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감독 류형욱의 서재는 “작업실”이다

음악감독 류형욱 님의 서재는 “작업실”이다

작업실에서 음악 작업도 하고, 말씀도 읽고 책도 읽어요. 2014년도에 한창 말씀 훈련을 받으면서 드라마 음악이 들어와서 작업을 했었죠. 아침에 하는 일명 ‘막장 드라마’였어요. 성경책 10장을 읽고, 드라마 음악을 작업하다 보니 영적으로 눌리더라고요.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이 계속 소리를 지르고, 거기에 맞춰서 음악을 만들어야 했어요. 그때 하나님께 “저도 좋은 작품을 하게 해주세요.” 그런 기도를 했었죠. 몇 년이 지나서 ‘하나님은 처음부터 큰 것을 안 주신다. 하나님이 주신 작은 것에 네가 최선을 다했느냐’고 물으시는 것 같더라고요. 최선을 다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모든 작품을 끝내고 나면 아쉬움이 남아요. 최선을 다해야 하는 데 핑계를 댄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세상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도 굉장히 치열하게 살잖아요. 우리는 하나님 나라를 확장시키는 사람인데 안 믿는 사람에 비해서 느슨하게 생각한 건 아닌가 싶더군요.
작업실에서 성경, 신앙서적, 정치, 경제 등 다양한 책을 읽지만, 읽은 내용이 내 삶 속에서 경험을 하고 내 것이 되는 건 다른 문제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말씀은 많지만 내 삶에 적용해서 내 것이 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겠죠.

주기철 목사님의 삶을 담은 영화 ‘일사각오’

영화 ‘일사각오’의 주연 배우였던 이지형 씨는 제가 NCMN 왕의 재정학교에서 훈련을 받고 간사로 섬기면서 알게 된 분이었어요. ‘일사각오’에서 주연을 하게 되셨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어느 날 저에게 전화를 하셨어요. 프로필을 보내달라고요. 그분이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시더군요. 원래 작품을 할 때 모든 캐스팅의 권한은 감독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연 배우라고 해도 어느 역할은 누구와 함께 하자고 얘기를 할 수 없고, 그렇게 하는게 실례라는 걸 알기 때문에 누구를 소개하는 일은 절대 못하는 스타일이라고요. 그런데 제가 음악감독으로 딱 떠오르셨다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감독님께 실례가 되는 일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말은 못 하고 기도를 하셨다고 해요.
촬영장에서 지나가는 말로 “음악은 어떤 분이 하세요?”라고 물어봐서 “누가 하기로 했어” 하면 아닌 것이고, “아직 고민 중이야”하면 하나님의 사인으로 알고 말씀드리겠다고 생각하셨다고 해요. 하나님이 주신 지혜로 그렇게 물어보셨는데 감독님께서 고민을 하시는 것 같아서 저를 소개해 주셨다고 하더군요.
주기철 목사님의 이야기를 담은 ‘일사각오’는 드라마 버전이 먼저 나왔고, 영화 버전은 한 시간 분량이 추가돼서 나왔어요. 저는 영화음악을 맡아서 작업했죠. 영화는 보통 화면이 나오고 나서 음악을 만드는 게 정석인데 ‘일사각오’는 드라마처럼 미리 음악을 만들어 뒀어요. 제작 기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에 촬영을 끝내고 곡 작업을 하면 시간이 너무 짧아서 사고가 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미리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기본적인 시놉시스(줄거리 개요)를 보면서 화면을 상상하는 수밖에 없었죠. 이런 부분에, 이런 장면이 있을 것 같고 이런 장면에서는 이런 분위기의 음악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상상을 하면서요.



