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미술가 윤혜정 님의 서재는 “그릿 시냇가”이다

무대 미술가 윤혜정의 서재는 ‘그릿 시냇가’이다.

“무대 디자인에서 2등은 안 할 거야.” 저는 그런 마음으로 살았어요. 그런 것이 하나도 안 중요한데 말이죠. 사단에게 속고 있었던 거예요. 일의 성과를 내면 그 성과를 바탕으로 “나는 이런 사람이야” 하고 그 위에 또 다른 무엇인가를 쌓으려 했어요. 그게 바벨탑이었죠. 이제는 일이 끝나면 빨리 내려와서 하나님을 만나는 자리로 가야 한다는 걸 알아요. 일을 다 내려놓고 다시 하나님을 만나러 가는 곳이 저에게는 서재예요. 엘리야가 바알 선지자들과 대결해 승리를 거둔 후 홀로 하나님을 만나며 새 힘을 얻었던 그릿 시냇가와 같죠. 성과는 하나님께 다 올려드리고 저만의 그릿 시냇가에서 새롭게 시작해요. 말씀을 읽고, 신앙서적을 읽으며 하나님을 묵상하는 그 시간이 너무 좋아요. 고독한 시간, 하나님과 독대하는 시간, 내 안의 우상이나 욕심을 다 내어 버리는 시간, 바로 그릿 시냇가에서 머무는 시간이에요.

화려한 무대를 만들던 30년

대학 졸업하고 바로 드라마, 예능 프로의 무대 세트를 디자인하는 일을 했어요. 30년을 했네요. 몸도 많이 쓰고 밤도 많이 새우는 일이에요. 3일 밤을 새운 적도 있어요. 너무 많은 작품을 해서 다 떠오르진 않지만 장편영화 '눈부신 날에'와 미술에 대해서 많이 회자되었던 SBS드라마‘달콤한 나의 도시’란 드라마가 기억에 남네요. 최근에는 예능프로 tvN ‘인생 술집’, ‘수요 미식회’ 무대 디자인 작업을 했어요.



이 일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족시켜야 해요. 연출자가 콘셉트를 잡고 있기 때문에 연출자에게 맞춰야 하고 배우도 만족해야 해요, 드라마에서는 배우가 주인공이잖아요. 어떤 배우는 나한테 맞는 공간이 아니면 촬영을 못하겠다고 하는 경우도 간혹 있어요. 카메라 감독, 조명감독, 소품 디자이너 스텝들도 만족하는 무대를 만들어야 해요. 디자인을 너무 어렵게 해서 만드는 분들이 힘들어도 안 되죠. 최종적으로는 화면을 통해 무대를 보는 시청자 마음에 들어야 해요. 교회에서도 무대 디자인으로 섬기고 있고요. 본당의 복음의 물맷돌 설치물도 제가 디자인해서 만들었어요. 이 모든 게 다 무대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렇게 살다 죽는 건가?”

방송국을 다니다 2000년도에 디자인 회사를 열었어요. 일중독자처럼 살다가 서른아홉 살이 되던 해에 ‘이렇게 살다 죽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 구반포 쪽으로 이사를 왔는데 집주인이 사랑의교회 집사님이셨어요. 부동산에서 전세 계약서를 쓰는데 집사님 부부가 저보고 교회를 다니냐고 물어보시는 거예요. 제가 “다녀야 하는데 못 다니고 있어요.” 이렇게 대답을 했어요. 알고 보니 그 집사님께서 저를 만나고 난 후에 태신자 작정 카드에 제 이름을 적어 내고 1년을 기도하셨다고 해요. 2001년도였는데 집사님이 저에게 전화하셔서 사랑의 교회에서 하는 대각성 전도집회에 오지 않겠냐고 물어보시는 거예요. 그날 잡혀있던 약속도 취소가 되어서 가겠다고 했죠. 집회가 끝나고 집사님이 맛있는 저녁을 사주셨는데 그때 해주셨던 말씀이 제 머리를 망치로 때리는 것 같았어요. 사람에게는 영혼이 있다. 그것을 믿느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있는 것 같다고 대답하니 집사님께서 사람에게는 악한 영이 있고, 성령님이 있으시다는 거예요. 사람이 성령님과 함께 살면 마음이 늘 기쁘고 무엇을 해도 잘 되고 항상 평안한데 그렇지 못할 경우에 악한 영이 마음에 있어서 뭘 해도 안 되고 공허하고 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거예요. 생각해보니 그게 저였어요. 그 분의 말씀이 너무 와 닿았어요. 저는 정말 열심히 살았거든요. 항상 경쟁하고 최고가 되어야 했어요. 그렇게 달리고 달려도 끝이 없고, 뭘 해도 또 하고 싶고, 전혀 만족이 없더라고요. 이것이 영혼의 문제였구나. 집사님의 그 한마디에 다 알게 되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성령님이 제 마음에 쑥 들어오신 것 같아요. 그날부터 주일 예배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다락방 모임도 다녔어요.

