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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고래를 위해 바다를 떠났을까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고래의 진화를 증거한다고 주장되는 화석 자료들은 핵심적인 골격 부분들이 결여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확보된 골격들 또한 진화를 말하기에는 그 특징들이 매우 불확실하다는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의 고생물학자 케빈 파디안(Kevin Padian)은 이 문제에 대해 “고래의 조상이라고 주장되는 모든 화석들을 보면, 직접적인 조상으로 고려되기 위해서는 잃어버렸어야 할 독특한 특징들을 지니고 있다”라고 지적하였다(Padian, K., “The Tale of the Whale,” National Center for Science Education Resources, http://www.ncse.com//rncse/17/6/tale-whale [2016.12.27. 최종 확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래의 진화라는 믿음을 가진 헌신적인 진화론 학자들의 자의적인 해석으로 인해 고래라는 생물의 기원은 심각한 오해의 구렁 속에 빠져있다.

특히 고래 진화의 초기 조상에 대한 주장들에 대해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래의 진화 가설은 화석학적 분석에서 시작되었다. 미국 시카고대학의 진화생물학자 리 반 발렌(Leigh Van Valen)은 두개골과 치아 구조가 메소니키드(Mesonychid)와 유사하다는 점을 제시하며, 고래는 메소니키드와의 공통 조상으로부터 진화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Van Valen, L., 1966. “Deltatheridia, a New Order of Mammals,” Bulletin of the 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 132: 1-126). 메소니키드는 하이에나를 닮은 멸종된 육식 포유류 동물에 붙여진 이름이다(그림 8). 그러나 1990년대 이후의 분자생물학적 분석은 다른 결과를 보여주었다. 분자계통학적 연구를 수행한 진화생물학자들은 고래의 조상이 우제류(발가락 개수가 짝수인 초식동물) 동물인 하마와 가깝다고 추정한 것이다(Normile, D., 1998. “New Views of the Origins of Mammals.” Science 281: 774-775). 이렇게 고래가 하마와의 공통조상으로부터 진화했다고 보는 가설을 ‘whale(고래)’과 ‘hippopotamus(하마)’라는 단어를 합쳐 “whippo” 가설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또 다른 진화생물학자들은 whippo 가설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미국 LA의 자연사박물관의 진화생물학자 존 헤이닝(John E. Heyning)은 1999년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전 경험을 미루어볼 때, 우리는 진화적 관계에 있어서 그러한 도발적인 가설을 진지하게 수용하는 것에 조심하여야 한다.

대개 그런 논란을 일으키는 주장들은 구체적인 분석들로 자세히 조사해보면 근거가 매우 약하거나 모순된 것으로 밝혀지곤 한다”고 말하였다(Heyning, J.E., 1999. “Whale Origins - Conquering the Seas,” Science 283: 943). 2007년에는 인도에서 발견된 멸종 우제류 동물 인도히우스(Indohyus)가 새롭게 논쟁에 뛰어들었다(Thewissen, J.G.M. et al., 2007. 'Whales originated from aquatic artiodactyls in the Eocene epoch of India,” Nature 450: 1190-1194). 이 화석을 발굴한 학자들은, 여전히 우제류 동물과 고래의 초기 조상 사이에는 형태적 유사성이 발견되지 않고 있는데, 화석의 형태로 볼 때 인도히우스가 고래의 초기 조상임을 보여준다고 주장하였다.(그림 8)



