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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체에 나타나는 유사성들, 무엇을 말해주는가?(3)–상


자이언트 팬더와 레서 팬더, 곰?라쿤?

진화론이 가진 상동성-상사성 딜레마의 또 다른 측면을 이번에는 팬더(panda)를 통해 살펴본다. 팬더는 분류학적으로 포유강(綱)-식육목(目)-곰과(科)-팬더속(屬)에 속하는데 몸집이 커서 자이언트 팬더(giant panda) 또는 대왕팬더라고 불리고 있다. 사실 팬더는 식육목에 포함시켜 분류되고 있지만 육식동물이 아니다. 주로 대나무를 먹고산다. 식육목에 포함된 동물들은 거의 육식만을 하는데 팬더만이 예외적으로 초식동물인 셈이다. 그리고 유전학적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곰과에 속해있지만 곰과로 분류될 수 없는 다른 특징들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만큼 팬더는 통상적인 진화론적 분류체계로는 분류되기 어려운 독특성을 갖는다. 초식동물임에도 불구하고 식육목에 포함시킬 수밖에 없고, 곰들과는 너무 다른 여러 특징들이 있지만 곰과에 소속시킬 수밖에 없는 애매한 유사성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팬더라고 하면 떠오르는 희고 검은 털의 자이언트 팬더 이외에도 팬더라는 이름을 가진 또 다른 동물이 있다. 몸길이가 45~65 cm 정도로 자이언트 팬더보다 훨씬 작고 갈색 털을 가진 레서 팬더(lesser panda, 또는 붉은 팬더, red panda)인데, 자이언트 팬더처럼 중국에서만 서식하고 주로 대나무 잎을 먹고산다(그림 1). 실은 팬더라는 이름은 자이언트 팬더보다 앞서서 붙여졌지만, 레서 팬더는 팬더속에 속하지 않는다. 재미있는 것은, 분류학자들 사이에서 레서 팬더가 곰의 부류에 속하는지 라쿤(raccoon, 아메리카 너구리) 부류에 속하는지에 대해 100년이 넘도록 혼란을 거듭해왔다는 점이다. 심지어 어떤 과학자는 팬더 분류 연구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불일치를 두고 “분류학의 핑퐁 게임”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레서 팬더에 대한 수십 편의 연구 논문들이 나왔지만 어떤 학자는 아메리카너구리(라쿤)과(科)로, 다른 학자는 곰 과로 분류되는 일이 이어져왔다. 현재는 유전체 분석 결과를 근거로 라쿤과에 소속시키는 학자도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그 두 과 중 어느 쪽도 아닌 레서팬더과(科)를 만들어 분류하고 있다(식육목-레서팬더과-레서팬더속). 레서 팬더만을 위해서 독자적인 과와 속을 새로 마련하여 분류할 수밖에 없는, 일종의 궁여지책과 같은 분류라 하겠다.

그림1- 자이언트 팬더(좌)와 레서 팬더(우)