음악 그 이상의 것을 위한 기도

다른 작품을 만들 때도 “주님, 제게 능력, 지혜, 영감, 아이디어를 주세요”라고 항상 기도하는데 ‘일사각오’를 할 때는 더 열심히 기도할 수밖에 없었어요. 일반적인 영화음악과는 다른 무언가 있었으면 했어요. 음악의 감정만 있는 게 아니라 영적인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아무리 봐도 제 안에 그런 것을 만들 능력이 없는 거예요. 이 일은 기도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었죠. 기도하면서 음악이 촉매제가 되어서 관객들에게 어떤 감정을 끄집어내야 하는 걸까를 고민했어요. 그때는 이 작품에 빠져 살았던 것 같아요.
일사각오는 작업하면서도 너무 좋았어요. 작업하면서 뭐가 막혔던 적이 없었거든요. 길을 가다가도 멜로디가 생각나면 휴대폰에 녹음해 두고 바로 다음날 편곡이 들어가서 일사천리로 곡을 썼던 것 같아요. 모든 창작 활동이 다 그렇지만 막히면 한동안 못 나 가거든요. ‘일사각오’는 물 흘러가듯이 작업이 자연스럽게 흘러갔어요. 보통 영화 OST를 만드는 데 4~5달은 걸리는데 그때 시간이 부족했을 때였는데도 이상하게 힘이 많이 안 들고 두 달 만에 작업을 마쳤어요. 하나님께서도 급하셨는지 영감을 빨리 부어주시더라고요(웃음).
요즘은 영화 OST 앨범을 안 내는 추세예요. 천만 관객이 본 영화라도 OST를 안 내죠. 본전을 못 뽑기 때문에 보통 온라인 음원으로만 내요. ‘일사각오’는 제가 음악적으로도 너무 마음에 들고 해서 사비를 들여서 OST 앨범을 냈어요. ‘일사각오’의 음악에 저의 신앙 고백을 담았다고 얘기할 수 있겠네요.

친구의 부탁으로 만든 첫 영화음악

중앙대학교는 예술학과가 다 안성에 있었어요. 기숙사에서 지내며 학교를 다니다 보니 예술대학 친구들을 많이 알게 되었죠. 영화과 친구들은 학교에서 단편영화를 찍으며 웬만한 건 다 자급자족을 해야 했어요. 음악이 필요하면 작곡가 친구들에게 도와 달라고 부탁을 하고는 했죠. 제가 단편영화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했지만 그때는 학생이었으니까 부딪혀보자 해서 단편영화음악을 만들게 되었어요.
첫 작품은 ‘최면’이라는 단편영화였는데 소가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 것처럼 어떻게 하다 보니 좋은 음악이 나왔어요(웃음). “음악 좋다”란 얘기를 많이 들었죠. 중대 영화과에서 센세이션이 되었던 작품이었어요. 당시에는 장비들이 변변치 않다 보니 돈 모아서 신디사이저 사고, 싱크로나이즈 기술이 없어서 초시계를 가지고 원시적으로 작업을 했었죠(웃음). 그렇게 작업을 하면서 영화음악감독으로 정식으로 입봉 하게 되었어요



아버지의 어깨너머로 배운 음악과 신앙

아버지께서 음악을 좋아하셨어요. 집에 있는 전축으로 클래식 음악 듣는 걸 좋아하셔서 저도 자연스럽게 클래식 음악을 듣게 되었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벤허’ 같은 고전영화음악도 들으셨어요. 저는 영화음악인지 모르고 집에서 들으며 좋다 생각했었죠.
아버지는 어렸을 적부터 혼자 교회에 다니셨어요. 이른 나이에 장로 안수를 받으셨죠.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쯤 아버지가 여러 장로님들과 함께 교회를 개척하셨어요. 아파트 상가에 있는 조그만 교회였는데 그곳에서 신앙생활을 했죠.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 듯 그렇게 자연스럽게 기독교 문화 속에서 신앙생활을 하며 자랐어요.
저는 제가 경건하고 착하고 그런 사람인 줄 착각한 채 굉장히 오랜 시간을 살았어요. 하나님께서 중간중간에 저의 썩어 문드러진 모습을 보여주시면 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주변 사람은 모르지만 저는 알잖아요. 아직도 그렇게 죄를 깨닫고 회개하는 시간이 계속되고 있어요.
2014년도 왕의 재정학교 학생으로 2~3달 정도 훈련받으면서 매일 묵상하고 하루에 성경책 10장을 읽고, 기도 한 시간 하고, 경제적인 빚을 갚는 프로젝트를 했어요. 꾸준히 성경책을 읽는 것이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훈련 기간 동안 열심히 했죠. 그런 훈련을 받으면서 말씀과 기도 없이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뜻대로,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면서 살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말씀을 읽고 기도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훈련하면서 깨닫게 되었죠.