고래의 진화 조상동물이 일관되게 정해지지 못하고 이렇게 우후죽순 격으로 논쟁이 이어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고래의 조상과의 유사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화석학적 증거와 분자유전학적 증거가 서로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화석 상의 유사성에 비추어 본다면, 하마는 진화적으로 돼지나 낙타와 같이 발가락이 짝수인 발굽을 가진 우제류 동물과 가까운 친족이며, 고래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분자계통적인 유사성에 따르면, 하마는 고래와 진화적으로 가까운 친족이며, 돼지나 낙타와는 거리가 멀다(그림 9). 그렇다면, 고래의 초기 조상은 누구인가? 하이에나처럼 생긴 육식동물 메소니키드인가? 하마와 같은 우제류 초식동물인가? 아니면 멸종된 우제류 동물 인도히우스인가? 즉 화석 상의 유사성을 보아야 하는가, 아니면 분자적 유사성을 보아야 하는가 라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되어버린 양상이다. 고래의 진화 스토리가 갖는 또 다른 딜레마인 것이다. 화석 상의 유사성을 진화조상에 대한 증거로 삼지 못한다면, 같은 논리로 분자적인 유사성은 무슨 근거로 증거가 될 수 있겠는가? 아울러 메소니키드이든, 하마이거나 인도히우스이든, 고래의 조상 가설들을 신뢰할만한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진화론에서는 이들 중 누군가 바다로 떠났고 바다에 적응하면서 결국 고래가 되었을 것이라고 전제하지만, 그 전제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다시 말해, 고래를 위해 바다로 떠난 동물은 아무도 없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같은 무게를 두고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고래의 조상이라는 육상 포유동물이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존재일 수 있다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한 대목인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질문이 한 가지 생긴다. 고래가 육상동물로부터 진화된 것이 아니라면, 파키케투스, 암불로케투스, 로도케투스 등등 진화론 학자들이 지금까지 제시해온 중단단계 화석들은 어떤 동물들이었을까?라는 질문이다. 지금 지구 상에 살고 있는 동물들과는 사뭇 다른 모양의 골격을 하고 있는 그들은 과연 어떤 존재들이었을까? 사실 현재 살고 있는 생물종들은 지금까지 지구 상에 존재했던 모든 생물종의 1%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구에 살던 생물종의 99%는 멸종되어 우리가 볼 수 없는 것들이다. 그들이 진화론에서 말하는 5대 멸종 사건에 의해 멸종한 것인지, 아니면 대홍수와 같은 격변으로 인해 멸종된 것인지는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어쨌든 그만큼 이 지구 상에서는 다양한 생물들이 존재해왔고 사라져갔음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99%의 멸종된 생물종들 중에는 우리에게 낯선 수많은 생물들이 있을 수 있다. 특이하게 생긴 다양한 공룡들도 그러한 예들에 해당된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생물의 진화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그 수많은 멸종 동물들의 화석들 중에 유사성이라는 특징을 가진 것들을 선택하여 순서대로 나열하는 일이 보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진화생물학에서는 그 나열된 순서를 특정 생물이 진화한 과정이라는 진화가설로 발표하고 일반 대중에게도 그렇게 알려지곤 하는 것이다. 고래의 조상으로 제시된 중간 화석들도 그렇게 선택된 것들이고, 각각의 학명들도 진화의 의미를 담아 그렇게 이름 붙여진 것들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진화론적 결론을 내기 위해 유사한 특징을 가진 화석들을 선택적으로 사용한 것일 뿐 그 생물의 진화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화석이 고래의 진화적 조상이라는 객관적 근거도 없이, 육상동물이 고래로 변해가는 어느 단계에서의 특징과 유사하다고 해석을 붙이고 진화의 중간고리로 끼워 넣는 것은 결코 과학적이라 할 수 없다. 그리고 그렇게 이어져가는 진화 스토리는 타당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진화 가설들 사이에서의 충돌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파키케투스, 암불로케투스, 로도케투스 등등의 화석들은 현존하지 않기 때문에 특이하게 보이는 것일 뿐이다. 그들 하나하나는 지구 상에 살다가 멸종된 완전체로서의 동물이며 고래로 변해가던 중간체들이 아니라는 관점에서도 진지하게 연구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고래는 처음부터 바다에 사는 포유동물로 설계되었다.

이제 고래를 새로운 관점에서 살펴보자. 육상 포유류 조상으로부터의 진화라는 무신론적 안경을 벗고, 해양포유류로서의 독특한 특징으로 맞춤 설계된 동물이라는 유신론적 안경을 끼고 고래를 바라보는 것이다.



