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배우 엄태리의 서재는 “일방통행길”이다

뮤지컬 배우 엄태리의 서재는 “일방통행 길”이다

저는 만나는 배우나 지인들에게 예수님을 전하고, 그날 읽었던 성경말씀이나 신앙서적의 구절을 문자로 보내줘요. 그럼 지인들 중에 “쟤 미쳤다”라고 하거나 이런 거 보내지 말라고 하는 분들도 있죠.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뒤에서 저에 대해 수군거리면 눈물이 나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전하지 않을 수는 없잖아요. 구원은 너무 큰 문제이니까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했는데도 하나님을 만나지 않으면 고통스러워요. 예수님을 알면서도 안 믿는 사람을 만나도 고통스럽죠. 하나님이 부어주신 마음인 것 같아요. 제가 그런 사람이 아니거든요. 예수님을 만난 후 눈을 뜨고 있는 동안에는 어디에서든지 계속 기도하려고 해요. 아빠가 24시간 곁에 계시잖아요. 주로 이동하면서 전철 안에서 성경책을 읽기도 하고 난처한 사람을 만났는데 그 앞에서 기도할 수 없을 땐 잠시 화장실에 가서 기도를 해요. 저의 삶은 공간의 제약이 없이 있는 자리에서 주님을 만나고 주님을 향해서만 가는 일방통행이에요. 다른 길은 없죠.

무대에서 꿈을 이뤘지만 찾아온 허탈감

2005년도에 뮤지컬을 시작했어요. ‘지킬 앤 하이드’, ‘그리스’, ‘돈 주앙’을 하면서 한창 공연하고 “뮤지컬 배우 엄태리”로 신인상 후보로 오르기도 했죠. 무대에서 내 꿈도 이루고, 배역도 맡아보고, 공연도 하고 돈도 벌어봤는데 돌이켜보니 아무것도 아닌 거예요. 삶의 지표를 그렇게 찾고 찾았는데 아무것도 못 찾았어요. ‘나 뮤지컬 안 해’ 그리고는 고별 콘서트를 하고 프랑스로 유학 갈 준비를 했어요. 그때 예수님이 만나주셨죠.
예수님을 만나고 나서 하나님께서 저를 뮤지컬 배우로 만드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교의 도구로 저에게 배우와 선생이란 자리를 주신 거예요. 저의 모든 삶이 배우, 가르치는 자의 훈련이었던 거죠. 뮤지컬 무대라는 필드에도 그냥 던져놓으셨어요. 중학교 때 처음 연극 무대를 보고 이런 세상이 있구나. 그럼 난 연기를 하는 배우를 해야지 했어요. 대학교에서 연극을 전공하며 졸업 후에 배우를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뮤지컬 오디션을 볼 기회가 생겼어요. 오디션에서 생각나는 ‘가요’를 불렀죠. 그랬더니 “내일부터 나와.” 하시더라고요. 뮤지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으니 정말 많이 혼났어요. “야! 음정 떨어졌어!”하면 저는 그게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정도였으니까요.


