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요철 작가의 서재는 “기차역”이다

박요철 작가의 서재는 “기차역”이다

브랜드 관련 일을 15년 했어요. 브랜드, 사람에 대해 관심이 있고, 글쓰고 강의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저의 경우는 브랜드, 사람, 글쓰기, 강의 이 네 가지의 교차점에서 '나다움’이자 차별화를 발견했어요. 나다움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내가 즐거운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해야 하는데 그게 한 번에 알 수 없거든요.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요. 그런데 경험이라는 게 꼭 우리가 영어공부하려면 영어학원 새벽반에 가야하고, 등산 갈 때도 고가의 아웃도어를 다 챙겨 입고 가야하는 건 아니잖아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작고 소소한 일을 날마다 꾸준히 실천해 보는 것을 스몰 스텝(Small Step)이라고 해요. 그런 경험을 담은 스몰 스텝은 나다운 모습이 뭔지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날마다 스몰 스텝을 하면서 나에게 힘을 주는 게 뭔지를 깨닫고, 그것이 가지고 있는 교차점을 찾아가는 게 나다움을 찾는 길이 아닐까요.
무엇보다 책은 나다움을 찾아가는 데 중요한 정보를 줍니다. 독서는 가장 효율적으로, 가장 적은 돈으로 나다움을 찾는 방법이죠. 그런 책을 읽을 수 있는 서재는 가장 나다운 삶을 찾아가는 여정에 만나는 기차역 같은 곳이에요. 기차를 타고 가다 기차역에 머물며 나다움을 찾아가는 것이죠. 나다움을 하나 발견하고 다음 기차를 타고 가는 거예요.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달란트를 찾는 여정에 있어, 저에게 서재는 기차역과 같은 곳입니다.

나다움을 발견하기 위한, ‘스몰 스텝’

위안부 할머니를 돕는 마리몬드란 회사에서 우연히 자기발견학교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마리몬드의 주 고객이 10대 후반이고, 그들이 제일 고민하는 게 무엇일까를 알아보니 “내가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떤 일을 해야 할까?”이더군요. 그때 자신을 발견하기 위한 ‘스몰 스텝’ 이라는 1주차 강의안을 만들었어요. 반응이 좋아서 5주차로 확대되고, 10대에서 40대의 다양한 계층의 분들을 만나게 되었죠. 그런 내용을 글로 적다보니 「스몰 스텝」이란 책을 쓰게 되었네요. 스몰 스텝은 이미 있던 단어에요. 로버트 마우어라는 분이 쓴 「아주 작은 반복의 힘」이라는 책에 나와 있죠. 책에 이런 내용이 있어요. 굉장히 뚱뚱한 분이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며 살을 빼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는 거예요. 이분에게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다가 딱 1분만 서 있으라고 했죠. 1분만 서 있는다고 운동이 될 리가 없잖아요. 그런데 1분을 서고 나니 어느 날부터 2분, 10분 동안 일어설 힘이 생기는 거예요. “나도 할 수 있네.” 하면서 변화된 분들이 많습니다.



하나님이 만든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 위해

저의 스몰 스텝 중 하나는 세 줄 일기에요. 첫 줄에는 어제 가장 안 좋았던 일을 쓰지요. 두 번째 줄에는 어제 가장 좋았던 일 그리고 세 번째 줄에는 그래서 오늘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적어요. 그렇게 1년을 쓰고 나니 내가 누구인지 보이더군요.
좋은 글을 필사하는 것도 저의 스몰 스텝 중 하나에요. 필사 하는데 5분이 안 걸려요. 날마다 좋아하는 곡을 한 두 곡 듣고요. 요즘은 좋은 팟캐스트들이 많아요. 관심 있는 분야의 팟캐스트를 출퇴근 시간에 듣는 일도 저의 스몰 스텝 중 하나죠. 이렇게 하다 보니 날마다 하는 스몰 스텝이 서른 개가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서른 개를 할 필요는 없어요. 하루 동안 기분 좋게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꾸준히 하다 보니 저를 발견하게 되고, 에너지를 얻게 되네요.
하나님이 나를 지으시고, 나다운 뭔가를 선물로 주셨을 텐데 신앙인으로 그것을 발견하기 위해 스몰 스텝은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하나님이 주신 선물을 발견해 사용하는 게 크리스천의 의무가 아닐까요. 그렇게 발견한 자신의 달란트를 가지고 세상을 돕는다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이겠어요.

자녀와 함께 하는 스몰 스텝

아들에게 공부와 운동 외에도 이것저것을 시켜봤는데 그 중에 딱 하나 남은 게 기타더군요. 다른 친구들이 다 떨어져 나가도 기타는 좋아했어요. 중 3인데 악보를 다운받아서 독학해 기타를 쳐요. 지금은 꽤 잘하죠. 뮤지션이 되지 않는다 해도, 에너지를 얻는 일이 있으면 다른 일을 할 때 그 일이 얼마나 큰 에너지를 주겠어요. 제 아들은 음악을 통해서 가장 큰 힘을 얻게끔 하나님께서 설계하신 아이였죠.
어느 날 초등학교 6학년인 딸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살까 궁금해서 교환 일기를 쓰게 됐어요. 노트 한 권에 제가 질문 하나를 적으면 딸이 질문 아래에 답을 적었죠 “좋아하는 게 뭐야? 뭐가 되고 싶어? 어떤 경우에 힘들어?” 출근하기 전에 그렇게 급하게 써 둔 질문에 딸은 날마다 빽빽하게 답을 적어 두었어요. 아이와 함께 하는 스몰 스텝을 통해서 저희 딸이 글을 잘 쓰는 아이라는 걸 알게 되었죠. 이제까지 세권의 교환 일기를 섰는데 딸아이의 글 솜씨가 늘어서 학교에서 상 받는 일이 점점 늘어나더군요.
자녀에게 힘을 주는 게 뭔지, 아이를 신나게 하는 게 뭔지를 발견하는 게 중요해요. 학생이니 공부는 해야 하잖아요. 세상에는 싫지만 해야 하는 게 많아요. 싫어하는 것도 해낼 수 있도록 에너지를 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하도록 돕는 건 부모의 의무라고 생각해요. 부모가 같이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거죠. 같이 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기회도 많아진답니다.
제가 스몰 스텝으로 날마다 산책을 하거든요. 어느 날 식구들이 저를 따라 나오는 거예요. 집에서 같이 밥을 먹어도 대화보다는 스마트폰을 보게 되잖아요. 가족이 함께 산책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되더군요.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스몰 스텝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숨 쉴 수 없을 만큼 힘든 시절에 만난 책

