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피아노, 양희정의 서재는 ‘반주여행’이다

양양피아노, 양희정의 서재는 “반주여행”이다

저에게 반주여행은 삶을 배우는 서재에요. 반주여행에서 제 얘기만 나누는 게 아니라 오시는 반주자분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신청서를 받아요. 어떻게 반주를 하게 됐는지, 반주를 하면서 뭐가 어려웠는지를 물어보죠. 신청서를 꼼꼼하게 읽다 보면 눈물이 나요. 신청서에 적힌 반주자분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게 마치 책을 읽는 것 같기도 하고요.
오시는 분들도 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했으니 훨씬 마음이 열린 상태에서 오세요. 반주자분들을 만나면 이렇게 말씀드려요. “반주하느라 예배 못 드린다고 많은 분들이 신청서에 적어주셨어요. 오늘은 제가 여러분들의 반주자예요. 마음껏 예배하세요.” 그렇게 예배를 드리고 강의를 해요. 그럼 예배를 드리면서 많은 분들이 우세요. 제가 눈물이 많은 사람이 아닌데 반주여행 때마다 눈물이 나요. 반주여행을 하면서 많은 교회의 반주자분들을 만나고, 헤어지며 인생을 많이 배우죠.



재미삼아 올린 반주 영상으로 시작

5년 전 교통사고가 났어요. 버스에서 손잡이를 잡고 있는데 사고가 나면서 한쪽 팔이 확 늘어났어요. 젓가락질을 못 할 정도였어요. 3개월 정도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손을 폈다가 경련이 너무 심하게 오더라고요. 피아노를 못 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쪽 팔이 아프니 피아노 치는 자세도 틀어지더군요. 그래서 모니터를 하려고 예배 시간에 아이패드를 피아노 옆에 두고 영상을 찍기 시작했어요. 녹화했던 영상을 월요일에 보는데 주일과는 다른 예배를 드리게 되더군요. 이 부분에서 연주하며 왜 내가 울었을까 생각하면서 다시 예배가 되었어요. 연주할 때 몰랐던 다른 악기를 연주하는 친구들의 표정도 보이고요. 저 친구가 여기서 왜 이런 연주를 했을까 생각해 보기도 하고요. 그중에 보다가 웃겨서 SNS에 올린 영상이 “좋으신 하나님”이란 곡이에요. 교회가 드럼, 베이스, 기타, 건반 이렇게 포 밴드였거든요. 세컨 건반이 없으니까 제가 엄청 바쁘게 라인을 다 치는 게 웃기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한 거예요. “세컨 건반 없이 좋으신 하나님을 연주하기란”이런 내용으로 영상을 올렸는데 그 영상의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그렇게 SNS에 반주 영상을 올린 게 양양피아노의 시작이 되었어요.


값없이 받은 은혜를 나누고 싶어

보통 교회 영상에는 찬양 인도자 샷만 나오잖아요. 연주자만을 보여주는 영상은 없어요. 양양피아노 영상은 피아노 연주자만을 보여주거든요. 교회의 다른 밴드들이 제가 연주하는 걸 보고 “이럴 때 저렇게 치는 구나.”하면서 음악적인 팁을 얻으신다는 거예요. 저도 사실 어렵게 공부했거든요. 집에서 학비를 대주시며, 꽃 길을 걸은 게 아니라 값없이 받은 은혜가 있었어요. 배고플 때 밥 사주신 교회 언니, 오빠가 있었고 어려울 때 레슨 받으라고 레슨비를 주신 장로님이 계셨고요. 저는 하나님께 음악이란 달란트를 값없이 받은 은혜가 있잖아요. 그걸 독점하는 것보다 공유하면 좋겠다 해서 반주 영상을 올렸어요. 처음에는 단순하게 음악적인 것들을 나누는 정도였는데 그러다 보니 직접 만나서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교회 반주자들을 만나는 반주여행을 하게 됐어요.
반주여행에서 그런 얘기를 해요. “세션을 잘한다고 하나님이 높아지시는 분이 아니고, 틀린다고 낮아지시는 분이 아니에요. 하나님은 여러분이 반주 사역을 하면서 행복해하시길 바라세요.”