신기한 사건 끝에 다다른 곳

유학 준비를 하면서 많이 아팠어요. 마음이 많이 아팠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우울증이라고 하더라고요. 유학을 준비하던 중에 일주일 동안 정말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요. 단편영화 일을 하며 만난 촬영감독님이 갑자기 문화예술인들이 함께 드리는 예배에 오라고 하시는 거예요. 예배가 끝나고 우연히 감독님이 아시는 목사님을 만나고 차 안에서 셋이 이야기를 하게 되었어요. 최근에 저에게 일어난 일들을 말씀 드리니 그분들이 하나님이 저를 특별히 만나주시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다음날 고별 콘서트에서 음향을 도와준 친구를 만나서 밥을 사 주면서 최근에 경험한 신기한 일들에 대해 얘기하니 그 친구가 “그게 은혜 받는다는 거야.”그러는 거예요. 3년 동안 같이 일했어도 그 친구가 교회 다니는지 몰랐거든요. 어느 교회 다니냐고 물어보니 사랑의교회에 다닌다는 거예요.
그날 밤, 기도라는 걸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때는 기독교에 비판적인 말들에 대해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생각을 하던 중이었어요. 눈을 감고 잠시 생각하고 나서 텔레비전을 켰는데 옥한흠 목사님 설교를 듣게 되었죠. 설교 제목이 “발람의 자기모순”이었는데 잘못된 선지자들을 비판하는 내용이었어요. 성경에도 그런 내용이 나오는구나 하고 알게 되었죠.
그리고 다음날 불어 수업을 들으러 학원가는 길에 강남역에서 길을 잃어버렸어요. 10년 동안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거든요. 길을 헤매다가 주차장을 지나고 마당이 나오는데 학교 같이 생긴 건물이 있는 거예요. 학교 인가 하고 대문을 지나는데 ‘사랑의교회’라고 적혀 있었어요. 소름이 끼치더라고요. 누가 저를 계속 지켜보면서 이끌고 있는 것 같았어요. 사랑플러스 앞에 「아버지 옥한흠」 이란 책 광고도 있는 거예요. ‘내가 어제 설교 들었던 분인데!.’ 하면서 정말 신기했어요.
다음날 다시 그 서점에 가서 손에 잡히는 데로 책을 골라 계산하고 앉아서 책을 읽었는데 그때 읽었던 책이 옥한흠 목사님의 「이보다 좋은 복이 없다」라는 책이었어요. 저는 천주교 집안에서 자랐지만 성당에서 배운 내용이 이해 안 되고, 납득이 안 됐거든요. 왜 신이 나를 만들었고, 왜 천국과 지옥을 만들었는지 이해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대학교 때 성당을 떠났죠. 그런데 그 책에 혼자 방에서 고민했던 질문의 순서대로 목차가 쓰여 있는 거예요. 편지 형식으로요. “사랑하는 나의 자녀야, 천국과 지옥이 왜 있는지... 구원이 무엇인가 하면은...” 이렇게 말이에요.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계속 흐르더군요.

드디어 만나게 된 ‘아빠’

다음날 학원에서 옆에 앉아 계시던 분에게 교회 다니냐고 물으니 사랑의교회에 다닌다는 거예요. 그렇게 일주일 내내 사랑의교회란 말을 들은 거죠. 그분에게 금요일에 예배가 있냐고 물어보고 저 좀 교회에 데리고 가 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렇게 해서 예배당에 들어갔는데 눈물이 막 쏟아지고 저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위로 올리고는 펑펑 울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한참을 울고 있는 저에게 아빠가 저에게 이런 말씀을 들려주셨어요. “여기서 내가 너를 오랫동안 기다렸단다. 네가 고아였지만 이제는 고아가 아니야, 잃어버린 아버지를 찾았단다. 이제 여기가 네가 있어야 할 자궁이야.”
그 후로 청년부에 가서 훈련을 받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제가 교회에 처음 간 주일에 딱 한번 뮤지컬 오디션 광고가 떴다고 해요. 바로 오디션을 보러 갔죠. 그때부터 태국 선교를 위해 3개월 동안 연습해서 바로 태국 선교를 갔어요. 오디션 보고 난 다음 주에는 특별새벽기도회가 있었어요. 은혜의 시간이 저에게 연속적으로 열렸어요. 이용남 선교사님이 선교와 선교사들의 역사에 대해 말씀해주셔서 선교사들이 받은 핍박에 대해 듣게 되었죠. 그때 통곡하고 오열하면서 그들의 피 값으로 구원받았으니 나도 선교사가 되어야겠다. 나도 선교지에서 죽어야겠다는 결단을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신기하죠. 혼자 교회 나간 초신자가 교회에 오자마자 선교단에 들어가고 바로 선교사로 서원하고 순교하겠다고 그랬으니까요(웃음).