먼저 고래의 숨쉬기부터 생각해보자. 인간을 비롯한 모든 육상 포유동물들은 폐 호흡을 위해 입과 코를 사용한다. 입과 코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공기를 들이마시면 기관과 기관지를 통해 폐로 전달된다. 그러나 고래는 다르다. 고래는 머리 꼭대기에 분수공(blowhole)이라 부르는 공기 통로가 있다. 진화론에서는 분수공을 육상동물의 코와 비슷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후각을 담당하는 코와는 전혀 다른 독특한 호흡기관이다. 고래의 종류에 따라 분수공 숫자도 달라서 수염고래아목(baleen whales, Mysticetes) 고래들은 2개, 이빨고래아목(toothed whales, Odontocetes) 고래들은 1개의 분수공을 갖는다. 분수공 바로 밑에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공기주머니 조직이 있어 고래끼리의 의사소통에 이용된다. 한마디로 분수공은 육상동물의 코와는 비교될 수 없는 고래만의 독특한 기관인 것이다. 또한 고래의 폐는 분수공에만 직접 연결되어있고 입으로는 연결되지 않는다. 육상동물의 입이 호흡에 사용되는 것과는 달리, 고래의 입은 먹이를 삼키는 소화기관일 뿐 호흡과는 무관하다. 고래가 먹이를 먹다가 사래 드는 일은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고래는 폐호흡을 함에도 불구하고 그 호흡능력은 육상동물과는 차원이 다르다. 수십 분 동안, 어떤 종은 90분 동안 잠수가 가능하며, 수심 2천~3천 미터까지 수압을 이겨내고 바닷속 깊이 내려간다. 이는 고래의 호흡계가 단순히 공기 통로가 독특하다는 것으로만 설명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고래는 잠수할 때 신경계의 명령에 따라 심장박동을 1/4 이하로 줄이는 한편, 뇌, 심장, 폐로는 혈액 순환을 유지하되 나머지 조직으로는 혈관을 수축시켜 혈액 공급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산소의 사용을 최소화한다. 또한 근육에는 육상 포유류의 9배가 넘는 마이오글로빈(myoglobin)을 가지고 있어 근육 자체의 산소 저장능력이 뛰어나고, 90%나 되는 폐에서의 산소 교환 효율도 육상 포유동물의 20% 수준에 비해 훨씬 높다. 이렇듯 고래의 호흡에는 단지 호흡계뿐만 아니라 신경계, 혈액순환계, 근육계까지 포함되는 하나의 완벽한 시스템으로 갖추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결국 고래의 숨쉬기란 육지의 조상 포유동물의 숨쉬기와는 전혀 다른, 완전히 새로운 생리학적 시스템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진화론에서 주장하듯이 육상 포유동물에서 고래로 진화한 것이라면, 입과 폐로의 공기 통로를 차단하고, 코의 위치를 머리 꼭대기 쪽으로 이동시킴과 동시에 그 분수공과 폐를 연결하는 독특한 통로를 새로 만들어내야 한다. 심장박동 조절장치도 새로 장착해야 하고, 폐 또한 엄청난 산소 교환 효율을 가진 폐로 갈아 끼워야 한다. 마치 자동차에서 엔진은 물론, 공기/연료공급장치, 각종 조절장치를 드러내고 모두 새 것으로 갈아 넣고 연결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차라리 새 자동차를 설계하는 편이 나을 정도의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은 환경에 대한 적응의 수준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변화가 아니다. 고래의 조상 동물이 바다 생활에 적응하면서 이러한 변화가 일어났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학적 설명이라기 보다는 판타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과도한 상상이다. 고산지대의 사람들이 공기가 희박한 환경에서 적응하면서 헤모글로빈 수치가 높아지는 변화가 일어나듯이 적응이란 원래 그런 방식으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다. 혈액 순환이 좀 더 효율적으로 일어나면서 산소의 공급을 촉진시키는 적응도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공기의 통로가 아예 다르고 조직에 따라 혈액을 차별적으로 보내는 혈액순환계가 작동하고 있다면, 그것은 적응을 통한 진화의 결과가 아니라 전혀 다른 시스템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설계와 창조의 결과로 보아야 한다. 고래가 육상 포유동물과 현저히 다른 새로운 시스템으로 되어있다는 사실은, 고래가 바다에서 살 수 있는 최적의 구조와 기능으로 설계된 독립적인 존재임을 강력하게 보여주고 있다.