교회 반주를 하는 데 중요한 몇 가지

교회 반주를 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연습이 중요해요. 사실 잘 치는 것보다 안 틀리면서 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일주일에 한 곡을 외우자는 주의예요. 외워서 반주하는 게 중요한 이유가 1주일에 한 곡이면 1년에 52곡을 외우거든요. 그럼 내년 예배는 좀 더 자유로워지고 그 다음해 예배는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어요. 손이 자유로우면 좀 더 자유롭게 예배드릴 수 있거든요. 자유롭게 예배하기 위해서 테크닉이 필요하지, 테크닉이 좋아야 예배가 잘 되는 게 아니에요.
찬양팀에서의 관계도 중요해요. 기타 치는 친구와 관계가 좋으면 “오늘 라인이 별로인 것 같아.” 하고 말할 수 있고, 그 친구는 “그래? 그럼 이렇게 해볼까?”라는 말을 할 수 있죠. 그런데 관계가 좋지 않으면 “이런 편곡을 할 건데 이렇게 쳐줘.”라고 좋게 말해도 꼬이게 되는 거예요.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받아들이는 사람과의 관계가 틀어지면 안 돼요.
저는 식구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함께 밥 먹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찬양팀 연습이 끝나고 항상 밥을 먹었어요. 밥 먹으면서 이번 주 어떻게 지냈는지를 들으며 여러 부분을 이해할 수 있게 되기도 하고요.



16년 넘게 이어진 교회 반주

중학교 3학년부터 교회 반주를 했어요. 소리가 이상하면 바꿔가면서 반주를 배웠기 때문에 피아노를 안 배우고 반주하는 분들의 마음을 너무 잘 알아요. 예배 시간에 반주를 틀리면,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전 교인이 다 나를 쳐다보는 것 같죠. 내가 오늘 예배를 망쳤구나 자괴감과 좌절감이 들면서 내년에는 반주 안 할 거야. 그런 다짐을 하고는 했어요. 그러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음대에 가고 싶다고 아빠에게 말씀드렸어요. “네가 어떻게 음대를 가느냐”고 하시면서 서포트를 해줄 여유가 안된다고 하셨죠. 당시 집에 돈이 없기도 했고, 하지 말라는 걸 제가 한다고 하니 아빠도 화가 나셔서 모든 생활비를 끊으셨어요. 그래도 피아노를 포기할 수 없었어요. 집에는 피아노가 없어서 교회에 가야 피아노를 칠 수 있었죠. 집에서 교회까지 버스로 30분이 걸리는 거리인데 걸어서 교회에 갔어요. 차비를 아껴서 레슨을 받으려는 생각에 걸어서 갔죠. 피아노 레슨은 스무살에 처음 받았어요. 6개월 레슨을 받고 감사하게도 백석대 기독교실용음악과를 들어갔어요. 그때 만난 선생님, 선후배들이 너무 좋은 자산이에요. 그곳에서 많은 걸 배웠죠. 저는 제 대학 생활을 ‘어메이징 그레이스’라고 해요. 대학에서 코드를 배우면서 ‘이 코드가 이거였어. 반주할 때 적용할 수 있겠네’하면서 1,2년은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이런 걸 안다고 반주가 행복한 게 아니구나를 빨리 깨달았죠.

SNS 콘텐츠를 만드는 청년들에게

4년 전부터 SNS를 통해서 양양피아노 영상을 공유했어요. 나라는 사람은 똑같은데 받아들이는 사람의 프리즘이 다 다르니, 이 사람이 보는 모습이 내 모습 같고, 저 사람이 보는 모습이 제 모습 같이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래서 댓글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게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저도 칭찬은 귓속말로 듣고 비난은 천둥소리처럼 듣는 스타일이거든요. 99개의 좋은 댓글이 있어도 1개의 악플 때문에 마음이 어려울 때가 있어요. “영상 찍느라 예배도 못 드리고 뭐하는 짓이냐” 이런 댓글도 있었어요. 제가 라이브 방송할 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거든요. “영상 찍는 것을 의식하는 순간 양양피아노 영상을 안 하겠습니다.” 카메라를 의식할 것 같지만 녹화를 눌러 놓고 나면 정말 정신이 없거든요. 세션 악기 사인도 봐야 하고, 제가 틀렸는지 안 틀렸는지도 봐야해요. 그러다 보니 표정이 안 좋아서 못 올린 영상도 많아요(웃음). 크리스천 청년들이 SNS를 통해 콘텐츠를 공유하고 싶다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소신 있게 끝까지 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SNS에 콘텐츠를 올리면 댓글로 시어머니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진짜 많거든요. “이렇게 해 주세요. 저렇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하고요.