주님만을 바라보도록 돕는 두 권의 책

옛날에는 인문학 도서, 소설을 많이 봤어요. 책을 좋아했거든요. 사람들이 술 마시거나 수다 떠는 시간에 저는 혼자 책을 보고 그랬어요. 그런데 예수님 만나고 책을 거의 다 정리했어요. 정말 소장하고 싶은 몇 권의 책만 남겨두고요. 그중에 세계적인 미국 풋볼선수인 팀 티보의 「거침없이 주를 향해」란 책이 있어요.
저는 하나님을 만나면 당연히 다 드러내고 하나님에 대해 얘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팀 티보란 사람도 하나님이 처음부터 자기 삶에 어떻게 역사하셨고, 하나님이 나에게 어떤 말씀을 주셨고, 자신이 성경을 어떻게 배우길 원했는지 이런 이야기를 책에 담았어요. 한 번은 기독교 방송에 출연했는데 사회자분이 제가 무대에서 커튼콜 박수를 받으면 두 손을 하늘로 뻗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모습이 팀 티보의 ‘티보잉’ 같다는 얘기를 하셨어요. 티보잉이란 팀 티보의 유명한 기도 세레모니거든요.
가끔 마음이 아프고 그럴 때는 하영조 목사님의 「나의 사랑하는 여러분에게」를 읽어요. 성경말씀을 좀 더 부드럽게 풀어서 적어 좋은 책이죠. 마치 하나님 아빠가 말해주듯이 표현해놓은 거예요. 예를 들면 “네가 두 주인을 섬길 수 없어. 그럼 네가 많이 아플 거야. 네가 침체된 이유는 이런 거란다.”하면서요. 예수님을 따라 산다는 것이 때로는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 삶인가를 아시는 분이 쓰신 책이란 느낌이 들었어요. 하나님을 위해 고통 받으면 받을수록 내 안에 하나님의 따뜻함과 사랑이 더욱 드러난다고 생각하거든요.

부모님의 거절 그리고 광야의 시간

서른한 살에 하나님을 만나고 무대에서 내가 구현하려고 했던 것이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저는 부모님과 친구처럼 정말 가까운 사이였어요. 부모님에게 예수님을 만난 제 경험을 이야기하고 예수님을 안 믿으면 지옥 간다고 말씀 드리면 “그렇구나” 이러실 줄 알았어요. 그런데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목소리로 화를 내시면서 “너는 내 딸이 아니다”라고 하시고는 모든 재정적인 지원을 다 끊으시더라고요. 그렇게 하나님이 저에게 광야의 시간 속에서 훈련받게 하셨어요. 일하던 것을 다 끊고. 캐리어 두 개를 들고 후배가 사는 단칸방에 얹혀서 살았어요. 그때 엄마가 남겨둔 교통카드 하나만 가지고 있었는데 하나님이 다 알아서 먹이시더라고요.
1년 반 동안 교회에서 예배 드리고, 선교 사역하고 봉사활동만 하면서 살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하나님이 기도하는데 공연을 하라는 마음을 주시더라고요. 다시 배우 생활을 하라고요. 이것이 하나님의 말씀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거예요. 하나님께서 “초막을 내려가라.”라고 하시면서 교회 안에만 있고 싶고 교회 사람들만 만나고 싶어 하는 제 마음을 보게 하셨어요. 고민하다가 “네. 공연하겠습니다. 아빠가 원하시면요” 하고 결단했는데 바로 뮤지컬 ‘빨래’ 팀에서 같이 공연하자고 전화가 왔어요. 그렇게 다시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게 됐어요.