고래는 처음부터 바다에 사는 포유동물로 설계되었다.

 고래의 독특한 특징은 숨쉬기와 혈액 순환에 국한되지 않는다. 바다의 젖먹이 동물이라는 독특성이 그들만의 특별하고 놀라운 능력들을 통해 부족함 없이 드러난다. 우선 고래는 한번에 한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육상 포유동물들이 보통 여러 마리의 새끼를 낳는 것과는 다르다. 그리고 새끼 고래는 육상 포유동물처럼 젖을 빨 필요가 없다. 젖을 물고 있으면 어미 고래가 새끼의 입 안으로 젖을 강하게 뿜어 넣는 특이한 방식으로 수유가 이루어지며 이런 방식으로 하루에도 수백 리터의 젖을 먹이고 있다. 먹이를 잡기 위한 능력들도 독특하다. 긴수염고래, 대왕고래, 혹등고래, 귀신고래 등 다양한 고래들이 돌진먹기(lunge feeding) 방식으로 먹이를 먹는다. 입을 크게 벌리고 먹이 떼를 향하여 돌진함으로써 입안으로 빨려 들어오는 먹이들을 걸러내어 삼켜버리는 방식이다.

일견 단순해 보이지만 이러한 먹이사냥은 여러 신체기관이 동시에 민첩하게 작동해야 가능한 정밀한 작업임이 밝혀졌다. 바닷물과 함께 입안으로 밀려들어오는 먹이들을 담아내기 위해서 아코디언처럼 늘어나는 거대 지방조직(ventral groove blubber, VGB)과 그것을 지지하는 연골 조직들이 있고, 먹이를 바닷물로부터 걸러내기 위한 수염(baleen)이라 불리는 빗처럼 생긴 거센 털들(bristles)이 갖추어져 있다. 두개골과 턱뼈는 크게 입을 벌리기 위해 서로 분리되어 헐겁게 연결되는 특수한 구조이다. 2012년에는 아래턱뼈 앞쪽 중앙 부위에 특수한 감각기관이 있어서(그림 11) 돌진할 때의 저항력을 측정하고 뇌로 전송해준다는 사실이 발견되어 네이쳐(Nature)지에 보고되기도 하였다(Pyenson, N.D. et al., 2012. “Discovery of a sensory organ that coordinates lunge feeding in rorqual whales” Nature 485: 498-501). 이 감각기관이 돌진먹기 과정에서 입을 열고 닫을 때의 턱뼈의 움직임, VGB 지방조직의 확장 등 전체적인 움직임을 조화롭게 조절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이들 필요한 기관들과 골격구조들 중 한 가지만이라도 없거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고래의 돌진먹기 사냥은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고래는 먹고 살아가기 어렵게 된다. 한 마디로 말해서 고래의 먹이사냥은 단순하게 입을 통해 먹이를 흡입하는 행동이라기 보다는, 여러 기관과 골격들이 철저하게 협력하여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해야 하는 복잡한 작업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과연 진화를 통해 스스로 발생될 수 있는 것일까? 육상 포유동물에서는 단 한 가지도 비슷한 것조차 찾아볼 수 없는 이 구성요소들이 점차적인 진화과정을 통해 하나 둘씩 생겨나서 고래의 돌진먹기 시스템이 갖추어졌다고 보는 것이 과연 타당한 설명일까? 그것은 과학적 논리를 한참 벗어난 억측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고래의 돌진먹기는 고래가 바다에서 살아가기 위한 먹이사냥 시스템으로 처음부터 고래에게 부여된 설계특성으로 보는 것이 타당한 해석이요, 당연한 결론이라 하겠다.

