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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돌연변이 림프구


우리 몸은 병원체나 종양세포를 인식해서 제거함으로써 스스로를 보호하는 면역체계를 갖추고 있다. 바이러스, 세균, 진균과 같은 다양한 병원체가 인체의 1차 방어선인 피부 등의 물리적 장벽을 뚫고 들어오면 2차 방어선인 선천면역(innate immunity)이 신속하게 작동하여 화학적 또는 생물학적인 반응으로 그들을 격퇴시킨다.

그 후 수일에서 수주가 지나면 그 병원체를 파괴했던 기억으로 인해 후천면역(adaptive immunity)이 유발되어 동일한 병원체가 재차 침입하였을 때 보다 강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면역의 획득 과정에 참여하는 중요한 세포 중 하나가 바로 B 림프구(B-lymphocyte)로서 병원체와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항체를 생산하여 후천면역의 일부를 담당한다. B 림프구는 골수에 있는 조혈모세포로부터 생성되는데 특정 항원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내는 유전자가 발현되고 그 친화력이 성숙되는 과정을 거쳐 강력한 항체를 생성하는 B 림프구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는 다양하게 형성된 B 림프구 중에 일부가 선택되어 성숙한 B 림프구가 되고 나머지는 사라지는 일종의 선택작용이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성숙한 B 림프구들은 항원을 만났을 때 항원과의 친화력이 극대화된 B 림프구로 만들어주는 집중적인 돌연변이가 일어난다. 이러한 B 림프구의 성숙과정을 두고 진화론에서는 자연선택과 돌연변이를 잘 보여주는 현상이라 설명하며 진화의 모델로 제시하고 있다. 과연 B 림프구는 자연선택의 모델로, 진화론을 뒷받침해주는 증거로 사용되어도 되는 것일까? B 림프구 성숙과정에 대한 현대과학의 연구결과들은 결코 그럴 수 없음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오히려 B 림프구의 성숙과정은 생물체를 보호하기 위해 정교하게 설계된 의도적 장치임을 강력하게 시사해주고 있다.

자연선택과 돌연변이가 결합된 신다윈주의

자연선택과 돌연변이가 결합된 신다윈주의

진화론을 집대성한 찰스 다윈(Charles Darwin, 1809-1882)은 진화의 핵심적인 원동력으로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을 제시하였다. 환경에 더욱 잘 적응하는 형질을 가진 생물 종이 그렇지 못한 형질을 가진 종에 비해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여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개념이다. 그리고 자연선택과 함께 생물진화론의 논리적 근간을 이루는 또 하나의 진화 메커니즘이 돌연변이(mutation)다.

다윈은 돌연변이에 대해 알지 못하였지만, 달맞이꽃을 연구한 드브리스(Hugo De Vries, 1848-1935)에 의해 돌연변이에 의한 진화 개념이 제시되었다. 그는 자연계에서 임의적으로 발생되는 돌연변이 개체 중에서 환경에 잘 적응하고 생존한 개체의 형질이 자손에게 유전되어 새로운 종으로 진화한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다윈의 자연선택설과 드브리스의 돌연변이설이 결합되어 현대 진화론의 토대를 이루게 되었고 이를 신다윈주의(Neo-Darwinism)라고 부르고 있다.

신다윈주의의 모델이 된 B 림프구.. 과연 타당한가?

그런데 신다윈주의에서 말하는 진화 메커니즘은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일어나는 과정인 만큼 직접 관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진화론 학자들은 이 과정을 실험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 모델을 사용해 왔는데 그중 하나가 면역세포인 B 림프구의 성숙과정이다. B 림프구는 발생 과정에서 유전자 재배열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항체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고, 일부 세포들이 선택되어 성숙한 B 림프구가 된다. 이들은 외부로부터 침입한 항원과 결합하면 스스로 증식하여 두 가지 형태, 즉 항체를 활발하게 분비하여 항원을 격퇴하는 세포가 되거나 그 항원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는 세포로 남아있게 된다. 이때 항체 분비 세포에서는 항원에 대한 친화력이 더 강한 항체를 만들도록 해주는 활성화 작용을 받게 되는데 그 작용은 항체 유전자에 과다한 돌연변이가 집중되는 현상을 통해 일어난다.