학생들에게 제일 먼저 가르치는 사랑

하나님을 만나고 다시 공연을 하니까 달라진 부분들이 있었어요. 내 안에 하나님이 계시니까 내 안에 사랑이 부어졌잖아요. 사랑이 넘치는 거죠. 그 전에는 무대에서 사랑을 얘기할 때 머리로 연기하고 움직였어요. 뮤지컬 ‘빨래’의 나영과 솔롱고 커플은 없는 살림에도 사랑 때문에 결혼하잖아요. 나영을 연기하면서 내 안에 사랑이 있으니까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거예요. 그전에는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사랑이 아니더라고요. 하나님이 사랑 이시잖아요. 사랑은 내가 만들어서 보여 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대부분의 뮤지컬이 사랑 얘기예요. 사랑 때문에 아파하든 사랑을 고백 하든요.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사랑이란 감정을 표현 못 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그건 사랑을 안 해봤거나. 사랑을 해도 잘 모르는 거예요. 사랑은 남녀 관계에서 보다는 본질적으로 하나님으로부터 나와요. 하나님을 만나야 사랑을 알 수 있어요. 수업시간에도 학생들에게 그렇게 얘기해줘요. 그게 사실이니까요. 그럼 학생들이 나중에 와서 물어보죠. 복음에 대해 물어보는 학생들도 많아요. 어렸을 때 교회를 떠나면서 교회에 대한 기억이 지워진 줄도 모르고 살다가 다시 복음 이라는 자극이 오면서 하나님의 사랑을 다시 회복 하게 된 친구들도 있죠.


좋은 뮤지컬 배우의 자질이란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잘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뮤지컬 배우는 연습을 해야 해요. 농구 관련한 영상을 아무리 많이 본다 해도 근육이 농구공이랑 익숙하지 않으면 농구를 잘할 수 없잖아요. 연습을 해야죠. 군인이 전쟁 훈련을 안 했는데 전쟁에 나가서 어떻게 이겨요. 신앙도 그렇더라고요.
배우들은 뮤지컬과 관련된 다양한 부분에서 훈련을 많이 받아야 해요. 특히 뮤지컬은 삶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삶 속에서도 늘 깨어있어야 해요. 삶의 모든 부분에서 훈련 받는다는 자세가 있어야 하죠. 하다못해 내가 시간 약속을 못 지키면 그런 부분에서 훈련을 받아야 해요. 그런 아이들이 많아요. 오후 수업인데 “선생님 늦잠 잤어요.”하고 늦게 와요. 뮤지컬 배우에게 시간 관리와 체력 관리는 기본이거든요.

비전 및 기도제목

여러 중보기도 모임에 참가하고 있는데 요즘 함께 기도하는 분들에게 “아무것도 기도하지 말고 배우자 기도만 해주세요” 그래요(웃음). 그런 기도를 할 시점이 온 것 같아요. 사실 결혼 생각이 없었거든요. 교회에서 기도하는데 어느 날 기도가 딱 막히는 거예요.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데 하나님께서 “네가 정말 하고 싶은 기도를 해봐”하시는 거예요. 저도 모르게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싶어요.’ 그런 기도를 했어요. 그때 알았죠. 내가 엄마가 되고 싶구나. 요즘 교회 다니는 가정도 많이 힘들잖아요. 하나님의 가정을 이루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제 자신의 모양을 다시 만들어 가는 시간이 될 것 같기도 하고요.
비전은 끝까지 예수님 부인하지 않고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라가는 거예요. 예전에 선교사가 되겠다고 울부짖으면서 기도를 하는데 오지에 있는 선교사도 하나님을 기뻐하지 않으면 하나님 과 상관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충격이었죠. 어디서든지 하나님의 뜻대로 살아내는 것이 선교사인 것 같아요. 선교지는 내가 정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있게 하시는 그곳에서 시작되니까요. 끝까지 예수님을 닮고 따르는 충성된 삶을 살고 싶어요.


- 인터뷰 진행&정리 : 이음 작가
- 사진 : 이요셉 작가
- 인터뷰 장소 : 팝앤파이
- 기획.제작 : 사랑의교회 인터넷사역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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