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창조이야기
facebook twitter
생물체에 나타나는 유사성들, 무엇을 말해주는가?(3)-하


팬더의 엄지, 우연인가, 기적인가?

진화론이 겪고 있는 ‘팬더 딜레마’는 팬더를 분류하는 일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른바 ‘팬더의 엄지’라고 불리는 팬더 앞발의 뼈 하나가 진화론을 곤혹에 빠뜨리고 있다. 팬더의 앞발에는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여섯 개의 발가락이 있다. 즉, 엄지발가락이 시작되는 부분에 또 하나의 발가락이 더 나와있는 특별한 형태로 되어있다. 손목뼈가 뻗어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는 요골종자골(橈骨鍾子骨, radial sesamoid)이라는 뼈가 있는 것인데(그림 3), 이 발가락은 다른 발가락들과 마주 대할 수 있는 특수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즉 사람의 엄지손가락처럼 물건을 집을 수 있는 기능이 있어서 이른바 ‘팬더의 엄지(Panda’s thumb)’라는 별명이 붙었다. 팬더는 앞발을 가지고 대나무를 쥐고, 벗기고, 후려치는 등 다양하게 다루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데, 그러한 활동의 핵심이 요골종자골인 것이다.

(그림 3) 자이언트 팬더의 앞발 골격(좌). 일본 도쿄 국립 과학 박물관에 전시된 왼쪽 앞발 골격으로, 엄지발가락(왼쪽 첫 번째 발가락) 시작 부분에 또 하나의 발가락, 즉 요골종자골이 돌출되어있고, 다섯 번째 발가락 끝에도 뼈가 돌출되어있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Giant_panda)(우). 자이언트 팬더의 오른쪽 앞발 골격으로,  rs로 표기된 부분이 요골종자골이다.

(그림 4)사람의 팔에 있는 근육들. 화살표로 표시된 근육이 장무지외전근(긴엄지벌림근, abductor pollicis longus muscle)으로서 힘줄에 의해 엄지손가락 뼈에 연결되어있다. 이 팬더의 엄지는 자이언트 팬더 뿐만 아니라 레서 팬더도 가지고 있다. 레서 팬더 역시 그 뻗어 나온 요골종자골을 가지고 대나무를 다루고 벗기는데 사용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두 팬더의 요골종자골이 구조적으로도 서로 비슷하고 그 뼈에 연결되어 있는 힘줄과 근육 등 지지 부분도 서로 매우 유사하다는 점이다. 사람의 엄지손가락뼈는 힘줄을 통해 장무지외전근(長拇指外轉筋, 긴엄지벌림근)이라는 근육에 연결되어 움직이게 되는데(그림 4), 팬더의 앞발에서도 요골종자골이 힘줄에 의해 장무지외전근에 연결되어 작동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렇게 장무지외전근이 손가락(또는 발가락) 뼈에 연결되어 나머지 손(발)가락과 마주볼 수 있게 작동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동물은 인간을 비롯한 영장류 외에는 자이언트 팬더와 레서 팬더 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여섯 번째 발가락으로 존재하는 것은 모든 동물 중에서 두 팬더가 유일하다.

이렇듯 두 팬더에서 나타나는 유사성은 앞에서 언급한 두개골 구조, 식이특성, 행동특성, 서식지역, 소화기관 등에서부터 요골종자골의 존재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다양하다. 진화론 학자들이 의심의 여지없이 그들을 공통조상으로부터 나온 자손들로서 당연히 같은 분류 그룹에 소속시켰을만한 고도의 유사성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두 팬더는 서로 다른 과에 속해 있고 그들이 공유하는 유사성들은 상동성이 아닌 상사성으로 해석되어 수렴진화의 한 예로 제시되고 있다. 대나무를 주로 먹고사는 팬더가 대나무와 같은 굵은 막대 모양의 물체를 잡을 수 있도록 그들의 엄지(뻗어나온 요골종자골)가 진화되어 나온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팬더가 곰처럼 날카로운 발톱과 예리한 이빨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원래 육식동물이었지만 대나무가 많은 특수한 환경 속에서 오랫동안 살다 보니 초식동물로 바뀌었다는 해석이다.

다시 말해, 두 팬더는 그 유사성들을 조상 계보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유사한 환경에 적응하면서 유사한 구조를 가지게 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즉, 그들의 유사성은 공통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상동성이 아니라, 진화계통이 다른 두 동물에서 별도로 일어난 진화 과정에 의해 개별적으로 생겨난 상사성이라는 것이다.