믿음과 음악에 대한 책

신앙 서적도 좋아하는데 정치, 경제에도 관심이 있어서 그런 책도 읽고, 라디오도 경제 세미나 이런 방송도 들어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특히 "왕의 재정"이란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죠. 그 책은 돈 얘기로 시작하지만 결국에는 하나님과의 관계에 대한 얘기예요. 책에 화장품에 대한 간증이 기억에 남아요. 김미진 간사님이 화장품이 다 떨어졌고, 화장품을 갖고 싶었지만 아무에게도 얘기를 안 했다고 해요. 그런데 누군가 그 화장품을 가져다주었다는 간증이죠. 그런 간증을 읽으면 그렇게까지 디테일하게 챙기시는 하나님을 경험했으니 삶을 살아가는데 얼마나 강한 영적인 근육이 생길까 부럽더라고요. 결국 우리 삶은 하나님과의 신뢰와 관계를 바탕으로 세워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며 나를 돌아보게 되었죠.
일반인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음악에 관한 책이라면 유주완 선생님이 쓰신 "퀵서비스 관현악 법"이란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영화나 드라마 음악 하는 분들은 오케스트라 음악을 많이 다룰 수밖에 없거든요. 이 책은 클래식 악기의 특성에 대해 딱딱하고 어렵게 쓴 책이 아니라 일반인도 지하철에서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악기에 대한 지식을 쉽게 적어놓은 책이에요.
음악을 하는 사람조차도 잘 몰랐던 악기에 대해 디테일하게 잘 정리해놓은 책이죠. 요즘은 대부분 컴퓨터로 작업을 하기 때문에 그 악기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소리를 쓰는 사람도 많거든요.

좋은 작품을 위해 필요한 성품

영화나 드라마 음악을 하다 보면 곡 쓰는 시간이 제일 많이 걸려요. 영화음악이 맞춤 정장 같다고 한다면 TV 드라마 음악은 기성복 같은 느낌이거든요. 드라마는 매 회별로 얘기가 다 틀리지만 총알을 채워 넣듯이 곡을 만들어 놓고 그림에 맞춰 넣는 작업을 하죠. 드라마는 대본이 끝까지 나와 있지도 않고 회별로 쪽 대본을 쓰기도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드라마 시놉을 보면서 이 장르가 어떤 드라마이고 이런 종류의 음악이 필요할 거야 라고 생각해서 미리 음악을 만들어요. 영화는 시나리오가 다 나와 있기에 맞춤 정장을 하듯이 시나리오에 맞춰서 음악 작업을 하죠.
저의 피아노 앨범인 ‘She’, ‘Sweet Nothings’같은 개인 앨범은 저만의 생각을 가지고 만들면 되지만 영화나 드라마 음악은 1차적인 총책임이 감독님이나 연출가에게 있어요. 이분들에게 가장 큰 권한이 있고, 권한이 큰 만큼 큰 책임도 있죠. 음악감독을 할 때는 이분들의 의견을 100프로 만족시키는 것이 제 본분이라고 생각해요.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감독님께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설득하는 상황도 있긴 해요.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 음악을 할 때는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고 음악이 “나 너무 잘났어” 하는 게 아니라 화면을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을 해야 해요. 영화나 드라마 음악은 본분을 잃지 않는 겸손이 필요해요.

비전과 기도 제목

좋은 작품을 많이 하는 게 제 기도제목이에요. 좋은 작품이란 좋은 메시지가 담긴 작품이고, 흥행성도 있고, 노력한 것에 대해 정당한 보수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일사각오’ 작업을 하며 주님의 정하신 때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주님의 때를 기다리며 주님이 주신 달란트로 열심히 살아가길 원해요. 길을 보여주시기를, 그리고 그 길을 열어주시면 계속 열심히 걸어가겠습니다 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진행&정리 : 이음 작가
- 사진 : 이요셉 작가
- 인터뷰 장소 : 더 라운지 카페
- 기획.제작 : 사랑의교회 인터넷사역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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