직장에 들어갔는데 조직생활이 힘들더군요. 나답게 산다는 게 중요한 줄 알았지만 구체적으로 일에 적용하는 건 생각 못했어요. 직장에 들어가고 3년이 지났을 즈음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갑자기 숨이 막히고 죽을 것 같은 공포가 밀려왔어요. 뛰쳐나와서 약국에 갔더니 우황청심원을 주더군요. 직장 생활을 하면서 공황 장애나 우울증 때문에 직장을 3개월 동안 쉰 적도 있었어요. 그래도 계속 일을 해야 했죠.

그때 만난 책이 「죽음의 수용소」에요.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유대인 의사의 이야기입니다. 메시지는 하나에요. 사람이 아무리 힘든 순간에도 살아갈 이유가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 오래전 마음이 힘들었을 때 나름대로 살길을 찾다가 만난 책이에요. 우리가 아무리 힘이 들더라도 이 사람만큼 힘든 상황에 처한 건 아니잖아요.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른 채 죽은 사람들의 시체를 치우는 일을 하면서 거기에서 희망을 갖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잖아요. 그런데 저자는 인간이 가진 마지막 존엄성이란 무엇인지, 내가 살아가야하는 이유에 대해서 머릿속에 항상 담아뒀다가 나중에 수용소를 나와 책으로 쓰셨어요. 크리스천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나에게 이런 어려움과 고난을 주시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런 질문을 하면서 제가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이란 걸 알았어요. 그런데 저와 같은 사람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겠어요. ‘내가 이렇게 스몰 스텝을 통해서 이겨낸 기록이 그분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될까. 이것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다’ 라고 생각하면 오늘 하루가 달라지더군요

신앙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던 책

97년도에 회사에 입사해서 98년도에 IMF를 맞았죠. 가장 힘든 시기였어요. 저도 힘들고 온 나라가 힘들었죠. IMF이후에 세상이 달라진 거예요. IMF 이전과 이후로 나뉘었죠. IMF 이후로 나답게 사는 것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좋은 학교 들어가고, 좋은 직장 들어가서 은퇴하면 끝이었어요. 그것이 가진 환상이 허물어진 게 IMF였죠. 그 뒤로 직장인들이 좋은 직장만 가지고 안 되는구나 하는 고민을 시작했어요. 그때 구본형 씨의 책 「익숙한 것과의 결별」를 읽었어요. 저도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다움에 대한 관심이 생긴 것 같아요. 나다움에 대한 질문의 시작이 된 책이죠.
또 다른 인생의 책은 소설 「빙점」의 저자 미우라 아야코가 쓴 수필집 「이 질그릇에도」에요. 이 책을 읽으며 크리스천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느꼈습니다. 이 분 주변에 계신 분들도 크리스천다운 삶을 사셨어요. 성경대로 사는 삶의 이야기를 읽으며 이런 삶이 진짜 크리스천다운 것이라면 나도 하나님을 믿어 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질그릇에도」는 제가 신앙을 갖는 계기가 된 책이에요.

비전 및 기도제목

나다운 모습은 계속 바뀐다고 생각해요. 저는 내성적이고 책 읽는 걸 좋아하고, 혼자 있기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스타트업 회사에서 강의를 해야 하는데 할 수 있는 사람이 저밖에 없었죠. 억지로, 벌벌 떨면서 강의를 했어요. 강의하는 순간, 사람들의 눈이 반짝거리면서 제 얘기를 듣는 모습을 보고 엄청난 보람을 느꼈습니다, 제가 강의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게 나다운 모습이라고 한 번도 생각한 적도 없었고요. 하지만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게 나다운 모습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도 두렵고 떨리지만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좋아하고 잘하는 것만 하면 나를 이끄는 힘(드라이빙 포스)을 찾을 수가 없어요. 내가 부담스럽고 힘들어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면,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일 수 있거든요.
스몰 스텝은 저에게 도구에요. 하나님이 우리를 만드신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 모습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자기다움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그것을 잘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글을 쓰고 강의하는 일입니다. 브랜드 컨설턴트로 기업이 그 기업답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는 것이기도 하고요. 제가 쓴 「스몰 스텝」이 대단한 책은 아니지만 제가 직접 해봤기 때문에 글에 힘이 실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스몰 스텝을 나누며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달란트를 사람들에게 정직하게 잘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 인터뷰 진행&정리 : 이음 작가
- 사진 : 이요셉 작가
- 인터뷰 장소 : 카페 라브리
- 기획.제작 : 사랑의교회 인터넷사역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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