이와 같이 B 림프구가 성숙되고 활성화되는 과정은 유전자 재배열, 성숙 B 세포의 선택, 과돌연변이 등 일련의 복잡한 현상들이 이어지면서 완성되고 있다. 그런데 진화론에서는 1980년대부터 이러한 B 림프구의 성숙과정을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 즉 신다윈주의 진화의 모델로 적용해왔다. 특히 최근에는 단백질 공학(protein engineering) 기술의 하나인 ‘단백질 분자 진화 기술(directed protein evolution)’에 B 림프구의 체세포 과돌연변이 장치를 적용하면서 그 작동원리를 돌연변이-자연선택의 진화적 메커니즘으로 규정하고 있어서 이 진화모델의 적용이 점점 보편화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생명과학의 발달은 이러한 맹목적인 진화론적 믿음에 제동을 걸고 있다. B 림프구 성숙과정과 관련된 메커니즘이 분자수준에서 더 자세히 밝혀지게 되면서, 이것이 신다윈주의의 모델로서 적절한가 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연구결과로 밝혀진 B 림프구의 성숙과 활성화 과정에 대한 분자적 메커니즘을 살펴봄으로써 B 림프구 성숙과정을 신다윈주의 모델로 이용하는 것이 과연 논리적으로 합당한지를 보다 철저하게 검증해야 할 필요성이 생기게 된 것이다.

선택과 과돌연변이 작용으로 이루어지는 B 림프구의 성숙과 활성화 과정

인체에는 수많은 B 림프구와 T 림프구의 클론들이 발달되어 있는데 약 1억~1천억에 이르는 종류가 존재하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B 림프구의 발생 과정을 보면 골수에서 조혈모세포로부터 림프 모세포로 분화된 후, 전 B 림프구(pre-B lymphocyte), 미성숙 B 림프구(immature B lymphocyte), 성숙 B 림프구(mature B lymphocyte)로 이어지는 성숙과정이 일어난다. 특히 미성숙 B 림프구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항원 수용체, 즉 항체를 세포막에 발현하는 성질이 나타나게 되고 유전자 재배열에 의해 다양한 형태의 항체를 만들어내는 세포들이 형성된다. 이 중 면역능력이 없거나 자가면역성을 갖는 B 림프구들은 사멸되어 제거되고 선택된 일부만이 성숙 B 림프구를 형성한다.

성숙 B 림프구로 분화된 세포들은 말초 림프조직으로 이동하여 머물다가 외부 항원을 만나게 된다. 이 특정 항원을 선별적으로 인식하는 항체를 가진 B 림프구 표면의 항체에 항원이 결합되면, B 림프구의 활성화가 시작된다. 활성화 단계에서 B 림프구는 자신이 결합한 항원에 더 적합한 항체를 생산할 수 있도록 자신을 증식, 분화하여 같은 유전적 성향을 가진 클론을 확장시키게 된다(clonal expansion). 그 클론의 일부 자손세포는 항체를 활발히 분비하는 형질세포(plasma cell)로 분화되어 항원과 더 높은 친화력으로 결합하는 항체를 생산해내도록 하는 친화력 성숙(affinity maturation) 과정이 일어난다. 다른 일부 세포는 항원이 사라진 후에도 사멸되지 않고 남아 항원의 재침입을 대비하는 기억세포(memory cell)로 존속하게 된다. 이렇게 어떤 항원에 의해 특이적인 B 림프구 클론이 활성화되고 더욱 강력한 항체를 생산하게 되는 일련의 B 림프구 발달과정을 클론선택(clonal selection)이라 부르고 있다. [그림 1].




특히 흥미로운 것은, 성숙 B 림프구가 항원과 결합하여 활성화될 때 그 항원과의 친화력이 높아지도록 항체 유전자에 급격한 변화가 유발되는 이른바 친화력 성숙과정이다. 원래 항체 유전자의 근원은 골수에 존재하는 조혈모세포가 원시 항체 유전자의 형태로 가지고 있는데, B 림프구 성숙과정에서 재배열 조합 과정을 통해 다양한 배열의 항체 유전자로 조립된 상태로 각각의 B 림프구 안에 존재하게 된다. 성숙 B 림프구가 항원과 결합할 때 이 항체 유전자에 과다한 돌연변이가 집중적으로 일어나면서 항원을 더욱 정교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친화력이 증대되는 것이다. 이러한 돌연변이 현상을 체세포 과돌연변이(somatic hypermutation, SHM)라고 부른다.

