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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체에 나타나는 유사성들, 무엇을 말해주는가?(5)-상


흔적기관, 과연 공통 조상의 흔적일까?

흔적기관, 과연 공통 조상의 흔적일까?

모든 생물은 공통 조상으로부터 공통 계보를 따라 발생한 것이라는 진화론적 주장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 중 하나로 흔적기관이 제시된다. 흔적기관이란 과거 진화론적 조상이 사용하던 기관이 진화 과정에서 퇴화되어 현재는 그 기능이 없어진 기관이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이른바 비교해부학적 증거라고 제시되는 것으로, 인간에서는 꼬리뼈, 편도선, 맹장(충수돌기), 귓바퀴 근육 등 다양한 기관들이 이에 해당한다고 주장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그 주장들은 공통 조상의 개념을 전제로 한 무신론적 믿음의 발상일 뿐 객관적인 과학적 사실이 전혀 아님을 알 수 있다. 사실, 현재 어떤 특정한 기능이 없어 보인다는 이유로 그것을 진화의 “흔적”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학자들 사이에서 많은 논란이 있어왔고 아직도 이 논쟁은 진행형이다. 예전에는 대표적인 흔적기관이라고 흔히 주장되던 편도선을 예로 들어보자. 편도선(扁桃腺)은 목젖 근처에 위치한 여러 개의 림프절을 가리키는 것으로, 코와 입을 통해 들어오는 세균 등을 방어하는 등의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B 림프구들의 활성화에 의해 항체가 생성되고 흉선처럼 T 림프구를 생성하기도 하는 면역적으로 중요한 장소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편도선은 어린아이에게서의 면역 기능으로 중요하지만 성장하면서 그 기능이 감소하기 때문에 어른에게서는 제거되어도 면역 기능에 이상이 없다고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어른에게 편도선이 쓸모없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70~80년 전에는 편도선이 어른에게 불필요하다며 어렸을 때 제거해버리는 일이 흔했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연구들이 편도선이 면역력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금은 급성 편도선염이 자주 반복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일부러 편도선을 제거하는 일은 거의 없다(T 림프구가 성숙되는 장소인 흉선 역시 이와 비슷한 경우에 해당한다). 단순히 생각해도 편도선을 제거하면 면역 체계가 약화되어 여러 감염병 위험의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질 것은 당연하다. 아직 편도선의 기능을 완벽하게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편도선을 제거해도 경험적으로 별문제가 없다는 것만으로 편도선이 퇴화된 흔적기관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올바른 과학적 판단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인간의 꼬리뼈(尾骨) 또한 척추동물의 조상이 가졌던 꼬리로부터 유래한 흔적기관으로 주장되고 있다. 꼬리뼈는 3~5개의 척추뼈로 구성되는 척추의 끝부분을 말한다. 꼬리를 가진 척추동물의 경우 꼬리뼈는 꼬리를 움직이는 운동에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사람에게는 꼬리가 없으니 꼬리뼈는 그저 척추의 끝부분에 남겨져있는 뼈일까? 그렇지 않다. 꼬리뼈는 인간의 체중을 지탱하는 삼각대의 일부이며, 특히 앉은 자세를 취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이 앉아 있을 때 상체가 앞으로 기울어지면 엉덩이 관절을 이루는 뼈 중의 하나인 좌골(궁둥뼈)에 몸무게가 실리지만, 상체가 수직보다 뒤로 기울면 몸무게 상당 부분을 꼬리뼈가 지탱하게 된다.

그리고 꼬리뼈에는 중요한 여러 근육, 힘줄, 인대가 연결되어 있고, 골반을 지탱해주는 역할을 하여 우리 몸이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인간의 직립 보행에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꼬리뼈의 앞면에는 골반저(骨盤底, pelvic floor)를 지지해주는 여러 근육들이, 꼬리뼈의 뒷면에는 대둔근(gluteus maximus)의 일부가 부착되어 2족 보행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항문의 위치를 고정시켜주는 것도 꼬리뼈다. 골반저의 근육 복합체가 항문미골봉합솔기(anococcygeal raphe)를 통해 꼬리뼈에 연결되면서 골반 장기들이 적절하게 지탱됨과 동시에 항문도 제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그림 1). 여러 근육들과의 연결 외에, 뼈와 뼈를 연결하는 다양한 인대들도 꼬리뼈에 부착되어있다. 앞엉치꼬리인대, 뒤엉치꼬리인대, 바깥엉치꼬리인대, 엉치가시인대, 엉치결절인대 등 여러 인대들이 꼬리뼈에 부착되어 꼬리뼈 고유의 기능이 가능하도록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요컨대 꼬리뼈는 인간의 운동학적, 해부학적, 골격학적 특징과 맞물려 그 고유의 중요한 기능을 갖는 대체 불가의 기관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꼬리뼈를 기능이 없는 퇴화된 흔적기관으로 보는 것은 진화론적 믿음으로 인해 생긴 착각에 불과하다. 진화를 변할 수 없는 결론으로 미리 못 박음으로 인해 객관적 관찰 결과조차도 더 이상 객관적으로 해석할 수 없게 되어버린 심각하게 왜곡된 관점이라 할 것이다.