언뜻 들으면 그럴듯한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이는 생물학적으로는 쉽게 이해될 수 없는 기적과 같은 우연의 일치를 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팬더의 뻗어 나온 요골종자골은 어떤 척추동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하고 기이한 구조다. 어떤 동물이 대나무를 주로 먹고 잘 다룰 수 있도록 진화하였다면 그것을 위해 발생될 수 있는 골격학적 진화는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방법이 가능할 것이다. 무작위적인 돌연변이에 의하면 굳이 요골종자골이 아니더라도 무궁무진하게 많은 형태의 골격 구조가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아무것도 없던 손목뼈에서 이른바 요골종자골이 돌출되어 여섯 번째 발가락이라는 독특한 구조가 새로 만들어졌을까? 그리고 자이언트 팬더와 레서 팬더에서 각각 별도로 진화가 일어났는데 우연히 그 결과물이 두 팬더에서 요골종자골이라는 거의 똑 같은 골격으로 나타나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이것은 말 그대로 지독한 우연의 일치이자 기적이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수가 없는 일이다. 더욱이 ‘팬더의 엄지’가 말 그대로 팬더에서만 나타난다는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손(발)가락 뼈에 장무지외전근 근육이 연결되어 그 손(발)가락이 나머지 손(발)가락과 마주볼 수 있도록 작동하는 구조는 인간을 비롯한 영장류 외에는 자이언트 팬더와 레서 팬더에서만 나타난다. 인간의 엄지를 닮은 ‘가짜 엄지’ 요골종자골은 왜 팬더에만 있는 것일까? 가히 파격적이라 할 만큼 기이한 생김새의 구조물이 진화과정에서 도깨비처럼 갑자기 나타난 것도 이상하지만 팬더 외의 다른 동물에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은 것은 더 이상하다. 이러한 기이한 구조물의 불연속적인 발생은 생물들은 점진적이고 연속적인 변화를 통해 진화 발생한다는 보편적인 진화 개념으로는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

한편, 팬더의 엄지는 그 독특한 생김새 만큼이나 진화론 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의 중심에 서기에 충분하였다. 특히 하버드 대학의 생물학자였던 스티픈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는 ‘팬더의 엄지’라는 책을 출판하고(그림 5), 팬더의 이 특별한 골격을 불완전하고 기이한 사례라고 말하면서, 대나무만 먹고살아야 하는 환경에서 일어난 진화의 “임시변통식” 결과물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진화라는 과정은 설계로 치면 그리 좋은 설계가 아니며, 임기응변적이고, 주도면밀하지도 않다는 자신의 생각을 역설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관점은, 대부분의 발표되는 진화이론에서 진화를 어떤 완전성을 향해 주도면밀하게 점진적으로 진보하는 과정이라 강조하는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진화생물학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굴드 교수의 그러한 서술을 읽으면서 우리는 진화에 대한 생각이 복잡해지지 않을 수 없다. 대체 진화라는 과정에 대한 진실은 무엇일까? 우리가 생각하는 진화로는, 인간의 손가락처럼 물체를 잡는 기능을 갖도록 점진적인 변화가 일어나려면 영장류 동물들이 진화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 일이다. 하지만 자이언트 팬더와 레서 팬더가 뜬금없이 그들의 ‘엄지’로 대나무를 쥐는 기능을 갖도록 만든 진화는 어떤 진화일까? 곰이나 라쿤은 무언가를 잡을 필요가 없어서 그렇게 진화되지 못한 것일까? 팬더의 엄지가 임시변통으로 불완전하게 만들어진 진화적 산물이라면 왜 다른 동물에서는 그러한 임시적 구조들이 만들어지지 않은 것일까? 결국 우리의 의문은, 진화론은 과연 정당하게 과학적 추론을 해나가고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상동성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유사성은 상사성이라 주장되고, 상사성으로도 설명이 부족해 보이는 유사성에는 임시변통적인 진화의 결과물이라는 알듯 말듯한 설명이 붙고 있다. 무언가 엿장수 마음대로 가해지는 가위질에 놀아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통상적인 진화의 개념으로 설명하지 못하면 특별한 진화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강변하는 것은, 마치 축구 경기에서 골을 넣지 못하면 손을 써서라도 골을 넣고야 말겠다는 반칙에 지나지 않는다.