하지만 그토록 오랫동안 논란이 이어져온 만큼 의문은 여전하다. 예를 들어 서식 지역이라는 특징을 볼 때 자이언트 팬더와 레서 팬더가 완전히 다른 그룹(과)에 속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질문이 생긴다. 자이언트 팬더는 곰과에 속하는 곰의 일종이고, 레서 팬더는 레서팬더과에 속하는 라쿤과 유사한 동물이라면, 이 두 팬더가 중국에서만 서식한다는 사실이 잘 설명되지 않는다. 모든 라쿤 종류 동물들이 아메리카 대륙에서만 서식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레서 판다는 아메리카 대륙이 아닌 곳에서 사는 유일한 라쿤류 동물이 되는 셈이다. 이는 매우 이상하고 부자연스러운 분류가 되어버린다. 왜냐하면 서식 대륙이란 분류학상 매우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이언트 팬더와 레서 팬더가 중국 지역에서만 서식하면서 대나무를 주로 먹는 동일한 식생활을 보여주기 때문에 같은 그룹에 속하는 것이 더 타당한 분류라 할 수 있다. 많은 학자들이 오랫동안 자이언트 팬더와 레서 팬더가 가까운 혈연관계에 있다고 주장해 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자이언트 팬더는 곰상과(上科) 아래의 곰과에, 레서 팬더는 족제비상과(上科) 아래의 레서팬더과에 소속시킨 현재의 분류체계는 여전히 불완전한 분류이며, 두 팬더를 위해서는 무언가 새로운 관점에서의 분류작업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에서만 서식한다는 지리적인 공통점 이외에도, 자이언트 팬더와 레서 팬더를 살펴보면 같은 그룹에 분류해야 할 필요성을 더 발견하게 된다. 이 두 팬더는 행동 특성과 신체적 특성에 있어서 유사한 면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우선 두개골과 이빨의 구조가 곰과는 너무 다른 그들만의 독특한 구조를 가진다. 두 팬더의 두개골 위턱 부분과 코와 주둥이 부분을 보면 서로가 상당히 유사하고(그림 2) 곰과는 완전히 다르다. 곰의 경우에는 주둥이 부분이 길게 나와있는 반면 두 팬더의 주둥이는 짧고 뭉툭하여 곰과의 연관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곰과 두 팬더의 어금니들을 비교해보더라도 두 팬더의 것이 훨씬 클뿐만 아니라 이러한 어금니와 함께 작동해야 할 씹는 근육 부분도 매우 발달되어있다. 대나무를 주식으로 하는 식습관과도 맞닿아 있는 특징일 것이다. 위, 간, 소화관 등 소화기관에 있어서도 두 팬더는 서로 매우 유사하고 곰과는 매우 다르다. 게다가 대부분의 곰들이 나무 동굴 등에서 겨울잠을 자는 반면, 두 팬더는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 곰은 동면을 위해 몸속에 많은 지방을 축적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만 두 팬더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는 생리학적 차이점도 있다. 이렇듯 자이언트 팬더는 곰이 아니며(곰 과로 분류할 수 없고) 레서 팬더와 함께 묶어야 분류되어야 하는 증거들은 다양하게 발견된다.

그림2- 자이언트 팬더와 레서 팬더가 음식물을 씹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한 장면. 두 팬더는 골격학적으로 매우 유사하고 곰과는 매우 다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도저히 곰 과로 분류될 수 없을 것 같은 자이언트 팬더를 진화론에서는 굳이 곰 과로 분류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유전체 또는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로 진화적 연관관계를 추정하는 분자 계통학적 해석 때문이다. 분자 계통학적 방법으로 진화계통수를 만들 때도 역시 가장 우선되는 판단 기준은 상동성이라는 유사성이다. DNA 염기서열이 더 비슷하면 가까운 진화 조상 아래에 두고 덜 비슷하면 먼 진화 조상 아래에 둔다. 이렇게 진화론은 본질적으로 상동성의 덫을 빠져나올 수 없게 되어있다. 상동성이란 어떤 두 생물체가 그들의 공통 진화 조상으로부터 유사한 형질을 물려받아 보존하게 된다는 개념이다. 즉 유전학적으로 자이언트 팬더는 곰과, 레서 팬더는 라쿤과 유사하다는 점을 들며, 자이언트 팬더는 곰들과, 레서 팬더는 라쿤들과 같은 진화 조상으로부터 나왔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유전학적인 유사성이라고는 하지만 두 생물의 유전체 전체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유전자 또는 유전체를 비교한 결과라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유전학적 유사성도 중요하지만 골격 또는 각종 기관의 형태학적 유사성 또한 같은 수준의 중요성을 가진다. 유전체의 정보가 발현되어 골격과 기관들이 만들어지는 것인 만큼, 유전학적 유사성과 형태학적 유사성에 대한 해석은 같은 결론으로 귀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이언트 팬더의 골격 또는 기관 특징이 곰들과는 상당히 다르고 오히려 레서 팬더와 비슷하다는 점은 분자 계통학적 유사성과는 정반대의 결론으로 이끌고 있다. 이렇게 엇갈린 결론이 나오는 문제를, 진화론에서는 상사성, 즉 수렴진화의 개념으로 풀어간다. 두 팬더가 두개골 골격과 소화기관 구조가 비슷한 것은, 두 팬더가 진화 계통적으로는 서로 관련이 없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유사한 형태를 갖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진화론적 해석들은 객관적인 사실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진화라는 결론을 먼저 내려놓고 거기에 맞추어가는 설명이라는 점을 분별해야 한다. 자이언트 팬더와 곰 사이의 분자유전학적 유사성은 상동성이라 규정하고, 두 팬서 사이의 골격과 기관 등의 형태학적 유사성은 상사성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그것은 진화계통수를 만들어가기 위한 선택일 뿐이다. 그리고 유전학적 유사성을 상동성으로 선택하는 것 자체도 어떤 유전학적 데이터들과는 맞지 않기 때문에 객관적인 선택이 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염색체 숫자를 비교하는 유전체 데이터만 보아도 그렇다.