최신 연구들의 반박, ‘충수돌기는 더 이상 기능 없는 기관이 아니다!’

맹장에서 돌출되어있는 기관인 충수돌기(appendix)도 마찬가지다. 충수돌기 역시 다윈이 흔적기관의 하나라고 주장하였고 아직도 많은 진화론 학자들이 그렇게 주장하지만, 지금은 흔적기관 관련 논쟁의 중심에 놓여있는 기관 중의 하나이다(그림 2). 많은 진화론 학자들은 주장하기를, 인간의 충수돌기는 원숭이는 물론 다른 동물의 그것보다 작기 때문에, 인간의 진화 조상 동물에는 훨씬 더 컸을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토끼 등 초식동물의 경우에는 충수돌기가 비교적 크고 식물 섬유소를 분해해주는 미생물들이 그 안에 서식한다는 사실과 연결해, 과거에는 토끼에서처럼 섬유소를 소화하는데 필요한 기관이었지만 진화하는 과정에서 그런 기능이 없어져 흔적만 남은 것으로 본다. 이러한 생각들은 다윈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맹장이 인간과 원숭이 같은 대형 영장류만 가지고 있는 기관이라 생각했다.



아울러 다윈은 영장류의 진화 조상이 나뭇잎을 주로 먹고살았을 때는 그것을 소화시켜줄 세균들이 서식하는 긴 맹장이 필요했지만, 후에 식성이 바뀌면서 그 기능을 잃고 지금의 충수돌기처럼 위축된 형태로 퇴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신 과학 연구에 의해 충수돌기에 대한 흔적기관 가설은 강한 반박에 부딪치고 있다. 최근 들어 유독 충수돌기의 기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맹장에 대한 다윈의 관점은 물론 진화론 학자들의 주장이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다. 소화계 면역 분야의 권위자인 미국 듀크대 의대의 윌리엄 파커 교수 연구팀은 2007년, 충수돌기가 인간과 공생하는 세균들이 만들어내는 면역 기능의 점액막 형성과 관련하여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음을 발표하였다(Bollinger R. et al., 2007. “Biofilms in the large bowel suggest an apparent function of the human vermiform appendix” Journal of Theoretical Biology 249:826-831). 충수돌기가 인간에 유익한 세균들이 서식하는 “안전한 집(safe house)” 역할을 하고 있다는 중요한 발견이었다. 2013년에는 식이습관이 다른 포유동물 361종을 조사한 결과 영장류뿐만 아니라 비버, 코알라, 호저 등 50종의 동물이 충수돌기를 갖고 있음이 보고되었고, 또한 식성과 충수돌기의 진화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음이 확인되었다(Smith H.F. et al., 2013. “Multiple independent appearances of the cecal appendix in mammalian evolution and an investigation of related ecological and anatomical factors” Comptes Rendus Palevol, 12: 339-354).

이 연구보고에서도 유익한 장내 세균들에게 안전한 서식처 역할을 하는 충수돌기의 기능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되었는데, 장내 병원체가 급격히 늘었을 때 유익한 장내 세균들은 맹장에 머물다가 면역 체계가 충분히 활성화되면 그곳으로부터 나와 유익한 세균 군집을 형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2017년에 보고된 후속 연구에서도 충수돌기의 기능에 대한 더욱 구체적인 사실들이 밝혀졌는데, 533종의 포유동물에 대한 비교를 통해 충수돌기의 존재와 맹장 림프조직의 밀집도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Smith H.F. et al., 2017. “Morphological evolution of the mammalian cecum and cecal appendix” Comptes Rendus Palevol, 16: 39-57). 다시 말해, 충수돌기가 없다면 맹장을 포함한 대장 전체의 면역 기능이 약화될 수밖에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충수돌기