(그림 5)스티픈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 교수가 1980년에출판한 ‘팬더의 엄지(The Panda's Thumb: More Reflections in Natural History)’(출처: https://books.google.com)

이러한 반칙은 진화 이론 간의 갈등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다윈의 진화론은 ‘생물종의 진화는 매우 오랜 시간 동안 세대를 잇는 점진적인 변화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그런데 굴드 교수는 ‘대부분의 기간 동안에는 큰 변화가 없다가 짧은 시간에 급격하게 생물종의 진화가 이루어진다’는 단속평형설(punctuated equilibrium)을 주장하며 다윈의 점진적 진화 개념을 반박하였다. 어떤 이들은 단속평형설이 다윈의 진화론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논리적으로 두 이론은 양립될 수가 없음은 자명하다. 현대의 진화생물학에서는 점진진화설과 단속평형설 둘 다 받아들인다고 설명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그만큼 진화생물학이 불완전한 개념들을 말하고 있음을 드러낼 뿐이다. 긴 시간대에서는 급속한 진화, 짧은 시간대에서는 점진적 진화라는 식으로 진화의 속도 변화를 말하며 화해를 시도해보지만, 그것은 상황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일 뿐 아무런 객관적 증거도 갖추지 못한 변명적 설명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그러한 ‘내일은 날씨가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라는 식의 설명이라면 어떤 자연 현상도 설명 못할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러한 추론 방식으로는 그 현상에 대한 타당하고 올바른 해석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앞에서 계속 언급해 온 수렴진화와 상사성 개념이 갖는 문제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진화생물학의 가장 큰 과제는 모든 생물들에 대해 공통 조상으로부터의 진화계통수를 그려내는 일일 것이다. 즉 공통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사성, 즉 상동성을 기준으로 조상과 자손이라는 진화적 유연관계를 이어가는 작업이다. 그러나 어떤 유사성들은 매우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진화 계통 흐름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렴진화라는 개념을 적용하여 해석되고 그 유사성은 상사성으로 규정된다. 문제는, 수렴진화를 추론함에 있어서는 엄청난 우연의 일치를 가정해야 하는 논리적 무리수가 따른다는 점이다. 앞선 글들에서 살펴본 것처럼 수렴진화가 적용되는 예들은 생물계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호주 대륙의 테즈메이니아 늑대(Tasmanian wolf)는 아메리카 대륙의 일반 늑대와 전혀 진화적 연관성이 없으면서도 그 골격은 물론 행동과 생활방식이 매우 유사하다. 오징어, 낙지 등 두족류 연체동물은 사람과는 진화계통이 전혀 다른 무척추동물이지만 사람의 눈과 매우 흡사한 눈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이 서로 유연관계가 없는 별도의 동물에서 무작위적인 돌연변이를 통한 진화 과정이 별도로 일어나 우연히 서로 유사한 구조나 행동 특성들이 만들어지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이러한 일이 가능하려면 수많은 우연의 일치가 일어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그렇게 불가능에 가까운 우연의 일치에 기대야 한다면 그것은 과학적 추론이라기보다는 억측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상동성으로 설명할 수 없어서 상사성으로 설명하고자 하지만 상사성 또한 논리적 타당성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그야말로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아울러 그러한 무리한 추론과 딜레마 속에서 유추해낸 진화론적 해석들을 과연 신뢰할 수 있는가 라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상동성-상사성 딜레마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방법이 있다. 그것은 생물체에 나타나는 유사성들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것이다. 유사성을 상동성과 상사성으로 구분하는 무신론적 관점을 내려놓고 유사성 그 자체에 주목한 평가를 내려야 한다. 진화론에서 미리 정해놓은 공통조상으로부터의 계통적 분화라는 결론을 포기한다면 상동성을 찾아낼 필요도 없고, 진화계통에 어긋난다고 상사성으로 구분 지어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 대신 유사성 그 자체가 보여주는 생물학적 의미들을 정립해나감으로써 모든 생물을 합리적으로 분류하고 각 생물의 구조와 기능을 타당하게 설명할 수 있다. 무신론적 세계관에 기초한 결론을 미리 정하고 거기에 맞추어 유사성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관의 개입 없이 유사성 자체에 대한 객관적인 해석을 내리고 그 결과에 따라 결론을 도출해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추론하였을 때 우리는 하나의 명료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설계자의 존재가 바로 그것이다. 생물체가 구조적으로 기능적으로 유사성을 보이는 이유는 그 생물이 살아갈 환경에 맞도록 최적화된 설계의 결과라는 사실이다. 생물계에 유사성이 나타나는 것은 모든 생물이 동일한 설계자에 의해 설계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그 유사성들은 설계자가 선택한 설계의 방법이요, 지혜의 결과물인 것이다.



제작

글 : 현창기 | 한동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 제작 : GODpia
2017. 12.31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