이렇듯 B 림프구의 성숙과 활성화 과정은 선택과 적자생존, 도태, 돌연변이 등의 메커니즘을 포함하고 있는 만큼 겉으로 보기에는 신다윈주의의 돌연변이-자연선택 이론을 설명하기에 적절한 모델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최근 20여 년간 B 림프구 성숙과정이 분자 수준에서 구체적으로 밝혀지면서 신다윈주의의 모델로 타당치 않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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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체, 즉 면역글로블린 단백질 분자는 Y자형의 단백질로서, 경사슬(light chain) 2개와 중사슬(heavy chain) 2개가 연결된 구조로서 Y자의 위쪽 두 가지에 항원과 결합할 수 있는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림 2]. 특이적 항원 결합 부위는 가변영역(variable region, Fv) 또는 항원 결합 영역(antigen binding region, Fab)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특별히 그중에서도 항원에 대해 상보적인 구조를 갖는 상보성결정부위(complementarity determining region, CDR)가 항원과 결합하는 부위가 되는 것이다.



B 림프구는 골수에서 조혈모세포로부터 분화되어 나온 후 미성숙 상태에서도 이미 기본적으로 수많은 종류의 항원에 대한 결합력을 갖는 항체를 세포막에 발현하게 된다. 그러면 인체에 침입하는 수많은 항원들에 대해 항체를 만들어야 할텐데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수천억 가지의 항원이 침입한다면 B 림프구는 그에 대비하여 수천억 가지의 항체 유전자를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 것인가? 놀랍게도 우리 몸은 유전자 조각들을 재배열하고 조합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다. 우리 몸의 유전체에 존재하는 항체 유전자는 여러 가지의 유전자 조각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이들 유전자 조각들의 다양한 조합을 통해 엄청난 가지수의 새로운 항체 유전자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유전자 조각을 조합하는 방식을 쓰면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수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수없이 다양한 항원들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이 메커니즘을 좀 더 살펴보면, B 림프구의 발달과정에서 항체 유전자 상에 존재하는 V(variable), D(diversity) 및 J(joining) 유전자 조각들이 재조합되면서 경사슬 및 중사슬의 가변 영역이 만들어져 발현되게 된다[그림 3]. 이러한 V, D, J 유전자 조각의 재배열을 통해 가변영역의 다양성을 극대화 하는 과정을 V(D)J 재조합이라 한다. V(D)J 재조합을 통해 세포 표면에 항체를 발현한 B 림프구는 그 후 항원의 자극을 받았을 때 이미 만들어진 항체 유전자의 다양성을 더욱 증가시키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항체클래스전환 재조합(class-switch recombination, CSR) 과정과 체세포 과돌연변이(SHM) 과정이다. 이 두 과정을 거치면서 유전자 재조합 과정으로 항체 유전자 세트가 완성되고 또한 가변 영역 부위가 항원을 더욱 강력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들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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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돌연변이는 DNA가 복제될 때 실수가 일어나거나 돌연변이원 등의 원인에 의해 DNA에 손상을 입히는 것이다. 그리고 돌연변이의 대부분의 결과는 생명체에 해가 된다. 그러면 진화론에서는 돌연변이에 의해 생물체가 진화한다고 말할 때 그 해로운 돌연변이가 진화를 일으킴을 의미하는 것인가? 아니다. 진화론에서는 유익한 돌연변이에 기대를 건다. 생물체가 진화하기 위해서는 점진적으로 축적되는 돌연변이는 생명체에게 유익한 것들이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진화론에서는, 확률이 매우 낮기는 하지만 아주 가끔 유익한 형질을 만들어내는 돌연변이에 의해 생명체가 진화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B 림프구의 친화력 성숙과정에서 일어나는 체세포 과돌연변이 역시 생물체로 하여금 강력한 항체를 만들어 유익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진화의 모델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B 림프구의 친화력 성숙과정만 언뜻 보면 돌연변이 진화 가설의 모델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체세포 과돌연변이 과정은 항체 유전자의 Fv 영역에서 점돌연변이(point mutation)가 높은 빈도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항체 결합 부위인 CDR 부위에 집중된다. 이 과정을 통해 보다 높은 친화력의 항체를 생산하는 B 림프구들이 선택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이 돌연변이는 자연적인 돌연변이 발생 빈도보다 약 100만 배 정도 높은 빈도로 일어나기 때문에 과다돌연변이(hypermutation)라 부르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빈번한 돌연변이가 특별한 염기서열 부분, 특히 AGCT 또는 AGCA 반복 서열 부분에 집중되어 나타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돌연변이 과정을 위해 결정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특정한 효소들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 점도 일반적인 돌연변이 현상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렇듯 체세포 과돌연변이 과정이 보여주는 특성들은 일반적인 진화론적인 논리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 이 점을 분명하게 강조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이 좀 더 구체적으로 정리해본다.