제자훈련과 일 사이에서의 선택

하나님은 일하시는 데도 순서가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제 마음에 역사하셔서 제가 죄인인 걸 깨닫게 하시더라고요. 옛날에는 죄인지 몰랐던 것이 죄라는 걸 깨닫게 하시면서 얼마나 회개하게 하셨나 몰라요. 그리고 깊은 마음의 상처를 보게 하시고 대대적인 내면의 변화가 일어나게 하셨어요. 그런데 신앙을 가져도 일하면서 분노가 나오고 내 마음대로, 내 계획대로 안 될 때 사람들을 공격하던 성격이 쉽게 바뀌지 않더라고요. 일에 있어서는 타협이 안 되는 거예요.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점차 일이 싫어졌어요. 일을 하다 보니 자꾸 죄만 짓게 되니 일을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갖게 되더라고요. 교회에서 제자훈련을 받기까지 그 갈등이 계속됐어요.
디자인 회사를 하다가 방송국에 다시 들어갔는데 방송국 일을 하면, 주일 예배 외에는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었어요. 제자훈련을 받게 되면서 결심했죠. ‘방송국 일이 들어와서 훈련을 받을 수 없게 되면 하나님의 사인으로 알고 회사를 그만둬야겠다.’ 그리고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어요. 그런데 제자훈련을 하면서 너무나 큰 은혜를 부어 주시더라고요. 무엇보다 하나님이 내 인생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신앙을 갖고서도 내가 내 삶의 주인이기 때문에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살았거든요. 하나님은 단지 그런 나를 도와주시는 분이었어요. 이제는 하나님이 주인이시고, 내가 하나님을 섬겨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일도 내 것이 아닌 거예요. 일터에서 후배들을 막 혼내고 시공하시는 분들에게 불만을 쏟아냈던 이유가 내가 그분들보다 잘났고, 재능을 더 가졌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재능도 내 것이 아닌 거예요. 하나님이 잘난 척하고, 교만하라고 재능을 주신 게 아니라 사람들을 도우라고 주신 거였죠. 제자훈련을 받으면서 하나님이 나의 주인이시라는 것과 재능이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저주라 생각했던 것이 축복으로

하나님은 우리가 살아갈 수 있게 공급해 주시잖아요. 말로는 그 사실을 믿는다 했지만 진심으로 믿지 못했던 것 같아요. 내가 일을 해야 공급을 받아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일이 더 싫어졌지만 일을 놓을 수도 없었어요. 저에게는 일이 우상이었죠. 일터 선교사 훈련을 받으면서 그 일을 안 해도 저는 안 죽는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하나님이 날 먹이시고 입히시잖아요. 사탄이 일이란 우상을 통해 나에게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었어요. “너 일 안 하면 죽어. 윤혜정 하면 그 일이잖아. 그 일을 빼면 네가 존재해? 너는 없어지는 거야.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는 거지” 그런 거짓말을 사단이 계속했거든요. 일터 선교사 훈련 중에 간증을 쓰면서 이런 고백을 드렸어요. “이제 너에게 안 속아. 나는 그 일 안 해도 하나님의 존귀한 자녀야.”
훈련 중에 팀 켈러 목사님의 「일과 영성」을 읽으면서 너무 놀라웠어요. 저는 그동안 일을 저주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아담이 타락한 이후에 죄의 결과로 나타난 일만 보니 일을 저주라고 여겼죠. 책을 읽고 보니 일은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한 이후에 바로 주신 사명이었어요. 생육하고 번성하고 땅에 충만하라 하신 것처럼 말이죠. 이 말씀이 저를 변화시키더라고요. 이 책을 읽고 일에 대한 관점이 바뀌면서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일을 하게 되었어요.

거짓이 아닌 목적이 이끄는 삶으로 인도한 책

신앙생활을 시작하고 얼마 안 돼서 사랑의교회에서 ‘특새 40일’이 시작되었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새벽기도를 했는데 개근을 했죠. 특새 기간에 서점에 갔다가 릭 워렌 목사님의 「목적이 이끄는 삶」이란 책을 발견했어요. 저는 목적이 없이 살았잖아요. 이 책은 40일 동안 읽게 되어 있는데 특새 기간동안 이 책을 읽었어요. 특새 끝날 때 책을 다 읽고 하나님이 음성으로 역사해 주셨어요. 그때 큰 고민이 있었거든요. 일적인 부분에서 YES를 할까 NO를 할까 고민하던 중이었어요. 사무실에서 그 책을 다 읽고 나가는데 하나님이 저에게 “나한테 맡겨라” 그러시는 거예요. 제가 ‘누가 나한테 말했지?’ 이럴 정도로 놀랐어요. 하나님의 음성을 들은 것도 처음이었지만 제 인생에서 그런 말을 들어본 적도 처음이었어요. 부모님도, 그 누구도 저에게 “나한테 맡겨라”는 말을 해준 사람이 없었거든요. “네 인생은 네가 책임지는 거야.”라는 말이 상식이고, 좋은 말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어요. 주님의 음성을 듣고 제가 ‘주님께 맡겨도 되나요? 그럼 YES나 NO를 할 필요가 없네요. 그냥 두면 되겠네요.’ 그리고는 그냥 기다렸어요. 결론적으로 그 일이 좋은 방향으로 해결되었죠.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모건 스콧 펙 목사님의 「거짓의 사람들」이란 책을 읽었어요. 서문을 보면 이 책을 쓰신 목적이 마귀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쓰셨다고 적혀있어요. 마귀는 거짓의 영이거든요. 마귀가 자신에게 절하며 세상을 다 준다고 하지만 마귀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으니 줄 수가 없어요. 그렇게 계속 거짓말을 하는 거예요. 순진한 우리는 그런 거짓말에 속잖아요. 이 책을 읽으면서 마귀의 거짓말이 확실히 보였어요.