수심 2천~3천 미터의 깊고 어두운 바다 밑에서 먹이를 잡으며 살아가는 향유고래의 모습도 육상동물로부터 진화되었다고 보기 어렵게 하는 미스터리 중 하나이다(그림 12). 향유고래는 오징어를 먹기 위해서 심해 밑바닥으로 내려가 조용히 머무르며 오징어떼를 기다린다. 일부 진화생물학자들은 이렇게 심해에서 먹이를 잡는 향유고래의 사냥습성에 대해, 심해에서는 먹잇감에 대한 경쟁자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경쟁을 통한 적자생존을 말하는 진화론의 추론치고는 변명처럼 느껴진다. 수심 수십~수백 미터 수준의 적당히 깊은 바다에서 살면서도 얼마든지 먹이를 잡고 새끼들을 키워낼 수 있음에도 굳이 심해로 가야 할 이유가 있을까? 아니 오히려 수심 수천 미터의 심해로 내려가면 엄청난 수압과 암흑과 같은 환경 등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향유고래는 깊은 심해로 내려가 먹이를 사냥하고 있으며 그에 필요한 특수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우선 향유고래 몸무게의 1/3을 차지하는 거대한 머릿속에는 경랍 기관(spermaceti organ)이라 부르는 커다란 기관이 들어있다. 경랍(spermaceti)을 담고 있는 큰 통 같은 구조의 기관이다. 주로 왁스 성분으로 되어있는 경랍은, 휴식 중인 고래의 체온(37℃)에서는 액체상태지만 고래가 심해로 내려가면서 수온이 떨어져 31℃ 이하가 되면 고체화되고 밀도가 높아져서 고래가 깊이 잠수할 수 있도록 추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 세상 어떤 동물에게서도 발견된 바 없는, 실로 희귀하면서도 놀라운 조직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고래가 심해의 엄청난 수압을 견디며 오랫동안 잠수할 수 있는 것은 몸집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작은 폐 때문이기도 하다. 폐에 담아두는 공기가 적기 때문에 그로 인한 부력이 잠수에 방해를 주는 일도 없고, 폐 속의 질소가 혈액으로 다량 유입되어 일어나는 잠수병을 걱정할 일도 없다. 그 대신 이 작은 폐는 혈액에 90%라는 놀라운 산소 교환 효율로 산소를 용해시켜 수많은 모세혈관망을 통하여 조직으로 보낸다. 고래의 눈도 특이하다. 빛이 양이 너무 적어 어두컴컴한 깊은 바닷속에서도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특수한 눈과 시각세포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쉽게 설명되지 않는 특징이다. 향유고래가 보여주는 특징들 하나하나가 심해에서 먹이사냥을 할 수 있도록 최적화된 시스템으로 설계되어있음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고래가 그들만의 독특한 울음 소리로 의사소통을 한다는 점도 흥미로운 특징이다. 육상동물은 성대를 사용하여 소리를 내지만 고래는 완전히 다르다. 고래는 성대를 사용하지도 않고 만들어내는 소리도 독특한 고주파음이다. 고주파의 소리를 내는 기관은 고래 이외의 동물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멜론(melon)이라는 기관이다. 멜론은 향유고래, 부리고래, 돌고래 등의 이빨고래아목 고래들이 가지고 있는 일종의 지방조직으로 된 기관이다(그림 13). 고래의 의사소통과 반향정위(동물이 음파를 내어서 그것이 물체에 부딪쳐 되돌아오는 음파를 받아 그 물체의 거리, 방향, 크기 등을 감지하는 것)를 위한 핵심적인 기관이기도 하다.



