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오세창의 서재는 ‘힐링’이다.

변호사 오세창의 서재는 ‘힐링’이다.

세상사는 게 다들 힘들잖아요. 인간관계도 힘들고, 일을 맡으면 그 일을 해내느라 힘들어 하지요. 내가 잘된다 해도 자식이 걱정될 때가 있습니다. 인생에는 근심, 걱정이 끝이 없지요. 서재에서 그런 상황을 잘 생각해 보고 책을 읽으면서 회복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모드”를 전환할 수 있는 수단도 세상 사람들과 같지 않잖아요. 서재에 앉아 기도하고 말씀보고, 좋은 책을 읽고, 사색을 하다보면 회복됨을 느낍니다. 골수 백혈병 확진을 받고 나의 상황을 객관화, 일반화시켜서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놓인 상황이나 나의 처지, 내가 겪는 고통, 즉 ‘나’에게 집중한다면 견딜 수 없을 것 같더군요. 말씀을 묵상하고 여러 책을 읽으면서 나를 벗어나 예수님을 바라보고 여러 인생들을 볼 수 있는 서재는 저에게 힐링의 장소입니다.

관계를 회복시켜주는 변호사

변호사 자격을 얻고 만 36년, 개업 변호사로 26년을 지냈습니다. 역사와 지리를 좋아해서 그런 분야의 교수나 외교관이 되고 싶었지요. 하지만 부모님께서 목회를 하셨기 때문에 가정형편이 어려웠어요. 그야말로 빈곤탈출을 위해 장학생으로 법대에 들어가서 법조인의 길을 걷게 되었지요. 다행히 이 길이 저에게 잘 맞았습니다.
제 직업의 목표는 관계 회복입니다. 그것이 인생의 목표이기도 하고요. 변호사란 직업이 개인과 개인과의 깨어진 관계, 개인과 사회, 개인과 국가의 관계가 회복하도록 도와주는 직업이거든요. 더 나아가 기독 법률가로서 하나님과의 깨어진 관계를 회복하도록 돕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그리스어로 성령을 파라클레이토스라고 합니다. 변호사도 그리스어로 파라클레이토스라고 하지요. 영어로는 헬퍼라고도 번역합니다. 법조 비리로 비난 받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예수님을 믿는 법조인들이 ‘우리는 탈세도 안하고 기독 법률가로 관계 회복을 도모해주는 역할을 해보자’고 해서 만든 게 법무법인 로고스입니다. 사랑의교회, 순복음교회 법조인 12명이 모여서 2000년도에 세웠지요. 그렇게 기독 로펌을 만들어 2008년까지 일하고 그 후로는 변호사란 직업을 가지고 교회를 돕고, 대한변호사 협회 감사, 부회장을 하면서 공적 활동을 했습니다. 그 사이에 골수성 백혈병 확진을 받고 암 투병 생활을 하고 있지요.



해외 교민과 선교사를 돕는 변호사

해외법률시장을 개척한 건 두 가지 관점이었습니다. 하나는 “법을 통한 세계선교”였고, 다른 하나는 해외에 거주하는 우리 민족을 법적으로 보호해 보자는 취지였습니다. 사실 우리 민족 중 한반도 이외의 지역에 거주하는 숫자가 약 10%인 700만 쯤 되거든요. 미국이나 일본 등 법제도가 잘 정비된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는 적절한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의 경우는 보호를 받기 어렵습니다. 현지에 한국 법률가가 가서 현지의 법률가와 연계해 교민과 선교사를 돕는다면 큰 힘이 되겠지요. 작은 예로, 어느 날 모 교회 목사님께 연락이 왔습니다. 교회 여학생들이 인도 뱅갈로에 가서 노방 전도를 하는데 힌두교인들이 고발을 했다는 거예요. 학생들이 경찰서에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와달라는 연락이었습니다. 마침, 뱅갈로에 아는 변호사들이 있어서 바로 전화를 해서 학생들을 경찰서에서 데려올 수 있었지요.

변호사에게 필요한 두 가지

변호사에게 필요한 자질이라면 첫째는 타인에 대한 관심이고, 둘째는 풍부한 상상력입니다. 변호사란 결국 타인의 인생에 개입해 그들을 돕는 사람들이거든요. 보통 사람 이상으로 타인에 대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타인의 필요(need)에 민감한 태도”가 있어야만 합니다. 판사, 검사 등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겠지만, 변호사 또한 과거에 있었던 일을 재연해서 평가하는 일을 하거든요. 과거의 일을 재구성하려면 상상력이 있어야 합니다. 사람의 기억에는 한계가 있거든요. 어떻게 하더라도 완벽하게 재현해낼 수 없습니다. 그런 한계를 합리적인 상상력으로 보충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변호사는 평소 많은 사물을 접하고, 또 여러 가지로 깊이 생각해서 상상력을 길러야 합니다.