무대 미술가의 사명을 깨닫게 해 준 ‘생명나무’

저는 그동안 무대 디자인 일이 하나님이 저에게 주신 소명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어요. 저는 “다른 일을 하게 해주세요.”하고 기도했었거든요. 사람들과 부딪히는 것도 너무 싫으니 나 혼자 그림을 그리거나 작품을 만드는 일을 하게 해달라고 계속 기도를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교회 무대 일을 시키시는 거예요. 부활절 주간에 광장에 생명나무를 세우는 일이었어요. 그때 삶이 굉장히 바빴어요. 사역 훈련 중이었고, 방송국 프로젝트도 하고 있었어요. 처음부터 큰 생명나무를 세우는 일이면 너무 편했죠. 그런데 새싹에서부터 시작해서 하루가 지나면 나무가 이만큼씩 자라나는 게 콘셉트였어요. 작품 제목이 ‘기도하면 자라는 나무’였는데 하루가 지나면 나무가 커져 있으니 권사님들께서 기도하니 나무가 진짜 자랐다고 생각하실 정도였어요. 저는 그 일을 위해서 매일 밤에 교회에서 나무를 옮겨 심는 작업을 해야 했어요. 마지막 토요일에 4~5미터 크기의 나무를 옮겨 심는데 너무 힘들더라고요. 일이 다 끝나고 기도하는 데 하나님께서 ‘너를 위해서 이 일을 기획한 거란다’하고 말씀하셨어요. "모든 사람을 위해 하셨겠지만,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하나님이 정말 가깝게 느껴졌어요. 그때 너무 감격해서 눈물이 막 쏟아지면서 내가 천국 가서도 이 일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처음 들더라고요. 하나님께서 생명나무를 만들면서 무대 디자인의 의미를 가르쳐 주셨어요. 무대를 만드는 일이 제 소명인 것도 알게 해주셨고요.

비전 및 기도제목

성경에 요시야 왕이 명령해서 성전을 수리하잖아요. 성전을 수리하는 감독관을 세우는데, 제가 지금 일하는 곳에서는 미술감독이거든요. 감독관을 세워서 성전에서 모은 은, 돈을 줘서 성전을 고치게 해요. 저도 예산을 받아서 일을 하고요. 성전에 다른 짐이 널려 있다 보니 율법책이 어디 있는지도 몰랐잖아요. 감독관이 성전을 정리하고 수리하다가 율법책을 발견하게 돼요. 그 말씀을 묵상하며 공간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게 돼요. 사람이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과 발맞춰서 살아가는 가운데 공간의 정리, 보수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의식주라고 하잖아요. 주라는 공간이 참 중요하거든요. 카페를 가면 그곳의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가 느껴지잖아요. 공간을 정리해야 해요. 공간 디자인의 첫 번째는 싹 버리고 진짜 있어야 할 것만 두면 되는 것이죠.
무대 디자인을 하든지,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든지 단순, 소박, 진실한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제자훈련을 받을 때 화려한 무대를 만드는 미술감독 말고, 하나님의 성전에서 청소하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었어요. 무언가 새로운 일을 하게 해달라고 기도했었는데, 얼마전 너는 다윗처럼 하나님을 찬양하는 사람이 되라는 응답을 주셨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일, 나의 계획을 모두 주님께 드렸어요.
디자이너로서 배운게 있다면, 나는 내 마음대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에게 일을 맡긴 클라이언트를 섬기고 기쁘게 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예요. 저의 진정한 클라이언트는 예수님이시기 때문에, 그 일이 무엇이든지 그 분이 시키시는 일을 감사하며 기쁨으로 잘 감당하는게 저의 꿈입니다.
예전에는 후배들이 무대 디자인을 가르쳐 달라고 찾아오면 이 일 하지 말라고 하고는 다 돌려보냈어요. 이제는 무대 디자인이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소명인걸 알았으니 혼자가 아니라 함께 이 일로 교회와 이웃을 섬길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어요. 디자인 일을 하는 후배들과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는 모임도 하고 있고요. 기도하는데 하나님이 이런 마음을 주시더라고요. 능력 있는 사람 말고 능력은 없어도 이런 일이 꼭 필요한 사람들과 함께 하라고요. 내가 배운 노하우를 그들과 나누라는 마음을 주세요. 그런 공동체를 위해 기도하고 있어요.



- 인터뷰 진행&정리 : 이음 작가
- 사진 : 이요셉 작가
- 인터뷰 장소 : 윤혜정(무대미술가) 작업실
- 기획.제작 : 사랑의교회 인터넷사역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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