고래가 어떻게 서로의 고주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청력을 갖게 되었는지도 미스터리다. 사람을 비롯한 육상동물들에서는, 외이(外耳)로 들어온 음파가 중이(中耳)를 거쳐 내이(內耳)로 전달된다. 즉 중이가 외부 공기의 낮은 음향 임피던스와 내이(달팽이관) 유체의 높은 임피던스 사이에서 조절작용을 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고래의 경우에는 소리를 듣는 시스템이 완전히 다르다. 고래는 음파를 외이와 중이를 통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목을 통해 받아들인다. 낮은 임피던스의 지방으로 채워진 인후부를 통과한 음파가 내이로 전달되는 시스템이다(Cranford, T.W. et al., 2008. "Acoustic pathways revealed: simulated sound transmission and reception in Cuvier's beaked whale". Bioinspiration & Biomimetics. 3: 016001). 뿐만 아니라 고래의 두개골 내에서는 부비강(sinus, 코 안쪽으로 이어지는 구멍)이 귀를 분리해놓고 있기 때문에, 고래의 귀는 청각적으로 두개골과 분리되어있다. 이로 인해서 고래는 물 속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음파를 감지할 수 있다.(Nummela, S. et al., 2007. "Sound transmission in archaic and modern whales: Anatomical adaptations for underwater hearing". The Anatomical Record 290: 716-733).
고래의 눈에 대해서도 그 독특성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고래의 눈은 몸집에 비해서는 상당히 작지만 시력은 상당히 좋아서 물 속에서 10 미터 전방까지 볼 수 있다. 이는 고래가 약간 납작한 안구, 좀 더 펼쳐진 눈동자와 각막을 가지고 있어서 보다 많은 빛이 통과함으로써 보다 선명한 이미지를 볼 수 있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더욱 특이한 점은, 고래는 눈을 머리의 양쪽에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고래는 양쪽 측면을 볼 수 있는 시력을 갖는데, 이는 인간을 비롯한 육상 포유동물들이 두 눈으로 보는 시력(쌍안시, binocular vision)을 갖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시스템이다.

고래가 보여주는 이 모든 특징들은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먼저 “육지에 살던 포유류 조상이 바다 생활에 적응해가면서 얻게 된 특징이다”라는 해석을 생각해보자. 그렇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육상 포유동물과 고래 사이에는 너무나 많은 차이점들이 있기에 그것들을 조상과 자손으로 연결 지으려면 그만큼 많은 가정과 상상이 필요하다. 어떤 이론에서 하나의 가정이 더해질 때마다 그로부터 내려진 추론의 타당성은 낮아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낮아지는 타당성을 무릅쓰고라도 무리하게 가정과 추론을 이어가며 진화라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 과연 올바른 과학적 방법론이라 할 수 있을까? 이번에는 “고래가 보여주는 특징들은, 고래가 바다에 사는 젖먹이 동물로서 원래 그러한 생체 시스템으로 설계된 존재임을 보여준다”라는 해석을 생각해보자. 이 해석은 여러 단계의 가정과 추론이 필요치 않다. 간결한 가정은 추론의 불확실성을 낮춰주고 결론의 타당성을 높여준다. 자동차가 오랜 세월 동안 바닷가를 달린다고 바다를 누비는 배가 될 수는 없으며, 자동차와 배는 그 목적에 따라 설계되어 만들어진 엄연한 독립적 설계작품들이다. 육상 포유동물과 해양 포유동물 또한 마찬가지다. 그들 각각이 보여주는 특징들은 각각의 존재 목적에 따라 부여된 것이지 조상의 특징이 변하여 자손의 특징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요한 것은, 설계가 가능한 설계자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전부이다.

설계자를 전제한다는 이유로 어떤 추론과 해석을 배제하는 것은 무신론적 아집에 지나지 않으며 올바른 진실 탐구의 자세라 할 수 없다. 불확실한 무신론적 가정들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합리적인 추론 전개를 통해 더 타당한 해석을 찾을 수 있다면 당연히 그 추론도 토론의 장에 입장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어야 한다. 고래의 존재에 대하여 보다 옳은 이해를 갖기 위해서는 과학계는 이러한 유신론적 관점에 대한 개방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고래는 육상동물로부터 진화된 동물이어야 한다는 무신론적 전제는 오히려 고래를 올바르게 이해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고래의 특징을 해양 포유류 동물로서의 최적화된 설계 특성으로 보는 관점을 바탕에 두고 과학적 분석을 해나간다면 고래의 존재와 특징에 대한 풀지 못한 수수께끼들이 하나둘씩 풀려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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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현창기 | 한동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 제작 : GODpia
2017.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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