우선, 이 과돌연변이 과정은 오직 B 림프구에서만 일어나는 돌연변이 현상이며, 그것도 B 림프구 활성화라는 특정한 단계에서, 그리고 림프조직의 종자중심(germinal center, 임파절에서 B 림프구의 증식이 일어나는 부위)이라는 특정한 장소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다. 둘째로, 체세포 과돌연변이 과정은 B 림프구의 모든 DNA가 아닌, 오로지 항체 유전자에서만 일어나는 배타적 현상이다. 셋째로, 항체 유전자 안에서도 V(D)J 유전자 재조합이 마무리된 CDR 영역에서만 일어나며, Fc 영역 유전자 또는 V(D)J 재조합이 일어나지 않은 Fv 영역 유전자에서는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넷째로, CDR 영역 안에서도 과돌연변이가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위치는 무작위적으로 분포되어 있지 않으며 특정 모티프(motif)에서만 발견된다. 즉, 특별히 WRCY 또는 RGYW 모티프에 있는 시토신 염기를 탈아미노화시키는 방식으로 일어나는데(여기서 W는 A 또는 T, R은 A 또는 G, Y는 C 또는 T를 의미하며, A, T, C, G는 각각 아데닌, 티민, 시토신, 구아닌 염기를 의미함), 그중에서도 특히 5’-AGCT-3’ 또는 5’-AGCA-3’ 반복 서열을 집중적인 타겟으로 삼고 있다. 다섯째로, 시토신 염기의 탈아미노화 또한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AID(activation-induced cytidine deaminase)라는 효소가 작용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UNG(uracil DNA glycosylase)라는 효소와 pol θ, pol ζ, pol η, Rev1 등의 DNA 중합효소들이 특정한 반응들을 일으킴으로써 과돌연변이 과정이 완성될 수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이러한 특별한 효소들의 작용에 대해 알지 못하였기 때문에, 신다윈주의 학자들은 항체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다른 경우보다 더 많이 유발되는 현상은 돌연변이가 일어난 DNA를 회복시켜주는 기능이 선택적으로 억제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렇게 체세포 과돌연변이 과정에는 특별한 효소들이 각자의 정해진 역할을 맡아 수행하고 있음이 최근 연구들을 통해 밝혀지게 된 것이다.

