 돌연변이 속도가 항상 일정하다고 가정하는 기존의 방식에 대해 그동안 많은 논쟁을 벌여왔고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2012년 네이처 논문을 통해 소개된 진화론 학자들의 논쟁을 보면 그 단면을 잘 알 수 있다. 우선, 영국의 웰컴 트러스트 생거 연구소(Wellcome Trust Sanger Institute)의 진화 유전체학자인 에일린 스컬리(Aylwyn Scally)는 DNA 돌연변이 속도와 관련된 발전된 연구들을 통해 인류 역사의 분자시계는 이전에 추정했던 것보다 절반 정도의 느린 속도로 진행된 것으로 보이며 이를 인류 진화에 적용해보면 그 연대가 두 배로 늘어나게 된다고 주장했다( Scally A. and Durbin R., 2012. “Revising the human mutation rate: implications for understanding human evolution.” Nature Reviews Genetics 13:745-753). 이로 인해 그동안 논쟁을 벌여왔던 고고학자들과 유전학자들이 현대 인류의 연대에 대한 합의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하버드 의대의 진화유전학자 데이비드 라이시(David Reich)는 이 느린 분자시계 주장에 대해, 현대 인류의 연대에는 적용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보다 오래된 진화의 역사에 적용하기에는 적합지 않다고 반박했다(Callaway E., 2012. “Studies slow the human DNA clock.” Nature 489: 343-344, 그림 2). 느린 돌연변이 속도를 인류와 오랑우탄 간의 공통 조상에 적용한다면 4천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되어 최후의 공룡과 함께 살았음을 의미하게 되므로 이상한 진화론이 되어버린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느린 돌연변이 속도의 분자시계를 두 진화 과정에 모두 적용할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이에 대해 스컬리 박사 등은 유인원의 DNA 돌연변이 속도는 1,500만 년 전부터 느려졌을 것이며 그것은 몸집이 작은 조상 유인원에서 돌연변이 비율이 빨랐기 때문일 것이라고 맞섰다. 하지만 라이시 박사는 그러한 가설은 뒷받침해주는 증거가 거의 없다고 재반박하면서 인류의 역사에서 돌연변이의 속도는 여전히 논쟁 거리임을 재확인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1960년대에 분자시계 개념이 나온 이래 최근까지도 그를 둘러싼 진화론 학자들의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논쟁을 통해서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겠지만 그 논쟁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리는 대립이 있다는 점에서 쉽게 끝나지 않을 논쟁이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분자시계는 오히려 성경에 기록된 짧은 인류의 연대를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분자시계의 정확성에 대한 문제와 관련하여 발표된 몇몇 연구결과들 중에는 진화론 학자들을 심히 당혹스럽게 만드는 결과가 나오는 경우들도 심심찮게 발견되어왔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분자시계로 산출된 현대 인류의 발생 연대에 대한 추정치이다. 당초에 진화론에서 분자시계 방법에 근거하여 긴 연대를 추정했었는데, 추가적인 연구 결과 그보다 훨씬 짧은 연대, 즉 성경에 기록된 짧은 인류 연대와 비슷한 추정치가 더 타당함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는 1998년 사이언스지에 보고된 것으로, DNA 돌연변이 속도를 보정한 새로운 분자시계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 현생 인류의 역사는 10만~20만 년이 아닌 약 6천 년 정도라는 추정치가 나온 것이다 (Gibbons, A., 1998. “Calibrating the mitochondrial clock” Science 279, 28-29, 그림 3). 이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 몸의 세포에는 핵에 있는 염색체 DNA뿐만 아니라 미토콘드리아라는 세포소기관에 들어있는 작은 DNA, 즉 미토콘드리아 DNA도 있다. 이 미토콘드리아 DNA는 어머니의 것을 그대로 물려받게 되는데, 그것은 난자와 정자가 수정되어 만들어지는 수정란은 난자 세포가 정자의 핵 DNA만 받아들여 만들어지므로 수정란의 미토콘드리아는 난자의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토콘드리아 DNA는 핵 DNA와는 달리 정자의 것과 섞일 일이 없는 만큼, 자체 돌연변이들만이 그 안에 축적되게 된다. 즉 미토콘드리아 DNA의 돌연변이 속도를 알면 현생 인류의 연대를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이 미토콘드리아 DNA가 300~600세대에 하나의 염기가 바뀌는 속도로 돌연변이가 일어난다고 추정했다. 한 세대의 시간을 20년으로 잡으면 대략 6,000~12,000년에 하나의 염기가 돌연변이로 바뀐다는 말이다. 그 분자시계의 추정치를 바탕으로 계산된 현생 인류의 연대는 약 10만~20만 년 전이라고 주장되었고(Godpia 웹진 - 톡톡 창조 이야기, “인류의 어머니, 미토콘드리아의 비밀” 참조) 지금까지도 이 연대는 각종 교과서나 매체에서 사용되고 있는 수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분자시계를 통해 추정된 10만~20만 년이라는 인류의 역사는 다름 아닌 분자시계로 인해 발목을 잡혔다.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 가계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한 결과, 미토콘드리아 DNA의 돌연변이는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20배나 빠른 속도로 일어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 결과에 근거한다면 현생 인류의 역사는 약 6천 년 정도임을 가리킨다. 6천 년이라는 연대는 성경에 기록된 짧은 인류의 연대와 거의 일치하는 수치이다. 하지만 이 사이언스 논문에서는 이러한 결과를 받아들일 수는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미토콘드리아 DNA를 이용한 연대 추정 방법에 대한 근본적인 보정이 필요하다는 식의 애매한 결론을 맺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이 글에서, 미토콘드리아 DNA 분자시계에 의해 성경의 짧은 인류 연대가 입증된 것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분자시계 방법에는 불확실한 가정으로 인해 부정확한 추정이 나올 수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는 만큼 섣불리 단정적인 결론을 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분자시계와 관련된 내용들을 살펴보면서 다시금 발견하게 되는 것은 심하게 왜곡되고 편향되어버린 기원과학 연구의 현실이다. 진화론 학자들이 분자시계 자체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은 채 이 방법을 진화론의 도구로만 활용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점이 큰 아쉬움을 남긴다. 분자시계에 대한 정확성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개념으로 추정된 연대들을 진화론적 연대에만 맞추려고 집착하는 것은 과학적 자세라기보다는 세계관적 고집이라 해야 할 것이다. 즉 진화라는 무신론적 세계관에 얽매임으로 인해 생겨난 철저한 편향이 아닐 수 없다. 모든 개념과 방법들을 진화론에만 초점을 맞추고 진화론만 뒷받침하는 것처럼 몰아갈 것이 아니라, 진화론 그 자체부터 검증의 대상으로 볼 수 있는 보다 객관적인 시각과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하겠다.

(*본 글에는 “The Design of Life: Discovering Signs of Intelligence in Biological Systems” [William A. Dembski and Jonathan Wells, 2008. The Foundation for Thought and Ethics] 의 내용을 기초로 필자의 의견을 더하여 쓰인 글이 일부 포함되었습니다.)

※ (하)편에서 계속

제작

글 : 현창기 | 한동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 제작 : GODpia
2018. 12.20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