무균실에서 나와 읽은 말씀

첫 항암 치료를 하면서 4주 동안 무균실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나와서 제일 먼저 읽은 말씀이 전도서에요. 만년의 솔로몬이 인생이 헛된 것임을 고백한 말씀이 (‘전도자가 이르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전도서 1장2절) 크게 위로가 되었습니다. 만일 병마를 극복하고 회복된다면 그야말로 하나님을 경외하며 그 명령을 준행하며 살겠다는 다짐을 하며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었지요(일의 결국을 다 들었으니,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 명령들을 지킬 지어다. 이것이 모든 사람의 본분이니라. 전도서 12장13절).
그리고 집에 와서 두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전에 읽었던 책인데, 다시 읽고 싶어지더군요. 「삼국지」와 일본 소설 「인간의 조건」입니다.
삼국지는 중학교시절에 읽고 그 이후에도 여러 번, 여러 버전으로 읽어 내용이 익숙한 책입니다.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수많은 사람의 죽음을 대할 수 있어 죽음과 인생을 객관화시키는데 도움이 되었어요. 「인간의 조건」은 고미카와 준페이가 제가 태어난 해인 1955년에 펴낸 자전적 소설인데 인간의 비참함의 극한을 잘 보여주는 소설이에요. 그 소설의 내용과 비교하면 저의 처지는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질 정도의 처절한 내용을 담고 있지요. 그래서 저에게 위로를 준 책이기도 합니다.
이런 책을 읽으며 세상에 태어나 자기 명대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는 사실을 확인했지요. 이번에 병을 극복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다 하더라도 전쟁이나 사고나 모함을 받아 죽는 게 아니라 생명력이 다한 것이니 서운해 하거나 억울해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상당한 위로가 되더군요.

인간의 죄를 막아주시는 복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책이라면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입니다. 고등학교, 대학교 학창 시절에 읽은 책이에요. 이 소설을 읽고 가난한 청년 라스꼴리니코프를 통해 인간의 죄성과 고뇌를 확인했지요. 인간 스스로의 힘으로는 거기서 벗어날 수 없음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당시 저의 상황이 가난의 굴레 속에서 힘들고 어려웠는데, 기필코 탈출해야겠다는 결심을 더욱 굳히는 계기도 되었지요.

변호사로서 여러 사건들을 접하다 보면 사람의 죄된 본성을 보게 됩니다. 인간은 누구나 죄된 본성이 있는데 잘못된 환경과 여건 속에 빠져 범죄자가 된 이들이 있지요. 저 또한 충분히 잘못될 수 있었던 상황들이 있었거든요. 그럴 때마다 그런 길을 선택하지 않고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주님이 저를 인도해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좋은 선배를 만나고, 좋은 친구를 만나서 바른 길로 돌아서게 해주셨지요. 저는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게 복이에요. 저는 제 두 딸과 아들에게도 하나님께 그런 복을 받아야 산다고 이야기 해줍니다.



암 환자의 행복

투병기간 동안 힘들고 어려운 날이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주님께서 하루하루 생명을 연장시켜주시고, 살 소망과 힘을 주셔서 견뎌왔지요. 정말 감사하게도 왜 내게 이런 병을 주셨는가 하는 원망스러운 마음이 전혀 없어요.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투병 생활을 하며 제일 위로받은 말씀이 “한번 죽은 것은 사람에게 정해진 것이요 (히브리서 9장 27절)”입니다. 누구든, 다 죽음을 겪게 되는데, 조금 일찍 간다고 해서 아쉬울 게 있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작 중요한 사실은 그 다음 말씀입니다. “그 이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라”가 그것인데,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그 무서운 심판을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하면 면할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예수님의 보혈의 십자가가 있으므로 심판은 문제없다, 그렇다면 이제 다 해결된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으로 지금까지 지내고 있습니다.
하루는 교회 장로님께서 저에게 전화를 하셨어요. “오 변호사, 암 환자가 얼마나 좋은 건 줄 알아. 암 환자는 자기 죽는걸 아니까 모든 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잖아. 천국은 보장된 거지. 그것이 암 환자의 행복이야” 그러시더군요. 실제로 그 말이 위로가 많이 됐습니다.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거나 하면 정리할 시간이 없잖아요. 장로님의 말씀이 오래 기억이 남네요.

비전과 기도제목

저는 겸손해야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겸손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거든요. 세상에 지혜나 진리는 많잖아요. 그것을 받아들여서 내가 바른 판단을 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참된 진리를 얻기 위해서는 겸손이 제일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각 사람이 하나님께서 지으신 귀한 존재이지만 한편으로는 창조주이신 하나님 앞에 나는 아무 것도 아닌 피조물에 불과하거든요. 하나님의 쓰심에 순종하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가 아닌가 해요. 신앙인이라고 하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중히 여기고 그것을 교회에서까지 주장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이제 남은 삶을 주님의 몸 된 교회를 든든히 세워나가는데 조금이나마 쓰임 받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병마에서 완전히 놓임을 받기를 날마다 기도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진행&정리 : 이음 작가
- 사진 : 이요셉 작가
- 인터뷰 장소 : 법무법인 로고스 사무실
- 기획.제작 : 사랑의교회 인터넷사역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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