이처럼 체세포 과돌연변이 과정이 보여주는 여러 특징들은 진화론에서 진화 동력으로 보고 있는 무작위적인 돌연변이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오히려 체세포 과돌연변이 과정은 특정 항원에의 친화력이 증강된 항체를 만들어내도록 해주는 주요 메커니즘인 만큼, 그 과정이 갖는 목적성이 뚜렷하다. 즉, 생물체를 외부 침입 항원으로부터 보호하는 방어기작이라는 그 목적이 분명한 현상이다. 그렇다면 체세포 과돌연변이는 무작위적인 진화 현상이 아니라 오히려 의도와 목적을 갖고 프로그램화되어 있는 설계 작품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더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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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림프구 성숙 및 활성화 과정은 적절한 시간 내에 극적으로 고친화력의 항체를 생산하는 것으로 맞추어져 있다. 이를 위해서 체세포 과돌연변이 과정은 수많은 세포들 중에서도 오직 B 림프구에서만, 수많은 유전자들 중에서도 오직 항체 유전자에만, 항체 유전자 내에서도 특히 CDR 영역 암호화 서열 부분에만, CDR 영역의 염기서열 중에서도 특별한 서열의 염기에만 집중되어 일어나는 극단적인 특이성을 보여준다. 더욱이 이 일을 담당하는 특별한 효소들도 정해져 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과정은 특정한 항원과의 고친화력 결합이 가능한 항체를 만들어냄으로써 목적하는 면역반응을 달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유도되는 현상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돌연변이에 의해 생물체에 발생할 수 있는 변이(variation)를 고려한다면 두 가지 형태, 즉 무작위적인 변이(random variation)와 설계된 변이(designed variation)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자동차를 예로 들어 비유한다면, 무작위적인 변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녹슨 것, 소음, 긁힌 자국 같은 것들처럼 자동차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변화와 같은 변이라 할 것이다. 당연히 이러한 변이는 자동차를 더 나은 형태로 변화시킬 수 없다. 또 다른 형태의 변이, 즉 설계된 변이란 자동차의 기능을 유지 또는 향상시키는데 유용한 변화와 같은 변이라 할 수 있다. 파손된 부품을 교체하면서 자동차의 기능을 유지할 수도 있고 기능 향상을 위해 어떤 옵션을 추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종의 의도된, 즉 설계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의도된 변화는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특정한 위치에서 특정한 메커니즘으로 일어나야 하며 그 변화를 담당하는 장치도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가 살펴본 B 림프구의 체세포 과돌연변이 과정은 바로 그러한 의도된 변화의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설계된 변이의 전형임을 알 수 있다. 그러한 설계된 변이는 생물체의 진화와는 전혀 관련성이 없다. 자동차에 의도적으로 설계된 변화를 준다 하더라도 자동차를 비행기로 바꾸어 놓을 수는 없는 것처럼,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형태의 돌연변이나 선택에 의해서도 생물종을 새로운 생물종으로 바꾸어 놓는 시스템 수준의 변화는 아무리 오랜 시간을 부여하더라도 결코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다.

B 림프구 성숙 활성화 기작은 본질적으로 무작위적인 돌연변이와는 완전하게 다른 특성을 가진, 효율적인 면역작용이라는 목적이 뚜렷한 일종의 시스템적 설계 특성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한 B 림프구 성숙 활성화 기작을 신다윈주의 자연선택과 생물체 진화의 모델로 삼는 것은, B 림프구가 보여주는 적응 및 클론 선택과 친화력 성숙이라는 현상으로부터 진화론적 개념과의 유사성만을 부각시키고 실험과학적 방법으로 관찰된 분자적 메커니즘을 간과한 잘못된 적용임을 알 수 있다. 모든 진화 이론이 공통적으로 그러하듯이, 진화라는 대전제를 우선 결론으로 못 박아놓고 그 결론에 맞도록 모든 추론을 집중시키는 이른바 연역적 논리 전개 방식은 B 림프구 성숙 기작 진화모델 이론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B 림프구의 성숙과 활성화 과정은 우리 몸을 외부 항원의 침입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정교하게 프로그램화된 시스템적 설계의 결정체요 면역체계의 꽃이라 할 수 있다. 수천억 종류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세상 수많은 병원체 항원들의 침입에 대해 우리 몸은 어떻게 준비되어 있는가? 유전자 조각들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천문학적 가짓수의 다양성을 만들어내고 그 각각에 대하여 의도적으로 계획된 돌연변이를 일으켜 정확도와 친화력을 높여주고 있다. 이보다 더 정교하고 철저한 대비책이 있을 수 있을까? 우리 몸 구석구석을 만져보자. 내 몸이 어떤 형태의 병원체가 침입하더라도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완벽한 방어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껏 놀라자. 그리고 이 놀랍고 지혜로운 방어전략이 어쩌다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라고 외치는 진화론적 세상을 향해 말하자. 이 모든 것을 설계하시고 허락하신 창조주 하나님께 함께 감사하자고.
(※이 글은 2014년 기독교학문연구회 발간 학술지인 ‘신앙과 학문’ 19권 1호에 발표한 논문 내용을 바탕으로 좀 더 읽기 쉽도록 다시 쓴 글입니다.)

제작

글 : 현창기 | 한동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 제작 : GODpia
201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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