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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체에 나타나는 유사성들, 무엇을 말해주는가?(4)-상2


순환논리 탈출?.. 진화론의 자기 합리화

그렇다면 상동성 순환논리를 향한 비판에 대해 다윈주의 진화론을 지지하는 진화론 학자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당연히 여러 학자들이 그러한 비판으로부터 상동성 개념을 보호하고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 미국의 생물철학자 마이클 기셀린(Michael Ghiselin)은 지적하기를, 상동성은 그 개념 자체에 의해 정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다신다윈주의의 논리는 순환논리가 아니라고 하였다(Michael T. Ghiselin, 1966. “An Application of the Theory of Definitions to Systematic Principles,” Systematic Zoology 15, 127-130). 하지만 이러한 해명은 비판의 핵심을 비켜가려는 궁색한 변명으로 느껴질 뿐이다. 왜냐하면 순환논리 문제가 지적되는 것은 상동성 개념 정의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그 상동성 개념에 근거하여 공통 조상이 존재하였다는 결론을 도출하는 추론 방식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상동성 정의 자체는 순환논리가 아니지만, 그 상동성에 기초하는 추론이 순환논리적이라는 지적인 것이다.

한편 미국의 과학철학자 데이빗 헐(David Hull)은 또 다른 측면으로 상동성 논리를 옹호하고자 하였다. 그는 상동성으로부터 공통 조상의 결론을 내리는 것은 순환논리라기보다는, 연속근사법(連續近似法, successive approximation)을 통해 결론에 접근해가는 과학적 방법론의 한 예에 해당된다고 주장하였다(David L. Hull, 1967. “Certainty and Circularity in Evolutionary Taxonomy,” Evolution 21, 174-189). 요컨대, 공통 조상으로부터의 진화라는 특정한 가설을 세운 후 유사한 특징(상동성)들을 사용하여 그 가설을 다듬어나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순환논리라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 역시 비판을 피하기 위한 우회적 설명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연속근사법이라고는 하지만, 선행적으로 공통 조상 계보 진화를 가설로 설정하는 것부터가 상동성을 이용해서 그 가설을 입증하려는 의도 하에 이루어진 것인 만큼 결국에는 순환논증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그런 해명으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닐 것이다.



어찌 되었든 상동성-공통 조상 논리의 순환논법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다윈주의 진화론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상동성을 공통 조상으로부터 진화한 증거로 연결하고 있고, 그 연결을 순환논증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개념의 정의와 현상의 해석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한다. 대표적인 신다윈주의 비평가 중 한 사람인 미국의 생물 철학자 로널드 브래디(Ronald Brady)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우리가 해석하고자 하는 것을 정의하는 단계에서 우리의 해석을 개입시킨다면 그것은 과학적 가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우리의 해석이 사실이라는 확신을 가진 나머지, 우리가 해석하여야 하는 상황 자체로부터 그 해석을 구별해내야 할 어떤 필요도 느끼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류의 독단적인 노력들은 궁극적으로 과학의 영역으로부터 떠나야 할 것들이다.” (Ronald H. Brady, 1985. “On the Independence of Systematics,” Cladistics 1, 113-126). 진화형태학과 계통분류학에 상당한 기여를 하였다고 평가받고 있는 브래디 교수의 이러한 비평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상동성과 공통 조상 개념의 연결을 미리 기정사실처럼 전제해놓은 후 모든 관찰 결과들을 그에 맞추어 해석하려는 것은 결코 객관적인 해석이라 할 수 없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옳다고 규정하는 진화론의 배타적인 자기 합리화에 지나지 않는다 할 것이다.

유사성은 상동성 개념으로만 해석? 설계 개념으로도 얼마든지 설명될 수 있다!