각 동물의 유전체를 비교해보면, 자이언트 팬더가 42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74개의 염색체를 가진 대부분의 곰과는 크게 다르고 36개를 가진 레서 팬더와 가깝기 때문이다. 분자유전학적 진화 계통이 전체 유전체가 아닌 일부 유사한 유전자의 유사성들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그 객관성을 인정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두 팬더의 골격과 기관의 형태가 관련 유전자들의 발현에 의해 결정됨을 감안한다면, 어떤 유전자들에 대해서는 자이언트 팬더가 곰이 아닌 레서 팬더와의 유전학적으로 유사성을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서, 분자계통학적 진화계통수는 두 팬더와 곰과 라쿤이 보여주는 특징들을 전체적으로 비교했다기 보다는 진화론이 원하는 결론에 부합되는 것들만 비교한 결과라는 지적을 피할 수가 없다.

또한 진화론적 해석은 이 세상 모든 생물들은 단일 조상으로부터 조상과 자손의 관계로 우연히 진화 발생된 것이라는 무신론적 관점에서 나온 하나의 해석일 뿐임을 명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분명한 사실은, 자이언트 팬더와 레서 팬더가 보여주는 전체적인 특징은 그러한 진화론적 해석에 반기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유전자들에 대한 분자계통학적 해석을 따르자면 자이언트 팬더는 곰과 비슷하고 레서 팬더는 라쿤과 비슷하다 하겠지만, 그들의 두개골 구조와 생활 특성들은 그들이 곰도 아니며 라쿤도 아님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그들을 같은 조상에서 나온 같은 과의 동물들로 분류하기에는 이번에는 일부 분자계통학적 데이터들이 그렇지 않아 문제가 된다. 그래서 진화론에서는 어떤 유사성은 상동성으로, 어떤 유사성은 상사성으로 설명하는 차별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 생물체가 보여주는 유사성에 대해 왜 진화론은 일관적인 해석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경우에 따라 다른 해석을 내려야 하는 것일까? 그것은 모든 생물의 자연 발생을 대전제로 하는 무신론적 결론을 미리 못박아 두고 해석을 내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해석이 그 타당성을 인정받으려면, 부분적인 특성에만 주목하거나 경우에 따라 달라지는 해석이 아니라, 전체적인 특성을 종합하고 모든 경우에 일관되게 적용될 수 있는 해석이어야 한다. 두 팬더에 대한 진화론적 해석이 타당성이 낮고 불완전하다면 어떤 타당한 해석이 가능할까? 그들은 어떻게 이 땅에 나타나게 되었으며 서로 어떤 관계일까? 대답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그들은 팬더라는 존재를 규정하는 설계 특성과 그 고유의 목적을 가지고 창조된 별개의 동물들이라고 보는 것이 훨씬 더 타당한 해석이라 할 수 있다. 두 팬더가 각각의 특별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식이 특성과 서식 지역의 측면에서는 유사성을 갖는 각 종류대로의 존재인 것이다.

※ (하)편에서 계속

제작

글 : 현창기 | 한동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 제작 : GODpia
2017.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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