응원과 생각훈련이 담긴 책

저는 다독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한 책을 여러 번 봐요. 공지영 작가님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책을 좋아해요. 공지영 작가가 딸에게 쓰는 에세이 편지거든요. 스물 네 살 생일 선물로 받았는데 그때는 이런 엄마가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읽었어요. 10년이 지난 서른셋에 다시 읽고 있어요. ‘이런 구절이 있었나.’하면서 새롭게 발견하는 부분이 있더군요. “꼭 끝까지 하지 않아도 괜찮다.”란 문장이 기억에 남아요. 저에게는 포기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제가 약간 완벽주의 성향이 있거든요. “실수하면 어때 괜찮아.”하고 스스로에게 말하려고 해요. 기독교 내용의 책은 아니지만,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라고 하나님이 저에게 해주시는 격려 같은 책이에요.
이어령 선생님이 쓰신「짧은 이야기, 긴 생각_ 80초 생각 나누기」는 글씨도 크고, 그림도 많아서 하루 만에 다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사랑의 반대말은 망각이다”처럼 짧지만 좋은 글귀들이 적혀 있어요. 처음에 읽을 때는 하루 만에 다 읽었는데 두 번째 읽을 때는 한 챕터를 읽는 데 하루가 걸렸어요. 문장을 계속 생각해 보면서 읽게 되더군요. 생각하는 훈련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에요. 반주자들이 주어진 코드를 치는 것보다 한 코드를 치더라도 어떻게 쳐야할지 생각해 보면 좋거든요. 이런 책을 읽으면서 깊게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무슨 키고 어떤 버전의 카피인 것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인도자가 왜 이런 콘티를 짰는지 좀 더 이야기에 접근하는 습관을 들이며 좋지 않을까 해요.

전국의 교회 반주자들이 모인 공동체

3년 동안 반주여행에서 만난 교회 반주자가 2천명은 넘는 것 같아요. 강의하기 전에 먼저 하는 말이 있어요. “우리가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종파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고 신앙관도 다르지만 하나님은 한 분이시니까 하나님을 같이 예배한다는 공통점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공동체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얘기를 하는 이유가 있어요. 오는 분들마다 반주 실력이 다 달라요. 적게는 30~40명부터 많게는 100명이 세미나에 오시거든요. 이분들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반주 세미나를 하기는 정말 어려워요. 제가 미션을 드리면 먼저 “나 다했다”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옆에 계신 분들에게 혹시 도와드려도 될까요 묻고 함께 도우면서 하시라고 말씀드려요. 그렇게 대화하다 보면 남편분들이 같은 지역 목사님이거나 아는 분들을 만나거든요. 부산 같은 경우에는 반주여행에 오셨던 분들의 커뮤니티가 생겨서 정모를 하세요. 이럴 때 선생님으로서 정말 뿌듯해요. 한 번의 만남으로 끝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열심히 신앙 생활하며, 멀리서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공동체였으면 좋겠어요.

비전과 기도제목

개인 앨범을 준비하고 있어요. 자작곡으로 이루어져 있고 교회에서 사용하는 단어들이 있는 곡은 두 곡정도에요. 스무 살에 기도하면서 반주를 잘하고 싶어서 실용음악과를 갔거든요. 하나님이 제 기도를 허투루 들으신 것 같지 않아요. 저는 유명한 세션이 되고 싶었는데 하나님께서 반주자들을 만나는 사람이 되게 하셨잖아요. 인생이라는 게 계획한대로 되지 않는 게 훨씬 많은 거 같아요. 인생을 길이라고 표현하잖아요. “나란히 걷다”란 곡을 썼는데 내가 혼자라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같이 걷고 계시던 분이 있었던 거예요. 예수님을 모르는 분들도 공감하며 들을 수 있는 곡들을 만들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그런 분들의 언어를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교회에서 사용하는 단어가 들어가야 CCM이고, 그렇지 않으면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다 이런 노래가사를 많이 써요. 많은 청년들이 고민하는 주제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교회 안 다니는 청년들에게도 공감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교회 안 다니는 분들 앞에서 하나님의 마음을 담은 노래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인터뷰 진행&정리 : 이음 작가
- 사진 : 이요셉 작가
- 인터뷰 장소 : 행복공작소
- 기획.제작 : 사랑의교회 인터넷사역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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