상동성-공통 조상 논리를 둘러싼 논쟁은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유신론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은 그 논리가 무신론적 세계관에서 출발한 배타적인 추론임에 반발한다. 생물체들의 구조적 유사성들을 왜 반드시 공통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상동성으로만 해석하려고 하는가라는 문제 제기이다. 공통 조상으로부터의 진화가 유사성에 대한 최선의 설명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부터 다시 던져야 한다는 제안이기도 하다. 한편, 무신론적 입장에서도 상동성-공통 조상의 연결은 온전히 동의된 논리가 아니다. 공통 조상의 존재를 추론하기 위해 상동성을 근거로 제시하지만 상동성 개념은 공통 조상으로부터 나온 유사성으로 정의되고 있는 만큼 순환논법 오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상동성-공통 조상 논리는 유신론적 입장과의 충돌뿐만 아니라 무신론적 입장 내에서도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동성 논리는 유신론과의 충돌은 어쩔 수 없다 치고, 같은 진화론 내에서의 갈등을 피해 가기 위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결론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최소한 같은 세계관 내에서라도 논리적 타당성을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화생물학은 공통 조상으로부터의 진화를 미리 전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통 조상에 대한 증거를 찾아야한다. 하지만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현대 진화생물학자들은 해부학적 특징들 외에도 DNA와 단백질의 서열 패턴, 발생학적 특징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공통 조상에 대한 증거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종류만 다를 뿐, 모두가 상동성 증거를 찾기 위한 도구들일 뿐이다. 여전히 진화생물학자들에게는 그 유사성들이 상동성으로 여겨질 것이며 또한 공통 조상에 대한 증거로 해석될 것이기 때문에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결국 상동성이 공통 조상의 증거라는 순환논법의 문제는 해결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의 해결책은 없는가? 있다. 공통 조상으로부터의 진화라는 믿음을 내려놓는다면 비로소 그 논리 오류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사실 그것 밖에는 다른 길이 없다.



그 말이 그말, 상동성 순환논리

생물체 사이에서 나타나는 유사한 특징들을 공통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상동성으로 해석하는 것.. 그것이 최선의 설명인가? 우리는 이 근본적인 질문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상동성 논리가 갖는 많은 문제점들을 감수하면서까지 안고 가야 할 만큼 상동성이라는 개념이 절대적이며 객관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상동성은 무신론적 믿음이 만들어낸 추정과 상상의 개념 중 하나일 뿐이다. 모든 생물은 스스로 자연발생하였다는 무신론적 믿음 위에 상동성과 공통 조상 개념을 연결시킨 가상 스토리라고나 할까. 이 연결을 과학적 사실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객관적인 과학이라고 볼 수 없다. 이렇게 볼 때, 흔히 진화론자들이 유신론 과학자들에게 과학과 종교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가하지만, 진화론 학자들 역시 동일한 비판을 마주할 수 있음은 다를 바 없다.

 기원의 문제를 다루는 기원 과학에서의 논쟁이란 세계관과 믿음의 충돌임과 동시에, 어느 추론의 논리가 더 타당한지를 다투는 타당성 싸움이라 할 수 있다. 생물체 간의 유사성이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 설명하고자 할 때, 상동성 즉 공통 조상으로부터의 진화가 유일한 설명이 아님은 당연하다. 그 유사성의 원인을 찾기 위해 절대적인 설계자에 의한 설계로부터 추론을 시작할 수도 있다.

유사성이 나타나는 이유는 한 설계자가 공통적으로 디자인한 공통 설계의 결과이기 때문이라는 가설에서 출발한다면 구체적인 유사성 특징들 하나하나에 대해 적절한 설명들이 덧붙여져 갈 수 있다. 생물체들의 유사성은 공통 조상이 물려준 특징이 아니라 각 생물체가 살아가는 환경에 맞도록 최적화된 시스템의 특징으로 해석될 수 있다. 최적화된 시스템 구조는 확률적으로 스스로 만들어졌을 가능성보다는 설계자의 설계를 통해 만들어질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추론은 그 논리적 타당성이 인정된다. 공통 조상이나 공통계보처럼 논리적 허점이 드러난 개념들이 연결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타당하고 논리적인 설명들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제작

글 : 현창기 | 한동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 제작 : 사랑의교회 인터넷사역실
2018.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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