이렇듯 충수돌기의 고유 기능이 속속 밝혀지는 한편, 충수돌기를 제거할 경우 여러 질병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들도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충수돌기를 흔적기관으로 볼 수 없다는 같은 맥락의 증거들이 연이어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2011년 미국 뉴욕대학 윈스럽 대학 병원(NYU Winthrop Hospital) 연구팀은 충수돌기 절제수술, 즉 맹장수술을 받은 사람은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리(Clostridium difficile) 균에 의한 대장염 및 설사병 위험이 정상인에 비해 4배나 높아질 수 있다고 발표했다(Im, et al., 2011. “The Appendix May Protect Against Clostridium difficile Recurrence” Clinical Gastroenterology and Hepatology, 9:1072-1077). 이 연구결과는 앞서 소개한 충수돌기의 유익한 장내 세균들의 안전한 서식처 기능과 일맥 상통한다. 클로스ㅣ트리디움 디피실리 감염증은 대장 수술 후에 빈번하게 나타나는 치사율 높은 감염병으로서 특히 항생제 투여로 장내 세균들이 위축된 후에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충수돌기를 제거할 경우 항생제 투여에 의한 유익균의 감소로 인해 디피실리균 감염증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2015년 대만의 중국의약대학 연구팀에 의해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충수돌기 절제수술을 받은 경우 결장 및 직장 등 대장암의 위험이 최고 14%까지 높아지며 특히 노년층에서 그러한 영향이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Wu, S. et al., 2015. “Association between appendectomy and subsequent colorectal cancer development: An Asian population study” PLoS One 10(2):e0118411). 연구자들은 충수돌기 절제에 따른 장내 세균 불균형과 염증 악화가 이러한 현대 의대 연구팀의 충수돌기 조직과 면역학적 분석에 관한 연구결과에서는 충수돌기의 특수한 조직 구조와 그 고유의 면역적 기능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Kooij I.A. et al., 2016. “The immunology of the vermiform appendix: a review of the literature” Clinical and Experimental Immunology, 186: 1-9)



호주, 프랑스, 벨기에의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2015년 네이처 면역학(Nature Immunology) 저널에 발표한 논문 역시 충수돌기에 대한 흔적기관 가설을 완전히 부정하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Rankin, L.C. et al, 2016. “Complementarity and redundancy of IL-22-producing innate lymphoid cells” Nature Immunology, 17:179-186). 대장이 해로운 세균들의 공격을 받을 때 충수돌기를 심각한 손상이나 염증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선천성 림프세포(innate lymphoid cell)들이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밝혀냄으로써 충수돌기가 유익한 세균들의 공급처라는 고유의 기능을 가진 기관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연구책임자인 호주의 분자면역학자 가브리엘 벨츠(Gabrielle Belz)는 말하기를, 충수돌기는 소화기관의 면역기능을 유지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필수적인 기관이라며 충수돌기 절제가 과연 건강에 이로운지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것이라고 했다.(ScienceDaily,November30,2015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15/11/151130130021.htm).

이 모든 연구결과들은 기존의 다윈주의 진화론이 말하던 충수돌기의 흔적기관 가설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발견들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자료들에서 설명하기를, “충수돌기는 소아에게는 B 림프구의 성숙을 돕는 면역 기관으로서 역할을 하나 성인들에게는 특별한 기능이 없다” 라는 식으로 충수돌기의 기능에 대해 평가 절하하는 인식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과학적 지식이 부족했던 과거의 이야기를 답습하는 게으른 자료일 뿐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 충수돌기는 기능이 없어진 흔적기관인 만큼 제거해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진화론적 믿음이 깔려있는 왜곡된 자료이기도 하다. 충수돌기는 인간 면역 체계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서 그 고유의 기능을 완벽하게 발휘하고 있음이 여지없이 밝혀지고 있다.인체 면역계의 약 70%에 해당하는 면역세포가 소화기관에 존재하며 그것들은 점막 형태의 림프조직을 이룬다. 이 소화기관의 림프조직은 편도선, 아데노이드(adenoids, Waldeyer's ring), 파이어판(Peyer's patches), 충수 돌기 및 대장 등으로 구성된다. 소화기관 림프조직 면역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로 편도선과 충수돌기가 엄연히 자리하고 있다는 말이다. 시스템의 구성 요소란 무슨 뜻인가? 그 구성 요소가 제거되었을 때 시스템에 크고 작은 악영향을 줄 수 있는 필수 요소들이라는 의미다. 진화론에서는 편도선과 충수돌기를 기능을 잃어버린 흔적기관이라고 주장하지만, 최신 과학의 발견들은 그것들이 시스템에 필요한 중요한 요소들임을 알려주고 있다. 아직 그 기능을 잘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그것들을 퇴화된 폐물 취급하는 것은 올바른 과학적 관점이라 할 수 없다.

※ 5-(하)편에서 계속

제작

글 : 현창기 | 한동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 제작 : GODpia
2018. 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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